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한국화가 이동연

2014.01.06 13:01:20 호수 0호

조선 미인이 스마트폰으로 소통을?

[일요시사=사회팀] 성공한 여류화가로서 20년 넘게 인상적인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동연 작가가 최근 <미인도>란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단절된 세상에서 진정한 소통을 꿈꾸고 있는 이 작가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조선 팔도의 미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가나아트스페이스는 지난 1월1일부터 한국화가 이동연 작가를 초청해 3층 전관에서 기획전을 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이름은 <미인도>. 그런데 이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미인들의 면면이 남다르다. 그들은 우아한 한복고름을 동여맨 과거의 미인이면서도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기기를 활용할 줄 아는 현대의 여성이다. 이 작가는 각각의 미인들을 통해 오늘날의 인간 군상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세련되면서 정제

"이곳 전시장에 걸려 있는 그림들은 제가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준비했던 작품들이에요. 여러 작품 중 채용신 선생의 팔도미인도를 모티브로 한 시리즈가 가장 많이 소개됐고요. 작품들을 보시면 미인들이 저마다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다루고 있어요.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건 과연 우리는 최첨단 시대에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가. 이런 문제의식을 미인도의 형식을 차용해서 비판적으로 재해석한 거죠."

이 작가는 '디지털(Digital)'이란 실재하지 않는 세계가 '원본성(Originality)'을 대체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예를 들면 SNS에서 하루 종일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다든지 자신의 실제 모습을 왜곡한 사진을 올려 '가짜의 나'를 어필하는 모습에서 문화적인 충격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어떻게 보면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상실감과 소외감이 작품 안에 자연스레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도, 집에서 아들과 함께 밥을 먹어도,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지만 모두 스마트폰만 보면서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어요. 또 온갖 포즈를 잡고 예쁜 사진을 찍어 올리지만 정작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이게 너 맞냐?'는 핀잔을 듣기도 하고요.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거죠. 이런 삶의 단면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소통의 부재'를 그림 안에 담아보고자 했던 욕심이 있었어요."


미인도 차용해 현대사회상 표현
전통기법 철선묘·전신사조 눈길

이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본인이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날의 초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초 사회활동을 시작한 이 작가는 이른바 X세대. 최근 종영한 TV시리즈 <응답하라 1994>를 즐겨봤다는 이 작가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당시엔 한국성을 굉장히 강조했어요. 미술 전공자라고 예외는 아니었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아실 거예요. 그런데 우리 세대는 한국성의 유령에 사로잡힌 세대. 즉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한 세대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성에 매몰된 거죠. 제 작품 속 인물들이 주로 한복을 입고 있는 것도 저 스스로가 어떤 알을 깨지 못한 자기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전 그렇게 판단해요."

이 작가의 그림들은 전통기법인 철선묘를 이용, 선의 깊이를 최대한 일정하게 가져가려는 특징을 보인다. 때문에 세련되면서도 정제된 분위기가 관객의 시선을 흡인한다. 아울러 이 작가는 동양화의 정통기법 중 하나인 전신사조를 탁월하게 재현한다.

"초상화는 단순히 형상의 재현에만 그쳐선 안 돼요. 인물의 정신까지 담아내야 훌륭한 작품이 됩니다. 기술적으로는 눈동자를 통해 인물의 정신을 담을 수 있는데요. 제 작품 속 미인들은 어떤 행위에 주목하기 전에 눈동자를 먼저 보도록 구성돼 있어요. 아주 미세한 부분이지만 관객들도 이런 소소한 것을 찾으면서 함께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소통의 부재

이 작가가 그린 미인들은 자세히 보면 어딘가 모자란 인상을 준다. 신발이 벗겨지고, 가슴이 드러나고,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물론 여기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원래는 각 미인도마다 실제 모델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 미인들은 모델이기도 하지만 제 자신이기도 하고요. 또 어떤 작품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겹쳐 있어요. 서로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인 셈이죠. 그림과 저의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그림이 작가 자신이고, 작가의 실존이고, 그런 것 같아요. 서로를 보며 발전하는 거죠. 어쨌든 유쾌하게 작업했고, 후회 없이 그렸습니다.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것, 정말 매력적이지 않아요?"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이동연 작가는?]


▲홍익대 및 동대학원 동양학과 졸업
▲홍익대 미술학과 박사과정
▲고려대·단국대·홍익대 등 강사 역임
▲관훈미술관·한가람미술관 등 개인전 13회
▲동아미술제·대한민국미술대전·후소회대상전·MBC미술대전 등 수상 다수
▲국내외 단체전 및 기획초대전 150여회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삼성유리공업, 청원건설 등 작품소장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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