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둘러싼 수상한 소문

2013.11.25 13:47:38 호수 0호

"MB정부 고위인사가 압력 넣었다"

[일요시사=사회팀]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는 밀양 희망버스가 오는 30일 밀양 현지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밀양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 밀양 송전탑 노선의 수상한 변경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최근 밀양송전탑전국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과 주민과의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책위는 밀양 희망버스 문화제가 오는 30일 오후 3시부터 1박2일간 시민단체 등 각계의 지원 하에 진행된다고 밝혔다.

전운 감도는 밀양

세력을 넓힌 대책위가 공사 반대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권력과의 피할 수 없는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현장 주변을 중심으로 15개 중대 1200여명의 경찰력을 배치, 공사를 맡은 한전 측을 사실상 엄호하고 있다. 한전은 공사 51일째인 지난 21일 공사 영역을 '단장면 고례리 81번'과 '구천리 87번'으로 확장했다. 이에 따라 한전이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구간에서 송전탑 공사를 벌이고 있는 구간은 모두 16곳으로 늘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이하 신고리) 3·4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이하 북경남)로 보내기 위해 각 구간마다 송전탑을 세우는 대형 공사다. 쉽게 말해 신고리에서 출발한 전력은 각 구간마다 세워진 송전탑을 거쳐 북경남으로 보내지는데 북경남은 이 전력을 대구와 구미 등의 대도시로 공급하게 된다. 한전 입장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밀려 9년 동안이나 미뤄온 사업이고, 주민들 입장에선 자신들은 잘 쓰지도 않는 전기 공급을 위해 평생을 갈고 닦은 텃밭을 강탈당하는 사업이다. 

앞서 밝혔듯 밀양 송전탑 공사의 핵심은 신고리-북경남 구간에 송전탑을 올리는 것과 고압류(765kV)가 흐르는 선로를 설치하는 것에 있다. 한전 측은 내년 여름 전까지 송전선로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며, 원안대로라면 단장면에 10기, 산외면에 7기, 상동면에 17기, 부북면에 7기 등 모두 52기의 철탑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주민들과 대책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변수가 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고 될 일은 아니다. 기자는 그간 밀양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꾸준히 지적해온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을 찾았다.

진보나 보수의 이념을 막론하고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점은 765kV라는 초고압 선로에서 뿜어져 나올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와 1억원을 호가하던 땅값이 2000만원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주민들이 겪게 될 경제적 피해에 대한 보상 여부였다.

그러나 전자파 문제와 관련해 한전 측은 "우리 집 옆에도 송전탑이 있고, 초고압 선로가 지하에 흐르는데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으로 빈축을 샀다. 반면 한전이 작성한 내부 연구보고서에는 "765㎸ 송전선으로부터 80m 이내에 거주할 경우 어린이 백혈병 발병률이 3.8배가량 높아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상 문제와 관련해선 양측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적절한 보상이 있으면 반대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과 절차와 협의, 행정 등 모든 진행 과정에서 의혹들이 발견되므로 공사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전 측은 지난 19일 "송전선로가 지나는 보상 대상 마을의 70%가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전과 마을 대표 측이 협의회를 구성한 결과 30개 마을 가운데 21개 마을이 직접 개별 보상에 합의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의원 측이 해당 마을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얘기는 다르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5개면 주민협의회 마을 대표 중 대표성이 없는 이들만 참석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밀양시 상동면 금곡리 유산마을의 대표로 참여한 A씨는 옆 마을인 금곡마을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10억원의 개별 보상안에 합의한 개복마을 대표자도 송전탑 피해가 없는 지역의 주민이었다고 김 의원 측은 설명했다.

산으로 간다더니 마을 심장 지나
선로 변경 두고 여러 가능성 제기
정치인 개입설에 공직자 땅 연루설

또 송전탑 건설 지역에 땅을 갖고 있는 마을 이장은 밀양 시내에 살고 있다. 마을 총회도 없이 얼결에 참석한 대표는 "뭘 하는 곳인지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다"며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전체적으로 협의회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마을이 반발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부터 파다했던 수상한 선로 변경과 관련한 의혹이다. 앞서 한전은 당초 계획된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노선을 변경했다. 즉 송전탑이 들어설 구간을 어떤 이유에서인지 최종 보고 과정에서 바꾼 것이다.

앞서 김 의원 측은 지난달 25일 한전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송전선로 경과지 선정은 주민피해가 없는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뒷산으로 지나가는 노선이었지만 최종결과지가 마을과 가까운 곳으로 변경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송전선로는 원칙적으로 마을과 멀리 떨어진 산 지형에 세워진다. 주민들과의 마찰을 최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자가 입수한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경과지 선정 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송전선로는 산 뒤를 우회하는 것이 아닌 마을 중심부를 관통한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2005년 7월 작성됐으며 2006년 9월 지식경제부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송전탑 건설에 항의하며 분신으로 삶을 마감한 이치우 할아버지가 거주하던 마을도 한전의 본안대로라면 송전탑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다. 

지도를 살펴보면 선로가 지나가는 구간을 선으로 표기했는데 하나는 파란색, 다른 하나는 빨간색이다. 여기서 파란선은 애초 계획된 송전선로이며, 빨간선은 최종 승인된 구간이다. 당초 경북 청도군을 통과하던 파란선은 무슨 이유인지 빨간선으로 바뀐 뒤 청도군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복수 관계자는 "한전이 눈치를 본 것인지 이명박정부 당시 정부 고위관료였던 B씨가 압력을 넣은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만약 파란선으로 공사가 진행됐다면 지금과 같은 격렬한 갈등은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청도군을 통과한 원안 구간은 화악산 중턱으로 인적이 없는 곳이다.

하지만 한전은 원안에 체크된 곳이 ▲경사지이며 ▲자재 운반이 어렵고 ▲녹지 지역이란 이유로 공사 구획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밀양시로부터 "자연부락과 최대한 이격 설치해 달라"는 답변까지 들은 한전은 밀양시와 협의 도중 돌연 청도군을 우회하는 루트를 선택했다.

각종 의혹 불거져

밀양 송전탑 선로 변경을 둘러싼 수상한 소문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직 고위공직자 조카의 땅이 선로 변경 과정을 거치면서 공사지에서 제외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의원실 관계자는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증거가 있으며 해당 땅들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전은 신가평-신안성 송전선로 공사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사유지를 우회했다. 이처럼 B씨 등과 관련한 또 다른 특혜 의혹이 불거질지 관심이 모인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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