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2013.12.02 10:05:09 호수 0호

강신주 저 / 민음사 / 1만9500원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의 감정수업>. 이성과 감성, 인간은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온전한 삶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부장제와 물질만능주의가 야기하는 억압적인 구조 아래에서 감정을 억누르며 살 수밖에 없다. 이성이 절대 위치에 있는 철학 전통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데 감정이 중요한 키워드임을 주지시켰던 ‘혁명적인’ 철학자가 있었으니, 바로 17세기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대인 교회에서 파문당한 스피노자다. 스피노자는 <에티카> 3부에서 인간의 감정을 크게 48가지로 분류하고, 그와 유사한 감정들을 비교하면서 파고들었는데,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세분해서 소개한 철학자는 없었다. 대중과의 소통을 소중히 여기는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지금 시급한 문제는 바로 자기 감정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철학자의 어려운 말을 독자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하여 위대한 심리학자와도 같았던 작가들의 이야기를 예로 든다.
또한 자칫 추상화될 수 있는 인문학을 구체적인 현실과 연결 짓기 위하여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 ‘철학 카운슬러’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철학자의 어드바이스’를 덧붙였다. 이제 우리는 잠자고 있는 감성을 깨울 시간이다. 타인의 감정을 살피고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기 위하여 각 장마다 그림 보는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하여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스피노자의 48개의 감정, 48권의 세계 문학의 걸작, 철학자가 들려주는 48개의 어드바이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시각화했던 예술가들의 명화 45개로 이루어진 책이다.
가령,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서 저자는 순수한 열정으로 데이지를 사랑하는 개츠비에게서 ‘탐욕’을 읽어내고,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는 ‘대담함’을 사랑과 관련시킨다. 이 외에도 애인이 바람을 피우는데도 이별을 고하지 못하는 이들, 나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친구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경멸의 대상’과는 단호히 결별할 것을 충고하는 등 다년간의 상담 경험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어드바이스를 철학자의 시선으로 정제하여 담아낸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48가지의 감정들에 서열과 우열을 매길 수는 없지만, 개개인에 따라 주목하는 감정들은 사뭇 다를 것이다. 이에 저자는 지금 당장 ‘질투’에 사로잡힌 독자라면 알랭 로브그리예의 <질투>를, ‘절망’에 힘들어하는 독자라면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를, 그리고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꼼꼼히 읽어볼 것을 권함으로써, 자신이 사로잡힌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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