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롯데면세점 여아사망사고

2009.07.14 11:20:05 호수 0호

“70kg 철제광고판이 4살 아이 덮쳤다”


꽃봉오리를 채 피우지도 못한 한 여린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말을 맞아 부모와 함께 쇼핑에 따라나선 4세 여자아이가 한 면세점에서 머리를 다쳐 사망한 것이다. 원인은 면세점이 엘리베이터 옆에 무방비로 방치해 놓은 70kg짜리 철제광고판이었다. 이동 운반대에 불안하게 올려져있던 광고판이 쓰러지면서 아이를 덮쳤다.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아이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도중 사망했다. 화창한 주말 오후, 생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에 발생한 사고다. <일요시사>가 안타까운 사건 속을 들여다봤다.

대형 백화점 면세점 안에 세워져 있던 간판이 여자아이를 덮쳐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를 당한 임양의 나이는 겨우 네 살. 주말을 맞아 부모와 함께 쇼핑을 왔다가 불행한 일을 당한 것이다.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

사고가 발생한 날은 지난 4일. 임양은 이날 부모와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방문했고 10층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을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면세점의 엘리베이터 앞으로 임양과 부모는 아래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엘리베이터 옆에는 인기가수의 사진이 있는 높이 1.5m의 대형 철제광고판이 있었는데 어린 임양이 이 광고판을 무심코 건드리는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

바퀴가 달린 이동수레 위에 아슬하게 놓여있던 광고판이 그대로 임양을 향해 쓰러진 것이다. 놀란 임양의 어머니가 광고판을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손톱이 다 빠질 만큼 안간힘을 써도 웬만한 성인 남자의 무게와 맞먹는 70kg짜리 쇳덩어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4살 아이의 3배에 달하는 무게의 철제광고판은 그렇게 임양을 덮쳤다.

사고 10분 뒤 현장에 있던 고객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가 도착했고 임양은 그렇게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임양은 차로 5분이면 도착하는 인근 병원으로 이동 중 구급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탓이다. 임양의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선물이라도 사줄 겸 백화점 나들이를 나왔다 눈앞에서 딸을 잃은 부모는 믿기지 않는 현실에 아연실색했다.

사고가 보도되고 세간의 이목은 철제 광고판에 쏠렸다. 문제의 광고판은 바퀴가 달린 이동 수레 위에 놓여 있었는데 해당 수레의 크기가 광고판의 폭보다 좁아 위태로운 상태로 놓여져 있었다.

면세점 측은 주말을 맞아 매장을 찾는 고객이 많아지자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잠시 옮겨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광고판은 사고 전날인 금요일 정오부터 현장에 방치되어 있었다. 잠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는 꽤나 긴 시간인 셈.

면세점이 70kg의 철제광고판이 만 하루 동안이나 위험한 상태로 유동인구가 많은 엘리베이터 앞에 방치되어 있었음에도 주위에 고객의 주의를 요하는 어떠한 안내문구나 안전장치도 설치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난의 화살이 되고 있다. 안전관리 담당자의 무신경함이 죄 없는 한 어린 생명의 목숨을 뺏는 참극을 빚었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을 맡은 송파경찰서는 곧바로 면세점 관계자 2명을 불러 업무상 과실 여부와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에 들어갔다. 8일 현재 업무를 지시한 면세점 본사 관계자 한 명과 지시를 받은 용역직원 한 명이 조사 중이고 이후 입건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내부적으로 피해 가족에 대한 보상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 8일부터 유가족들과 본격적인 보상 협의에 들어갔다. 사고로 인한 보험금과 소정의 위로금이 유가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이번 사고와 관련 과실치사가 드러난 만큼 매우 조심스런 분위기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인 만큼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탓이다.

롯데면세점 한 관계자는 “처음으로 발생한 안전사고라 본사에서도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앞으로 안전관리에 보다 만전을 기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는 것밖에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최대한 조속히 사건이 마무리돼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원하는 바람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각종 포털 사이트와 게시판을 통해 비난이 이어지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네티즌 비난 쏟아져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아이디 ‘소리아노’는 “안전불감증이 또 어이없는 사고를 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아이디 ‘호짱’도 “아이의 엄마가 손톱이 나갈 정도로 쇳덩어리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을 그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끊이지 않는 롯데그룹의 안전사고를 꼬집으며 제2롯데월드의 건립을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고라의 한 네티즌은 “앞선 사고의 추억을 채 잊기도 전에 또다시 롯데가 안전사고로 도마에 올랐다”며 “이러고도 제2롯데월드가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디 ‘ONE’도 “제2롯데월드도 사실 저 면세점의 간판과 같은 존재 아닐까요”라며 연이은 사고의 롯데그룹을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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