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홈플러스 개인정보 거래 내막

2014.04.04 15:18:25 호수 0호

혈압 재는 데 신상은 왜?

[일요시사=경제2팀] 삼성생명이 경기도 의정부 홈플러스에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 유출사태로 금융업계가 시끄러운 가운데 보험사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대형마트 행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소비자의 자발적 동의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혈압측정이나 상품상담 등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혈압 체크 해드립니다. 혈압 측정 전에 이거 하나 작성하고 가시죠.”
삼성생명은 홈플러스에서 혈압체크를 해주고 가입한 보험에 대해 상담 해준다며 소비자들의 개인정보 동의서 작성을 유도했다. 특히 ‘내 보험 알기 서비스’를 통해 가입한 보험 상품에 대해 분석해준다며 홈플러스 고객을 유인했다. 마치 마트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같지만 실제 이런 행사는 대부분 보험사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마련한 기획 행사다.



서비스 같지만…

‘금융 서비스 데스크’ 현수막에는 ‘가입하고 계신 보험에 대해 완벽하게 분석해드립니다. 실손 연금 암 저축 종신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라고 적혀있다. 소비자들은 혈압측정을 하고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개인정보 동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상담 전 소비자가 가입한 보험을 조회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정보 동의서를 요구했다. 동의서에는 ‘실손 의료비 보장·금융상품 가입현황 조회 및 가입설계를 위한 개인(신용)정보 등의 처리 동의서’라고 나와 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의 이름과 주민번호도 기재하도록 요구했다.

혈압측정을 하거나 가입한 보험 상품에 대해 알아보려 했던 고객은 자신의 개인 정보만 제공한 셈이다. 다른 보험사의 상품을 가입한 고객에게 삼성생명은 순수한 상담보다는 자사 보험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권유했을 가능성도 높다.

삼성생명은 강력 반발했다. 소비자의 자발적 동의하에 받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혈압측정은 어디서든 받을 수 있는 것인데, 혈압측정을 해준다고 자신의 정보를 그렇게 쉽게 내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라며 “단순히 혈압체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지나가다 삼성생명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의 동의하에 받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모의 자녀 정보 제공에 대해 그는 “미성년자 정보는 부모가 동의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개인정보를 달라고 강요 한 것도 아니고, 동의 하신 분에 한해 개인정보를 받은 것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자녀의 주민번호의 경우 부모가 공동친권자인 경우 부모 쌍방이 서명해야 한다. 부모 중 일방이 공동명의로 동의할 수 없다. 대부분 한 명의 부모가 동의하고 자녀의 개인정보를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을 때 각각의 동의 사항을 구분해 정보주체가 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

마트서 혈압측정·보험상담 미끼로 수집
가족과 전화번호·주민번호도 기재 요구

개인정보 수집을 위해 행사를 벌이는 보험사에 자리를 임대해준 홈플러스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마트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보험사가 영업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대형마트는 보험사 행사로 개인정보를 빼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홈플러스의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도 보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소비자들의 이용 빈도가 높다는 점을 이용해 보험사들과 제휴를 맺고 경품 이벤트를 실시했다. 대형 승용차, 명품시계, 다이아몬드 등을 내건 경품 응모 이벤트를 하면서 응모권에 성명, 성별,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 등을 적고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 취급·위탁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또한 자녀 수, 부모 연령, 가족 동거 여부도 적도록 유도했다.

지난 1월 이마트 인천 계양점에서 경품 이벤트를 통해 생명보험사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지난 2월에도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경품을 미끼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빈축을 샀다.

경품 응모 이벤트로 수집된 개인정보는 제휴를 맺은 보험사에 제공된다. 경품 비용을 부담하는 보험사들은 이렇게 수집한 개인정보를 전화영업(TM) 등 보험 마케팅에 활용해 왔다.


개인정보 부당 수집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달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보험사와 제휴한 개인정보 수집 이벤트를 하지 않겠다고 주요 보험사에 통보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냄비나 손세정제 등을 준다고 유혹해 삼성생명이 개인정보를 요구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소비자단체는 삼성생명의 개인정보 수집 방법에 대해 유인행위라며 강력 비판했다.

보험이용자협회 관계자는 “명백한 유인행위”라며 “혈압측정을 한 사람은 의료기관 직원이 아닌 삼성생명 영업판매원일 가능성이 높고, 자녀의 정보를 받는 방식도 부모 둘 다 받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동의하에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는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를 작성해주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며 “소비자의 요구대로 정보를 제공해야 할 보험사가 오히려 소비자의 정보를 빼간 셈”이라고 비판했다.

“뭐가 문제냐”

업계에서는 금융사 개인정보 중 보험사가 가장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요즘 개인정보 유출로 조심스런 분위기인데 보험사와 마트가 이런 식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은 눈총 받을 만한 일"이라며 “특히 보험사 정보는 다른 금융사들이 보유한 개인정보보다 워낙 자세한 정보가 많이 담겨있어 한 번 유출되면 가장 위험하기 때문에 가장 조심스럽게 수집하고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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