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동창회 내홍 내막

2014.03.24 11:15:26 호수 0호

동창회장이 뭐라고! '치고 받고'

[일요시사=사회팀] 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이하 동국대)가 동국대총동창회(이하 동창회) 신임 회장 선출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 동창회장인 이연택 전 대한체육회장(현 새만금위원회 위원장)이 회장직에서 강제 해임되고, 차기 회장 후보군인 송모씨가 동창회 사무실을 기습 점거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갈등의 이면에는 조계종 일부 스님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있어 파문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동국대 한 관계자는 "동국대 총동창회가 양측으로 갈려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제보했다. 회장 추대와 관련한 동창회 내부 갈등이 심화되면서 각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이 양측으로 갈라섰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갈등 양상을 꼼꼼히 살펴보면 단순한 '진흙탕 싸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동창회 안에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일촉즉발 상황

관련한 내막을 듣기 위해 문제를 제기한 이 회장 측 관계자와 만났다. 최근까지 동창회 최고위 간부로 활동한 그는 "사실상 쿠데타나 다름없는 전횡으로 사무실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이 회장 측이 밝힌 사건 개요, 동문들에게 발송한 메일, 동창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들을 종합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앞서 동창회는 후임회장 선출을 놓고 지난해 10월 선거 후보등록 기간(4~25일)을 공고했다. 그러나 등록자가 없자 추대위원회(이하 추대위)를 구성, 모두 8차례에 이르는 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추대위는 마땅한 후보자를 찾지 못했고, 후임회장 선임 절차는 논의를 거쳐 추대위가 현 회장에게 일임하는 것으로 의결됐다. 즉 차기 회장 선임 권한을 이 회장에게 넘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후보자 추천 과정에 있었다. 앞서 추대위는 4차 회의까지 송씨를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설득 작업을 했다. 그러나 송씨는 "회장직을 맡을 생각이 없다"며 "동창회가 문을 닫을 상황이 되면 그때나 맡겠다"고 고사했다. 이후 송씨는 한 추대위원과의 사적인 만남에서도 "회장직을 수락할 수 없으니 양해해달라"고 반려했다.


유력 후보인 송씨가 모두 4차례나 거절하자 추대위는 그가 회장직에 관심이 없다고 판단, 다른 후보자를 물색했다. 하지만 승낙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4차 회의 후 추대위는 후임회장 선임건과 관련해 이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회장이 직접 나서서 차기 회장을 설득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추대위가 후보자를 찾기 힘들었던 실질적인 이유는 돈, 규정상 동창회장이 되면 임기동안 모두 6억원을 납부해야 하는데 금전적인 부담이 커 하마평에 오른 후보들은 한사코 수락을 거부했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이 회장은 추대위의 추천을 받은 12명의 후보 중 A씨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추대위가 A씨를 신임 회장으로 추대하고, 공표하는 과정만 남아있었다.

그런데 추대위원 중 송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B씨가 회장 선임에 제동을 걸었다. 송씨도 회장 후보인 만큼 단독 추대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진통 끝에 추대위는 이 회장에게 선임 권한을 일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추대위를 해산했다. 당시 B씨는 "송씨와 A씨를 놓고 표결을 했을 경우 동창회가 둘로 갈라질 수 있다"며 "이 회장에게 전권을 넘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한을 위임받은 이 회장은 결국 A씨를 후임자로 내정했다. 그러자 송씨는 "회장직을 안 하겠다"고 했지만 하루 뒤 "회장에 나가겠다"며 또다시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전직 안기부(현 국정원) 출신 모씨가 중재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동국대 본교 최고위 관계자가 추대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A씨 말고) 송씨를 회장으로 밀어 달라"며 청탁을 하는 등 동창회를 둘러싼 갈등은 점입가경의 양상을 띠었다.

송씨 측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자 이 회장 측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동문 원로들을 만났다. 그리고 송씨도 A씨도 아닌 '제3의 후보'를 회장으로 추대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 등이 포함된 원로단은 앞서 해산한 추대위를 대신해 지난 2월 새 추대위를 구성했고, 박종윤 전 한국로터리총재단 의장을 만장일치로 신임 회장에 추대했다.
 

그러나 박 회장의 회장직 수락에도 송씨 측은 신임 회장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 측은 "지난 5일 송씨 측이 7∼8명의 사람을 모아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동창회 사무실을 급습, 무단으로 사무실을 점거했다"고 밝혔다.

점거 도중 송씨 측 관계자는 잠겨있는 사무실의 문을 따고 들어가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관계자는 사무실 점유 과정에서 송씨 등 윗선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직 추대 두고 내부갈등 심화
각 후보 지지세력 양측으로 갈려 
유명 정치인이 나선 중재도 무산

지난 11일 송씨 측은 긴급 상임이사회를 소집, 동창회 감사를 맡았던 이모씨의 감사보고를 근거로 이 회장의 자격 상실을 의결했다. 송씨 측은 "이 회장의 임기가 지난해 말 끝났으며, 감사 결과 이 회장이 약속한 동창회비 6억원을 납부하지 않아 자격이 상실됐기 때문에 송씨가 회장 직무 대행 자격으로 이사회를 소집한 건 절차상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회장 측은 "회칙상 회장의 유고가 아니면 직무 대행이 불가능한데 이 회장이 공무상 중국 출장을 간 사이 이사회를 소집한 건 꼼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동창회비 미납건과 관련해서도 "이 회장은 25·26대를 연임했는데 26대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본인(이 회장)이 회장직을 고사해 동창회 한 간부가 회장을 맡아달라며 2억원을 기탁했고, 그 2억원을 준 사람이 바로 송씨 측 사람인데 이제 와서 감사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회장은 동국대 종단인 조계종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다. 앞서 그는 이사회 인원 구성을 놓고 종단과 마찰을 빚었다. 지난해 조계종은 이사회 모든 구성원을 승려로 바꾸길 원했으나 이 회장은 학교법인 투명화 등을 요구하며 "오히려 외부 인사를 늘려야 한다"고 맞섰다.

때문에 이 회장을 눈엣가시로 여기던 종단의 입김이 이번 사태에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의혹도 불거진다. 당시 이사회에 배석했던 한 관계자는 "몇몇 스님이 분위기를 잡으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구조였다"면서 "오직 이 회장만 종단과 배치되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증언했다.

"제가 할 겁니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호텔, 최근 송씨와 권 고문은 사태 수습을 위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권 고문은 "박 회장이 1년만 하고 후배가(송씨가) 바톤을 넘겨받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송씨는 "6개월도 안 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라며 윽박질렀다고 한다.

또 얼마 전 박 회장은 송씨를 따로 만나 "나를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송씨는 "(선배가) 나를 도와주면 안 되는 거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은 사이 이 회장 측과 송씨 측은 각각 같은 날, 다른 곳에서 열릴 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둘로 쪼개진 동창회가 해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씨 측 입장은?
"동창회 정서를 너무 모른다"


송씨 측 핵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돈 문제'를 가장 먼저 꺼냈다. 그는 "이연택 회장이 약속한 동창회비를 납부하지 않았으면서 학교와 척을 지는 건 동창회를 너무 모르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회장 측에서 송씨를 배제하기 위해 자신들끼리 회의를 열고, 박 회장을 세운 건 정당하냐"고 따졌 물었다. 또 그는 "동창회는 어디까지나 동창회비를 많이 내는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의무는 지지 않으면서 권리만 찾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한편 송씨 측은 사무실 불법점거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건 맞지만 우리 중에도 동창회 사무국 직원이 있는데 며칠 전부터 문이 잠겨 있어 따고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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