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갑자기 추운 날씨에 ‘컥’

2009.11.24 10:21:57 호수 0호

등산을 즐기는 박모(남·57)씨는 추운 날에도 여느 때처럼 등산길에 오르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서 쓰러져 긴급히 인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몸을 회복할 수 있었다.

박씨는 그때를 상기하며 “인적이 드문 산길에서 혼자 쓰러져 구조도 어렵고 시간이 지연됐다면 지금처럼 정상적으로 걸어 다니지 못할 수도 있었다”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처럼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급격히 날씨가 추워진 날에 뇌졸중이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갑자기 추운 날에는 기온이 떨어져 혈관수축이 잘 오고 피가 응고되기 좋은 조건이 된다며 몸뿐만 아니라 목과 머리를 따뜻하게 감싸는 것이 좋고 새벽에 깊고 높은 산을 등산하기보다 햇볕이 비치는 낮에 낮은 평지를 매일 30분 정도 걷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재발·고위험군 주의보



뇌졸중은 우리나라에서 단일장기 질환으로는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며 심장질환, 간질환, 위암보다 10만명당 사망자수가 2~3배나 많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사망통계를 조사해본 결과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은 5년간 감소추세였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연간 사망자수 및 10만명당 사망률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2004년 10만명당 사망자수는 11.1명으로, 60대에 61.7명, 70대에 262.4명, 80대 이상에 357.6명으로 증가했다.
2008년에는 50대의 10만명당 사망자수는 3.2명으로 60대에 18.1명, 70대에 86.6명, 80대 이상에 148.7명으로 5년 전에 비해 감소추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연령대별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뇌졸중은 성인에게 신체적 장애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특히 이러한 신체적 장애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구성원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로 노인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요즘은 30∼40대에도 뇌졸중이 발병할 수 있는데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흡연 등이 뇌졸중을 야기시키는 주원인으로 꼽힌다.

미니 뇌졸중이라 불리는 일과성 뇌허헐발작도 위험할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과성 뇌허헐발작은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뇌졸중과 달리 24시간 이내 증상이 호전되면 몸이 회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노령, 피로 등으로 여기고 간과하고 치료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일과성 뇌허혈발작은 당장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지는 않지만 앞으로 발생할 뇌졸중의 강력한 경고로 일과성 뇌허혈 발작의 경험자 중 1/3에서 뇌졸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허지회 교수는 “고혈압자, 당뇨병 환자,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경우, 심장판막증, 협심증 등의 심장병을 앓은 경우, 동맥경화증 진단받은 자 등 이러한 증상이나 병력이 있다면 뇌졸중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허 교수는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거나(고지혈증) 흡연을 하는 경우에는 심혈관질환은 물론 뇌졸중 발병도 비흡연자에 비해 약 2.5배 이상 높으며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의 경우는 약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발병시 29.3%만 제때 병원행

뇌졸중 발생시 3시간 내 병원을 찾는 환자는 29.3%로 10명 중 3명만 제 때 병원을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배희준 교수팀이 지난 2004년 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분당서울대학교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뇌졸중 환자 3033명 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뇌졸중이 발병해 병원에 도착한 환자 중 98%가 편측마비, 언어장애, 시각장애, 어지럼증, 심한 두통 등 5개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증상 중 편측마비가 54.8%로 가장 높았으며 의식장애(27.5%), 어지럼증(10.5%), 시각장애(2.8%), 심한 두통(2.3%)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1766명(58.2%), 여성 1267명(41.8%)이며, 평균연령 66.5세였고 고혈압, 흡연, 당뇨 등의 순으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었다. 3시간 이내에 병원을 찾아 막힌 혈관을 뚫거나 뇌경색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하는 골든타임 내에 도착한 환자는 890명으로 전체 환자의 29.3%에 불과했다.

이 중 뇌졸중의 대표적 위험증상인 편측마비와 의식장애는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도착한 비율이 30% 이상으로 두 증상에 대한 인지도는 평균보다 높았던 반면 시각장애, 어지럼증, 심한 두통을 호소해 골든타임 내에 온 환자의 비율은 20%에 그쳐 3개 증상에 대한 인식이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병원에 가지 않고 손 끝을 따고 기다리거나 팔다리를 주무르거나 물을 먹이는 등의 처치는 매우 위험한 행동으로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배희준 교수는 이에 대해 “뇌졸중의 치료에 있어서 병원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많은 경우 뇌졸중 위험증상에 대한 인식이 낮아 적절한 치료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 교수는 “뇌졸중의 대표적 5개 위험증상을 평소에 숙지하고 있으면 뇌졸중 발병 시 병원에 바로 갈 수 있고 초기치료를 통해 의료진에게는 치료의 질이, 환자에게는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뇌졸중 위험’ 방지하려면


뇌졸중 위험증상이라고 판단되면 즉시 119에 전화해 MRI나 CT 등 급성 뇌졸중 검사가 가능한 병원으로 지체말고 즉시 가야한다.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혈압조절을 통해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 고혈압의 치료를 통해 뇌졸중의 재발 위험성을 36% 정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뇌졸중 환자에 있어서 고혈압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신경과 이규용 교수는 “나이나 만성질환 유무에 따라 일과성 뇌허혈발작 재발위험이 높아지기도 하는데 일단 일과성 뇌허혈발작이 한번 오면 다음에 큰 뇌졸중이 올 수 있다는 전조증상이다”라며 “뇌졸중을 한번 앓은 사람들은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뇌졸중을 한번 앓은 사람은 자가진단으로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사서 먹지 말고 병원에서 의사에게 확진을 받고 예방목적 차원에서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경희대의료원 동서신의학병원 신경과 최혜연 교수는 “뇌졸중을 한번 경험한 사람은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데 호전이 됐다고 느껴 병원을 그만 다니거나 의사와 상의없이 약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이 있는데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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