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뿌레땅 뿌르국’식 어이없는 인사 후유증

2009.07.21 09:04:50 호수 0호

과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가릴 수 없다’는 게 자연의 섭리이자 세상의 이치다. 물론 손바닥을 들이대 눈을 가린다면 하늘을 가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항력적인 일임에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명천지에 한낱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초자연적이고 몰상식한 상황이 벌어져 실소를 금할 수 없다. 국정원장, 국세청장과 더불어 국가 3대 권력기관의 수장인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가 어이없게(?) 낙마한 ‘천성관 인사파동’은 현 정권이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는 ‘안하무인 정권’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무리 인재가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공직자보다 범법자에 가까운 인사를 다른 자리도 아닌 법을 집행하는 사법기관의 수장에 앉히려 했는지 묻고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인사파동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보면 국민된 입장에서 참으로 통탄할 내용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람을 제대로 된 검증절차도 없이 국회 인사청문회에 내세웠던 것일까.

혹여 과거처럼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에 모골(毛骨)이 송연(悚然)해진다. 여과 없이 대통령이 곧바로 임명했으니 자격 여하를 불문하고 검찰의 수장이 되어 자신보다 죄질이 가벼운 서민들에게 무소불위의 칼을 휘둘렀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검찰 내 공안통인 천성관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도 애꿎은 인명을 앗아간 용산철거민 참사를 비롯해,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사건, 광우병 보도와 관련한 MBC <PD수첩>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한 장본인이 아니었던가.


아마도 그것이 대통령의 뇌리에 깊게 각인이 되어 ‘보은인사’ 차원에서 서둘러 올리려다 보니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막은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예로부터 나랏님은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 재주와 능력을 보기 전에 먼저 인간 됨됨이를 꼼꼼히 살피고 따졌다. 그가 가진 재능을 귀히 쓰기 위함이었다. 자칫 재주만 보고 썼다가 그릇된 인간성 때문에 훗날 화를 자초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번 검찰총장 인사에서 검사로서 공안사건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천성관의 재능만 봤지 인간 됨됨이는 하나도 살피지 않았다. 그것이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주요 요인인 것이다.

동생과 지인(?) 등에게 23억5000만원을 빌려 28억7000만원짜리 호화 아파트를 구입하고, 조건없이 리스를 승계받아 고급승용차를 공짜로 탔으며, 최근 자식의 결혼식을 교외에서 조촐하게 올렸다 하기에 알고 봤더니 대한민국에서 하나뿐인 6성급 호텔 야외에서 초호화판으로 치렀고, 돈 빌려준 지인과 부부동반으로 수차례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와 놓고도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사람이 바로 천성관이었다.

이를 두고 청문회장에서 한 여당 국회의원은 “24년간이나 공직생활을 한 사람이 그 정도로밖에 못살면서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처지가 딱하다”고 두둔하며 혀까지 찼으니 이 어찌 가관이 아니겠는가. 요즘 세태풍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모 방송사의 개그 코너 <뿌레땅 뿌르국>의 소재로나 설정할 법한 한심스런 상황 앞에서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사시 22회인 천성관의 검찰총장 발탁은 군으로 치자면 군단장과 군사령관도 거치지 않은 일개 사단장을 곧장 참모총장으로 세 단계나 끌어올린 ‘제멋대로 인사’의 전형이란 점에서 파격을 논하기조차 구차하고 입만 아플 따름이었다.

그로 인해 관례대로 애꿎은 10여명의 유능한 선배 동료 검사들이 등 떠밀리다시피 옷을 벗었고, 쇄신을 꿈꾸던 검찰은 다시 총장 후보자를 엄선할 때까지 조직의 혼란과 업무공백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헌법에 보장된 인사권을 엿장수 가위질하듯 맘대로 휘두른 대통령의 잘못임을 모르는 국민은 단 한 명도 없다. 쇄신도 좋고 파격도 좋지만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쇄신, 국민이 이해하는 파격이 아니라면 한낱 위험한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인사가 만사(萬事)라지만 이 같은 <뿌레땅 뿌르국>에서나 나올 법한 어처구니없는 인사는 세계인의 웃음거리임에 분명하다.

기왕지사 쓸 거라면 제대로 고르고 걸러 쓰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조직이라도 흔들지 말 것이지, 이제 와서 천성관이 자진해서 물러나겠다니 “검찰의 최고책임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다렸다는 듯 내정을 철회한 처사는 제 발등 자기가 찍어놓고 도끼 탓하는 격이다.


한 번만 생각하고 한 번만 더 유심히 살폈더라면 국민들의 가슴에 이토록 처절한 실망감과 분노는 안겨주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딱하고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따라서 청와대는 비록 사후약방문이긴 하지만 이번 인사파동을 반면교사로 삼아 다시 한 번 구멍 난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대통령이 제대로 된 인사를 행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