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금호 ‘설익은 도련님’

2014.03.24 13:27:09 호수 0호

‘피 튀는’ 진짜 전쟁은 지금부터!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새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금호의 '설익은 도련님'편이다.



금호가 2세들은 모두 아들을 1명씩 두고 있다. 3세 가운데 후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외아들 세창씨가 유력하다. '금호 옥쇄'를 물려받을 차세대 주자로 세창씨를 의심하는 시선은 드물다. 10년 넘게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절차는 마무리 단계다. 가정까지 꾸려 차세대 오너로서 안정감을 더했다.

무임 승차…고속 승진

올해 39세인 세창씨는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인 AT커니에서 잠시 근무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하면서 경영 수업을 시작한 그는 1년 만인 2006년 그룹 전략경영본부 이사로 점프한 데 이어 2008년 상무로 승진했다. 2011년 금호타이어(전무)로 자리를 옮겨 이듬해 부사장에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금호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세창씨가 대권을 승계할 것이란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며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은 이미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물 흐르듯 순조롭던 금호 승계작업은 일단 멈춘 상태.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벌인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확신할 수 없게 됐다.1984년부터 돈독한 우애를 과시한 '형제경영'(고 박인천 창업주→장남 고 박성용 전 회장→차남 고 박정구 전 회장→3남 박삼구 회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2009년.


전통대로라면 ‘다음 순번’인 박찬구 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는 게 순서였지만, 그룹 안팎에서 박삼구 회장이 동생을 제치고 아들에 경영권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더니 결국 '골육상쟁'이 터지고 말았다.

박찬구 회장이 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로 몬 대우건설 인수 실패 등 박삼구 회장의 부실경영에 반기를 든 게 표면적인 배경. 실질적으론 조카에게 밀릴 것을 걱정한 삼촌이 선수를 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이로 인해 그룹은 산산조각 나는 비극을 맞게 됐고, 세창씨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외줄을 타는 꼴이 됐다.

재계 일각에선 금호 사태는 계열분리 수순으로 일단 고비를 넘겼지만, 일가 간 신경전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오히려 3세들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세창씨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형제의 난' 여진 지속…여전한 신경전
3세들 주도권 경쟁 치열한 전개 전망

현재 경영수업 중인 금호가 3세는 세창씨를 비롯해 철완(고 박정구 전 회장 외아들)씨와 준경(박찬구 회장 외아들)씨 등이다. 올해 36세인 철완씨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하버드대 MBA 과정을 마치고 외국계인 보스턴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다 2006년 아시아나항공 과장으로 입사해 2009년 아시아나항공 전략팀·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 상무보 승진과 함께 금호석유화학으로 소속을 옮겼다.

역시 같은 시기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금호석유화학으로 자리를 옮긴 준경씨는 철완씨와 동갑내기로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를 나와 미국계 기업에서 일하다 2007년 금호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해 이듬해 부장으로 승진했다. '형제의 난' 당시 박삼구 회장 쪽이었던 철완씨는 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오너 일가가 채권단과 갈등을 빚자 박찬구 회장 쪽으로 갈아탔다. 철완·준경씨가 한 배(금호석유화학)에 타고 있는 이유다.
 

세창씨는 직급에서 두 사촌을 앞선다. 나이도 많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지분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세창씨가 밀린다. 철완(10%)씨와 준경(7.17%)씨는 금호석유화학 1·2대 주주다. 세창씨는 지분이 없다. 대신 금호산업(6.96%)과 금호타이어(3.22%) 지분을 쥐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예정대로 그룹에서 계열분리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금호 간판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금호산업(30.08%)과 금호석유화학(12.61%) 지분이 물려 있다.

이들 3명의 차이는 주식가치로 판단할 수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금호 오너 일가 6명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가치는 81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68%(5557억원) 정도가 3세들의 몫이었다. 철완씨는 2636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해 3세뿐만 아니라 전체 일가(박찬구 1818억원·박삼구 803억원) 중에서도 가장 많았다. 준경씨는 1954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세창씨는 779억원에 그쳤다.

사실 '순번'으로 따지면 다음은 금호가 장손 재영씨 차례다. 고 박성용 전 회장의 외아들 재영씨는 경영에 관심을 두지 않더라도 세창씨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한때 '3세 시대'의 복병으로 꼽힌 재영씨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영화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의 난' 이후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금호개발상사 등 계열사 지분을 잇달아 매각해 경영권에서 멀어진 상태다. 2세 중 막내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의 외아들 건호씨는 올해 19세로 아직 공부 중이다.


'외아들 전쟁' 서막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박찬구 갈등이 앞으로 각자 아들을 내세운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두 회장은 직접적인 대결 대신 아들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공을 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창씨의 앞날이 불안한 것만은 아니다. 박삼구 회장이 4년 만에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등 최근 경영에 복귀해서다. 박 회장의 재기로 그룹 정상화는 물론 승계 작업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성수 기자<kimss@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