‘부도 공포’ 건설업계 현주소

2014.04.14 11:40:13 호수 0호

줄줄이 무너지는 악순환 언제까지?

[일요시사=경제1팀] 위기의 건설업계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벽산건설은 사실상 폐업 절차에 돌입했고 법정관리 및 워크아웃 상태에 있는 기업들 중에도 회생의 기미를 보이는 곳이 없다. 주택시장은 침체기가 길어지고 있고 경영악화라는 '꼬리표' 때문에 신규 수주도 힘들다. 최악의 상황이 지금 당장 들이닥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제2의 벽산건설은 누가될까?



벽산건설이 창사 5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1일 벽산건설에 대해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달 14일 벽산건설은 법원에 법정관리 폐지를 신청했다. 중동 아키드컨소시엄의 M&A가 불발된 후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진 데 따른 것이다. 사실상 스스로 기업회생을 포기한 셈이다.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벽산건설은 조만간 파산 선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 '빨간불'

재판부는 "벽산건설은 회생계획 실시 이후에도 건설경기 침체와 신용도 하락이 계속돼 매출액이 급감하고 있고 영업이익도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회생채권도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회사 측이 파산을 결정한 상황이고 이해관계자 또한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벽산건설은 1958년 한국스레트공업으로 출발했다. '블루밍'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주택사업을 펼쳐 한때 시공능력순위 15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98년과 2010년에 2차례에 걸쳐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위기를 맞았고 2012년 6월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돌입 후 벽산건설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차례 M&A를 시도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했고 시공능력순위 35위 건설사는 폐업에 들어가게 됐다.

벽산건설의 폐업이 확정되면서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 중에 있는 건설사들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공능력 100위권 내 건설사 가운데 현재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는 8개사, 법정관리는 10개사다. 1년 전보다 7곳이 줄었지만 이는 시공순위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법정관리 중인 범양건영은 2012년 84위에서 110위로, 신일건업은 83위에서 116위로 하락했다. 워크아웃 중인 삼환까뮤와 중앙건설도 각각 120위와 141위로 100위권을 벗어났다.


벽산건설을 제외하고 쌍용건설(시공능력순위 12), STX건설(40), 극동건설(41), 남광토건(42), 동양건설산업(49), 한일건설(56), LIG건설(59), 남양건설(74), 우림건설(88)이 법정관리 중이다. 금호산업(18)과 경남기업(21), 고려개발(38), 진흥기업(43), 신동아건설(46), 삼호(52), 동일토건(84), 동문건설(92)은 워크아웃 상태다.
 

이들 중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금호산업과 고려개발, 삼호를 제외하고 회생 기미를 보이는 곳은 없다. 대한건설협회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14개 건설사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이들 건설사의 지난해 3·4분기 매출액은 5조7342억원으로 전년 3·4분기보다 5.8% 줄었다. 또한 매출부진과 자산매각 등으로 같은 기간 워크아웃 건설사의 현금성 자산은 7.8% 감소했고, 법정관리 건설사는 41.8% 줄었다.

제2의 벽산건설로 거론되는 기업은 동양건설산업이다. 동양건설산업은 10일까지 상장폐지 요건을 해소하는 입증자료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중인 쌍용건설은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인 지난달 31일까지 자본전액잠식 사유를 해소하지 못해 지난 2∼10일 주식 정리매매기간을 거쳐 11일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벽산건설 법정관리 폐지…56년 만에 역사 속으로
다음은 어디? 시공순위 10위권 아래 모두 위험

LIG건설도 지난해 5월부터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8월과 지난달에 진행된 경영권 입찰은 2차례 모두 자금 조달 계획 불투명 등을 이유로 유찰됐고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남광토건과 우림건설 등도 시장에 나와 있는 건설사 매물이 많아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가 도미노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법정관리와 워크아웃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수주산업이 주가 되는 건설사 입장에서 경영악화라는 '꼬리표'가 달린 상태에서 신규 수주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이나 법원 역시 신규 사업에 대한 지원을 하기가 쉽지 않아 회사 정상화는 더욱 힘들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서둘러 졸업하도록 종용하는 것도 부담이다. 당초 회사 자체가 허약한 상태에서 시장에 다시 나오면 보증서 발급이 어려워 부실 수준은 더 깊어진다.

실제로 경남기업은 2011년 5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가 유동성 위기로 1년5개월만인 지난해 10월 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도 했다.

건설업계는 워크아웃 돌입 시 채권단이 당장 눈앞의 이익을 찾는 데 급급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본연의 취지와는 달리 채권단만을 위한 운영이 되고 있다는 것. "워크아웃은 은행 좋은 일 시키기"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기업 회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은행의 채권 확보를 위한 절차일 뿐이다"며 "경영권을 장악한 채권단은 오로지 자신들의 채권 회수에만 열을 올릴 뿐 기업 살리기에는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줄도산 우려

전문가들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가 제 기능을 찾으려면 M&A시장이 활성화될 만한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지난달 초 M&A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내 사모펀드 지분 인수를 허용키로 했지만 주택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국내 중견건설사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M&A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보루로 M&A를 선택한 중견건설사들에게 부채를 탕감해주는 등의 획기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며 "확실한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건설사 도미노 도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