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푹 눌러쓴 남자’만 보면 심장이 ‘쿵쾅쿵쾅’

2009.07.14 11:15:49 호수 0호

대학생 윤모(22)양은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일이 떠오르면 불안한 생각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씨는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서 낯선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 이후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의 이미지가 깊게 각인됐던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는 윤씨처럼 실제적인 죽음이나 죽음을 생각할 만큼 강도 높은 위협에 직면했을 때 혹은 타인의 죽음을 목도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장애다.
큰 충격을 받은 사건 후 시각이나 청각 등의 감각에 의해 당시 느꼈던 공포감이 재현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환자로 진단 내리기까지는 4가지를 고려하게 된다.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심한 외부의 충격에 따른 심리적인 증상을 수반하는 PTSD는 천재지변이나 강간, 대형사고와 같은 일생일대의 ‘큰 사건경험’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의 상황이 정신을 압박하거나 자주 악몽을 꾸는 등의 ‘재경험’을 겪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PTSD 환자는 사고와 연관된 느낌이나 생각을 피하려고 하며 관련 있는 사람과 장소및 행동을 꺼리는 등 ‘자극의 회피’ 반응도 수반한다.
마지막으로 ‘과각성 상태’, 즉 깜짝깜짝 놀라는 등 자극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거나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을 특징으로 한다.
이어 박 교수는 “외상 후 여러 심리 불안 증상들이 1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를 ‘PTSD’로 진단할 수 있으며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 PTSD’로 규정한다”고 덧붙였다.

과연 어떤 이유로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일까.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하태현 교수는 장애의 원인을 외상을 바탕으로 한 3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정신생리학적 측면에서 하 교수는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가 정서체계에 관련된 변연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편도나 해마의 손상을 유발해 체내 신경전달 물질의 이상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 교수는 “정신분석적 원인으로는 비정상적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압박이 증가하는 것”이라며 “정신 구조 속 여러 요인들이 불안 상태에서 벗어나 안정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 행동이론적 원인으로 PTSD 환자의 경우 일반인들과 달라, 사건과 관련한 경험이 공포의 감정을 줄이지 못하고 자극에 노출될수록 오히려 공포감이 증폭되는 등 인지처리 양식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이 적용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의견을 같이 했다.
이와 관련해 박두흠 교수는 “카페인에 대한 반응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도 또한 개인마다 다르다”며 “방어적이고 주변에 민감한 초식형 인간이 공격적인 육식형보다 외상후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한편 PTSD는 정신과적 치료와 약물 치료 등의 병행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고통의 감정을 바깥으로 표출하지 않고 참게 되면 결국 내재화돼 만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따라서 감정을 해소하는 정신 치료 과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팔이나 다리가 잘린 환자만큼 마음이 다친 환자들의 상처도 크기 때문에 환자의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이해하려는 주변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긴장이완을 위한 명상과 복식 호흡, 정신치료 상담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등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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