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나지석 신지원 채정원 황의룡

2013.08.19 11:25:33 호수 0호

여행서 얻은 영감, 그림으로 받아가세요

[일요시사=사회팀] 세계는 넓다. 그러나 이미지는 같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셔터를 눌러도 렌즈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때마침 만난 <영감, 교토> 전시는 기자가 갖고 있던 이미지의 갈증을 해소했다. 이국적 낭만을 한껏 느끼게 해준 회화들은 전시장 곳곳에서 독특한 영감을 불어넣고 있었다.





4인의 젊은 작가가 있다. 이들은 한 공간에서 1년여를 함께 숨 쉬었다. 같이 밥 먹고, 같이 붓을 들고, 함께 여행을 떠났다. 나지석, 신지원, 채정원, 황의룡 작가는 아무 의도와 목적 없이 일본으로 가는 티켓을 끊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캔버스에 녹였다.

작가 공동체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 작가들이 혼자 작업을 하다보면 굉장히 빨리 지쳐요. 미래를 생각할 때 갖게 되는 막연한 불안도 있고요. 하지만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불안이 일정 부분 희석되는 것 같아요. 물론 함께 있다 보면 서로 의견 충돌이 있어요. 하지만 각자 맞지 않는 부분을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한층 성장하게 돼요. 작업할 때 생기는 추진력은 물론이고요. 사실 요즘은 가족보다 우리끼리 함께 있는 시간이 더 길거예요(웃음)."

이들 4인의 작가는 지금까지 모두 4번의 전시를 함께 기획하고 출품했다. 이들은 "미술사적으로도 화가는 개인이 아닌 서로 공동체를 이뤄 생활했다"면서 "플러스, 우리는 합숙을 할 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영감, 교토>라는 전시도 결국은 서로가 같은 공간에서 삶을 공유했기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전시를 목적으로 여행을 간 것은 아니었지만 여행을 다녀와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각자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원래 각자 다른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재충전 겸 여행을 갔다가 이번 전시까지 하게 됐죠. 그동안은 여행 다닐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항상 전시를 준비해야 했거든요. 저희가 올해 참여한 전시만 5∼8개 정도 되는데…. 작업자 입장에선 아무래도 기한이 정해져 있어야 책임감도 더 생기는 것 같아요. 마치 기자들에게 마감시간이 있는 것처럼요(웃음)."

나지석, 신지원, 채정원, 황의룡 작가는 <영감, 교토>라는 주제로 각자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언뜻 보면 당연한 것 같지만 이들의 작업 방향이 서로 겹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놀랍다. 똑같은 것을 보고, 서로 다른 이미지를 뽑아낸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들 4명의 작가는 그야말로 4인4색을 뽐내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 경험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국적 낭만 담은 회화전 <영감, 교토>
일본 여행 주제로…우끼요에 기법 눈길

이중 가장 먼저 소개할 그림은 황의룡 작가의 <오사카의 밤>이다. 드라마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그림은 일행이 묵게 된 숙소 주변 환락가의 풍경을 담았다. 황 작가는 "목탄의 거친 느낌을 살려 인간관계의 어두운 단면을 들춰냈다"고 풀이했다.

그 다음은 나지석 작가의 <새와 일본>. 500호가 넘는 압도적인 사이즈(330·274cm)와 독특한 구도가 주는 형식이 긴장미를 배가시킨 작품이다. 나 작가는 "여행을 통해 느낀 일본에 대한 인식을 그림 안에 표현했다"며 "일본의 우끼요에(목판화) 기법을 삽입했다"고 소개했다.

신지원 작가의 <세이료지>도 기존에 볼 수 없던 오묘한 모멘트를 선사한다. 이국적이면서도 이질적이지 않은 그의 그림은 일본의 '신사'를 배경으로 했다. 신 작가는 “있는 그대로를 재현하기보다는 상징과 색채의 조합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채정원 작가의 <저녘녘>은 감각적인 조형미가 돋보이는 작품. 채 작가는 "여행 도중 습한 날씨가 많아 물기를 머금은 풍경이 인상적이었다"며 "잡히지 않는 정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원래 이번 전시 제목이 '이따금 목적 없이, 교토'였다”며 "이 전시 제목에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담겨있고, 어떤 목적을 두지 않았을 때 비로소 우리의 감각이 개방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4인4색 개성

젊은 작가지만 벌써 수차례의 전시 경험이 있는 이들. 그러나 이 4인방은 '전시장이 재미가 없다'는 편견(?)에 수긍했다. 같은 문화 콘텐츠인 영화나 콘서트보다 스펙터클 면에서 떨어진다는 것. 하지만 생각할 시간을 갖는 데는 전시장만한 곳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전시 제목이 <영감, 교토>인 것도 같은 이유다.


"때론 그림이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해요. 꼭 대단한 그림이 아니어도 말이죠. 우리는 전시 기간 동안 관객이 부담 없이 와서 우리의 그림을 통해 또 다른 영감을 받아갔으면 좋겠어요. 비록 날은 덥지만 고요한 전시관에서 느끼는 차분함도 좋겠고요. 잠시나마 생각의 여유를 갖는 게 우리의 풍만한 영혼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4명의 작가는?

[나지석]
▲상명대 한국화 전공, 서양화 부전공
▲레퍼런스와 드로잉>(2012) space zero gallery 기획전 외

[신지원]
▲상명대 조형예술학과 서양화전공
▲<황폐화>(2012) spece zero gallery 기획전 외

[채정원]
▲국민대 예술대학 회회전공
▲<여덞 개, 그림자의 남쪽>(2012) 남포미술관 기획전 외

[황의룡]
▲경희대 미술학부 회화과
▲<시대유감>(2013) 갤러리 소머리국밥 기획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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