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대한상의 새 수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2013.08.06 11:57:26 호수 0호

‘50대 젊은피’재계에 새바람 일으킨다

[일요시사=경제1팀] 대한상공회의소에 젊은 피가 수혈됐다. 바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그는 오너 경영인이면서도 ‘소통’과 ‘소탈’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인물. 그런 그가 보수적 성향이 강한 대한상의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의 새 수장으로 낙점됐다. 서울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9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긴급 회장단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박 회장을 신임 서울상의 회장에 추대했다.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까지 겸임하는 것이 관례인 만큼, 사실상 박 회장이 21대 손경식 전 회장의 뒤를 잇는 대한상의 회장으로 결정된 셈이다.

재계 신망 두터운
50대 젊은 오너

이로써 박 회장은 역대 전례가 없었던 ‘50대 젊은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얻게 됐다. 조직의 규모가 워낙 크고, 국내외적으로 그 역할의 범위가 방대한 대한상의의 회장직은 그간 상공업계의 원로 또는 정치인·관료 출신이 주로 맡아왔다.

재계는 ‘대한상의 박용만호’ 출범을 두고 “예상은 했지만, 다소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는 내년이면 130주년을 앞둔 대한상의가 자체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한상의는 박 회장을 추대한 배경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한국 경제를 대표할 수 있는 규모 있는 기업의 오너가 상의 회장직에 적합하다”며 “박 회장은 이를 모두 충족시킬 뿐 아니라 적극적 활동 의지, 좋은 기업인 이미지와 기업가 정신, 대·중소기업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 대 정부 및 대인관계가 원만한 인물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박 회장의 추대 배경에는 오너 일가 출신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인 만큼 대표성이 커야 한다는 의견에서다. 현 서울상의 회장단 내 오너 중 그룹 규모면에서 재계 서열 12위의 두산그룹이 제일 크다.

또한 두산그룹과 대한상의의 인연이 남다르고, 박 회장이 서울상의 부회장이 된 이후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회장단 회의에 꼭 참석하는 등 대한상의의 활동에 열정을 보인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는 전언이다.

아버지·형에 이어 두산가 네번째로 회장직 수행
오너 출신 경영인…적극적인 대외활동 높게 평가

두산그룹과 대한상의 인연은 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 회장의 선친인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이 1967∼1973년 6년간 제6·7·8대 대한상의 회장을 지냈고, 그의 형인 박용성 대한체육회 명예회장도 지난 2000년부터 제17∼18대 회장으로 5년 넘게 일한 바 있다.

여기에 전문경영인이었던 정수창 전 두산 회장을 포함해 두산그룹은 박 회장까지 총 네 번째 상의 회장을 배출하게 됐다. 가히 ‘대한상의 가족’이라 할 만하다.

‘50대 젊은 회장이 고령이 많은 상의 회장단을 이끌 수 있겠나’, ‘두산가에서 또 맡나’ 라는 태클이 없진 않았지만, 박 회장으로 최종 낙점되자 ‘기대’쪽에 평점의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두산 체질 바꾼
‘M&A 귀재’

그도 그럴 것이 재계에서 박 회장은 전문경영인을 능가하는 실무 능력을 갖춘 오너 기업인으로 손꼽힌다. 박 명예회장의 5남인 박 회장은 지난해 4월 두산 회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바닥부터 실무를 익혔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1977년 외환은행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82년 두산건설에 사원으로 입사해 두산음료, 동양맥주, 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두루 거치면서 경험을 쌓았다.

박 회장의 경영 능력이 빛을 발한 것은 1990년대 중반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룹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하면서다. 그는 오비맥주 등 주력 사업을 과감히 매각하면서 그룹 체질을 혁신적으로 바꿨다.


또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2006년 영국 미쓰이밥콕(두산밥콕) ▲2007년 미국 밥캣(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 ▲2009년 체코 스코다파워(두산스코다파워) 등 1998년부터 17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이를 통해 두산은 맥주 등 소비재에서 중공업·기계 등 산업재 중심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10%대 초반이던 해외 매출 비중은 60%대로 높아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도 급성장했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매출은 지난 1998년 3조400억 원대 보다 8배 가량 증가한 26조2000억 원을 찍었다. 해외 매출도 10% 초반에서 40%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박 회장의 공격적인 M&A와 해외사업 개척을 통해 두산그룹은 전 세계 30개국에 걸쳐 3만9000여명이 일하는 10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이러한 결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했고, 결국 지난해 3월 박용현 전 회장의 뒤를 이어 두산 그룹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회장이 된 이후에는 공격적 경영을 벗고 내실 위주로 그룹을 이끌어 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런 박 회장이 이번엔 글로벌 경기불황과 경제민주화 등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정상궤도로 올리데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의 체질을 변화시켜 글로벌 경영을 추진해온 박 회장의 역량에 비춰볼 때 ‘준비된 50대 재계 수장’으로 한국 산업계가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수완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위터 스타’
소통+격식파괴

특히 박 회장은 두산그룹을 이끌면서 ‘소통’과 ‘혁신’을 강조해온 만큼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는 재계에서 ‘소통 리더십’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보여주기 식 소통이 아닌 진솔하고 친근한 모습의 소통에 힘써왔다. 대기업 오너 회장이라는 권위를 벗어던지고 임직원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


트위터 팔로워가 무려 16만 명에 이르는 박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사적인 의견, 깨알 같은 일상 등을 공개해 ‘재벌 기업인’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고 있다.

리더십 검증…117년 두산 변신 주도
권위 버린 SNS스타…팔로어 16만명

트위터 이외에도 박 회장의 소탈한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는 다양하다. 박 회장은 소주와 막걸리를 즐기고 젊은 사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저녁 자리를 갖는 편이다.

SBS 연예프로그램 <짝>에 출연했지만 파트너를 찾는 데 실패했던 자사 직원을 저녁 식사에 초대해 입소문을 탔는가 하면, 최근에는 ‘냉면집에서 5만원 외상한 사연’을 공개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직원들을 위한 음악콘서트를 마련해 자신이 직접 사회를 맡고 매년 대학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인재를 구하는 ‘최고 경영자’의 모습으로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두산이 내부적으로 상무 전무 부사장 등 직급을 없애고, 점수에 따라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인사 제도를 폐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박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 광고 카피를 만든 이도 바로 박 회장이다.

특유의 소통은 박 회장의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통해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00년 한-스페인 경제협력위원장 회장, 2009년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2011년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이사 등을 맡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고, 이 외에도 마리아수녀회 한국 후원회장, 국림오페라단 후원회장 등도 맡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바람 등으로 재계에서는 소통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고, 박 회장은 이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특히 대한상의 회장직은 다른 경제단체장에 비해 친화력이 강조되는 자리인 만큼 소통경영을 강조해온 박 회장이라면 새로운 대·중소기업 관계 정립 등 재계 현안을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현안들
어떻게 헤쳐나갈까

그러나 ‘박용만호’가 100% 순항한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조직을 이끌 인품과 자질은 인정받고 있지만, 그 실행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너로서의 경영과 대기업, 중견, 중기를 아우르는 큰 재계단체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은 다를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젊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비교적 나이가 많은 71개 지방상의 회장들과의 융합 여부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도 박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면 만만치 않은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어 그의 초반 행보는 주시 대상이다.

우선 대내외적인 경기침체와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최근 상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정치권과 타협점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회에서 기업 관련 입법도 활발해지고 노동문제도 많아지면서 박 회장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면서도 “박 회장이 과거 손경식 회장만큼의 무게감과 신망, 식견을 내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우려’보다는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대한상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회장직을 맡더라도 전혀 문제없을 것”이라며 여느 회장과 다른 젊은 감각, 넓은 소통, 격식 파괴로 재계의 중심 대변자로 활약할 것이 예고된다”고 전했다.

어찌됐건 대한상의 네 번째 두산 출신 경영인을 ‘대표 얼굴’로 맞게 됐다. 박 회장의 젊은 리더십이 대한상의 ‘130년 역사’에 어떤 긍정적인 새바람을 몰고 올지 재계 안팎의 눈이 쏠리고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박용만 회장은?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보스턴대 경영학 석사 

▲1982년 두산건설입사 

▲1995년 두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 

▲1998년 두산 대표이사 사장 

▲2005년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現) 

▲2009년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회장(現) 

▲2009년 두산 대표이사 회장(現) 

▲2012년 두산그룹 회장·두산 이사회 의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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