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불황에 성기수술 호황?

2014.03.25 09:22:03 호수 0호

엄마가 딸 데려와 "거기 좀…"

[일요시사=사회팀] 수도 한복판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성형거리'가 있는 나라. 여성 10명 중 8명이 성형을 꿈꾸는 나라. 대한민국은 '성형왕국'이란 오명 속에 오늘도 '미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경기는 불황이라고 하지만 성형 산업은 늘 호황, 몇 년 전부터는 미용을 위해 성기에 칼을 들이대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사랑조차 성형이 필요한 시대,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주말이면 번화가 일대의 숙박업소는 불야성을 이룬다. 객실로 모여든 커플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애정을 확인한다. 교외에 있는 숙박업소도 마찬가지. 1박2일의 황홀함에 취한 남녀는 밤잠을 설치며 서로를 탐구한다. 가정에서는 아이가 잠든 사이 부부가 모처럼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부부 생활의 반은 속궁합'이란 속설처럼 이들은 잠자리로 결혼 생활의 행복을 가늠한다.

성생활 관심↑

사회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 외의 것에 관심을 쏟게 됐다. 특히 결혼을 통한 신분상승과 질 높은 성생활은 우리 시대의 화두로 자리했다. 일부 20∼30대 중에선 '누구와 잤느냐'로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평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연애와 결혼에 혈안이 된 이들은 “기본 스펙이 좋아야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많은 이가 공통으로 동의하는 '스펙'은 외모다. 외모는 취업이나 이직, 승진과 같은 공적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한 취업 포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채용이 발생했던 기업 19곳 중 7곳은 평가 기준에 외모가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또 복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10명 중 4명은 외모 때문에 차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틈엔가 외모는 현대인이 놓쳐선 안될 덕목이 됐다. 지난 1월 한 인터넷매체가 10∼30대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 꼭 이루고 싶은 소망' 1위는 외모개선(34%)이었다. 이어 2위는 자기계발(30.8%)이었는데 상당수 여성은 ‘외모개선도 자기계발’이란 인식을 갖고 있었다.


지난 2월 서울 한 병원에서 조사한 '스스로 평가하는 외모만족도' 결과도 외모의 중요성을 뒷받침했다. 향후 성형계획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39%는 '반드시 할 것', 47.6%는 '상황이 되면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답했다. '절대 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해당 병원은 "성형수술이 자기관리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몸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한쪽에서는 섹스어필을 강요받고, 또 한쪽에서는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을 부추긴 결과,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성형왕국'이 되었다. 국제미용성형외과의사협회(ISAPS)가 지난 201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형시장은 약 5조원 규모로 전 세계 성형시장(전체 21조원)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압도적 1위다.

그런데 예비 성형 고객들이 성형을 하고 싶어 하는 부위는 얼굴뿐만이 아니다. 가슴과 엉덩이 등 옷을 입었을 때 태가 나는 부분은 물론이고, 평소에 보이지 않는 은밀한 신체 부위에도 칼을 대고 있다고 한다. 한 성형업계 관계자는 소음순 성형을 예로 들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소음순 성형이 미용 행위로 각광받고 있다"며 "경제 불황의 여파에도 성기능과 관련한 수요는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직 의사가 밝힌 사례는 더 구체적이다. 그는 "엄마가 자기 딸을 데려와 소음순 성형을 함께 상담할 정도로 여성성형이 보편화됐다"고 설명했다. 의학기술의 발전, 매력적인 신체를 갖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 성에 대한 개방적인 인식 등이 함께 맞물린 결과다.

또 다른 성형업계 종사자는 우리나라 여성이 여성성형을 받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들었다. 그는 "(아내가) 자신감을 찾기 위해 남편 몰래 병원을 찾거나, 남편의 권유를 받거나, 바람피우는 배우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성형을 상담한다"면서 "여성은 살면서 노화 등으로 성기가 원형을 잃는데 (간단한 성형으로) 젊었을 때의 탄력을 되살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 마디로 질 높은 성생활을 위해 성형을 한다는 것이다.

여성 줄이고 남성 늘리고…콤플렉스 극복
질 높은 성생활 화두 "아랫도리 성형 늘어"

그런데 성기성형만 놓고 보면 남성도 성형시장에 발을 들인 지 오래다. 음경확대술 등 일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남성은 상당수가 왜소한 음경으로 고민하고 있다.

과거 남녀관계에서 여성은 관계 만족도 등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했다. 남성 역시 자신의 작은 심벌을 알리는 게 창피스러워 쉬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여성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능동적인 요구를 하기 때문에 남성 입장에서 '성기 콤플렉스'에 시달릴 가능성은 과거보다 커졌다.

지난 18일 한 유력 일간지의 보도를 일부 인용하면 남성의 큰 음경은 질, 자궁경관과의 마찰범위를 늘리기 때문에 성적 쾌락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남성의 음경 사이즈가 실제 성적 만족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남성의 음경길이가 길수록 여성이 더 쉽게 오르가즘에 도달했다는 외국 연구 사례도 있다. 남성이 본능에 가깝게 크기에 집착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성에 눈을 뜬 20대 남성부터 30∼40대 돌싱남, 황혼 재혼을 앞둔 50대 이상의 장년층까지 성기능과 관련한 상담은 폭넓게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외과적 수술이 동반된다. 이제 갓 만난 여자친구의 쌍꺼풀수술은 두 눈 부릅뜨고 반대했던 남성이 성관계 실패 후 남성성형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렇듯 요즘은 남녀 간의 사랑마저 의료의 힘이 좌우하는 실정이다.


성기도 등급?

그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악용해 성형을 부추기는 세태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2년 전 한 여성은 출산 후 정기검진 차 방문한 산부인과에서 원치 않는 수술을 유도를 받았다. "부부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으면 이참에 수술을 하라"는 권유였다.

또 다른 여성은 진료 중 '성기 모양이 다른 사람보다 예쁘다'는 칭찬인지 희롱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들었다. 여성의 성기를 미의 기준으로 평가, 등급을 매기는 사람이 과연 정상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 사회가 아름다움을 놓고 병적인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젠 보통의 남성도 여성의 선택을 받기 위해 성형외과를 들락거리는 건 흔한 일이 됐다. 종국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성기도 생김새로 품평 받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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