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제11탄] 닌텐도 ‘DS·Wii’

2009.07.07 09:14:37 호수 0호

충성(?)한 한국인 ‘뒤통수’ 제대로 때렸다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선 왜 이런 게임기를 못 만드냐.”
지난 2월 지식경제부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원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 대통령은 “엔고를 활용한 일본시장 진출대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요즘 닌텐도 게임기를 초등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던데 일본의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개발할 수 없느냐”고 주문했다.

“이런 불경기에 빛이…”
대통령·삼성 반했다

이때부터 닌텐도 게임기에 ‘MB도 반한’이란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게다가 국내 1위 기업인 삼성마저 닌텐도 매력에 푹 빠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 4월 일본 닌텐도 본사를 방문해 경영진들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삼성그룹 사장단회의에도 닌텐도가 오르내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닌텐도는 재무 유연성과 인적 자원 및 기술을 포함한 소프트 경쟁력이 뛰어난 초일류 기업”이라며 “경제 위기 속에서도 신규 시장과 고객 공략을 강화하고 혁신 제품 출시로 시장을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판매량 300만대 돌파…게임시장 40% 점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쉬운 게임’ 인기몰이


닌텐도는 일본의 게임기 업체다. 이 업체에서 판매하는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DS’, 비디오 게임기 ‘닌텐도Wii’등은 연령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기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889년 설립된 닌텐도는 120년 동안 ‘놀이문화’란 한우물만 팠다. 일본 교토에서 ‘화투’를 만드는 작은 회사로 출발해 서양 카드(트럼프)와 다양한 장난감들이 히트를 치면서 자리를 잡았다.

닌텐도가 게임기업체로 변신한 것은 1970년대 후반 ‘석유 파동’ 전후다. 닌텐도는 휴대용 전자계산기에서 힌트를 얻어 1980년 세계 최초로 휴대용 전자게임기 ‘게임&워치’에 이어 1983년 TV에 연결하는 가족용 게임기 ‘패미콤’, 1990년 ‘슈퍼패미콤’, 2002년 ‘게임큐브’등을 세계 시장에 선보였다.

특히 1985년 내놓은 패미콤용 게임 타이틀 ‘슈퍼마리오’는 닌텐도를 세계에 알린 최고의 게임 캐릭터가 됐다. 슈퍼마리오는 지금까지 기종을 바꿔가며 여전히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 등의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닌텐도가 선택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굳이 설명서가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혼자가 아닌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쉬운 게임’을 고안해낸 것. 이렇게 나온 게임기가 바로 2004년 11월과 2006년 11월 각각 출시된 닌텐도DS와 닌텐도Wii다.

닌텐도 측은 “닌텐도 게임기는 특정 마니아들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연령, 성별을 불문하고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또 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도록 두뇌 개발, 스포츠 등 건전한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닌텐도가 내세운 차별성은 적중했다. 사람들은 단순하지만 독특한 게임기에 열광했고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유독 닌텐도만 호황을 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닌텐도에 따르면 닌텐도DS는 출시 4년3개월 만인 지난 3월 1억대의 세계 판매량을 올렸다. 휴대용 게임기 사상 최단기간 기록이다. 그동안 1억대 이상을 판매한 게임기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과 PS2, 닌텐도의 게임보이 등 3종류뿐이다. 최단기 1억대 판매 달성 기록은 소니의 PS2(5년9개월)였다.

닌텐도Wii도 같은 달 출시 2년4개월 만에 게임기 5000만대가 팔려 최단 기간 판매 기록을 세웠다. 과거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2로 세운 ‘2년10개월 5000만대’의 비디오 게임기 판매 기록을 반년가량 앞당겼다.

이런 열풍을 타고 닌텐도는 사상 최고치의 실적을 거뒀다. 닌텐도는 지난해 매출 1조8386억엔에 영업이익 5552억엔을 기록해 순이익만 2790억엔을 기록했다. 순이익을 원화로 환산하면 3조6000억원에 이른다.
한 조사 결과 닌텐도DS의 브랜드 가치가 12조5000여 억원(96억5900만 달러), 닌텐도Wii가 10조7300여 억원(82억5600만 달러)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닌텐도는 게임기 2종의 브랜드 가치 상승에 힘입어 지난 5월 기준 시가총액이 무려 57조4993억원에 달했다.

수백만대 판매고 올리면서…A/S센터 단 1곳
수십억원 스타모델 쓰면서…사회 공헌 전무
주변기기 독점 판매하면서…현금으로만 결제
게임기 타이틀 한정하면서…신규출시 뒷짐만


닌텐도 게임기는 국내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006년 7월 설립된 한국닌텐도에 따르면 닌텐도DS(2007년 1월 한국 출시)와 닌텐도Wii(2008년 4월 한국 출시)는 지난 4월까지 국내에서 각각 250만대, 50만대씩 판매됐다. 닌텐도는 국내 게임 시장에서 40%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에 필수인 소프트웨어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닌텐도DS 전용 ‘뉴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44만개 ▲‘매일매일 DS 두뇌 트레이닝’ 38만개 ▲‘닌텐독스’ 30만개 ▲‘듣고 쓰고 친해지는 DS 영어 삼매경’ 23만개 ▲닌텐도Wii 전용 ‘위 스포츠’ 21만개 ▲‘위 피트’ 15만개 등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닌텐도가 국내에 설립된 3년 전만 해도 어느 누구도 이렇게 성공할지 몰랐다”며 “당분간 닌텐도의 독주가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충성(?)’한 한국 소비자들을 대하는 닌텐도의 태도는 어떨까. 한마디로 차갑다 못해 싸늘하다. 거의 외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만한 경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팔면 그만’ A/S 불만
신고건수 1위 불명예

우선 ‘장사’의 기본인 사후 서비스(A/S)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닌텐도가 운영하는 A/S센터는 경기도 부천 원미구에 단 1곳뿐이다. 방문 수리는 사절한다. 소비자가 택배나 우편으로 제품을 보내야 수리가 가능하다. 한국닌텐도는 ‘48시간 내 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수리 완료까지 적어도 1주일 이상 걸린다는 게 소비자들의 대체적인 원성이다.

더구나 한국닌텐도가 설립된 2006년 7월 이전의 제품과 한국닌텐도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서 직접 구입한 제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수리 시에도 소비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 일쑤다.

이쯤 되자 한국닌텐도의 성의 없는 A/S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가정용비디오게임기 관련 인터넷 상담건수 총 46건 가운데 한국닌텐도가 무려 33건(71.7%)을 차지했다. 이중 90%가 넘는 30건이 A/S 문제다. 경쟁사인 소니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7건)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6건)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연맹의 집계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닌텐도가 12건으로 ‘불만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SCEK는 6건, 한국MS는 1건이 접수됐다.

한 소비자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국닌텐도는 ‘팔면 그만’이란 안일한 A/S로 소비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며 “각 소비자단체에 접수되고 있는 민원 건수를 보면 게임기 관련 업종부문에서 닌텐도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닌텐도는 사회공헌 활동도 전무하다. 기업의 ‘나눔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핵심 경영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영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닌텐도는 ‘나눔’에 인색하다.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몰라라’하고 있다. 한국닌텐도가 수십억원대의 거액을 들여 장동건, 원빈, 이나영, 송혜교 등 최고의 톱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해 대대적인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한국닌텐도는 또 다른 게임업체들이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에 발 벗고 나서는 분위기와 달리 국내 게임산업 발전은 안중에도 없다. 엄청난 수익을 거둬가지만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고다 미네오 한국닌텐도 사장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밝힌 “한국 게임시장을 발전시키겠다”는 공언이 현재까진 허풍으로 남은 셈이다.

반면 한국닌텐도의 ‘상술’은 엄청나다. 한국닌텐도는 충전지, 어댑터, 케이블, 터치펜 등 게임기의 주요 주변기기를 오직 한국닌텐도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독점 판매하고 있다.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한 유통 구조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한국닌텐도는 ‘현금 결제’만 고집한다. 카드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것. 아예 주변기기 구입 약관을 정해 놓고 ‘대금 결제를 한국닌텐도가 지정하는 은행 계좌로 현금 입금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입금이 늦어질 경우 주문한 상품은 입금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된다.

글로벌 경영인가
얄팍한 상술인가

용산 전자상가 한 상인은 “전자제품엔 자연히 주변기기의 소비가 추가적으로 따르기 마련인데 한국닌텐도 본사가 쥐고 있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꼼수”라며 “회사 입장에선 과당 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가격 인하 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결국 모든 부가 수익을 일본으로 가져가려는 얄팍한 상술이 아니겠냐”고 흥분했다.

게임 타이틀 문제도 그렇다. 한국닌텐도는 국내 출시 게임기에 별도의 국가코드를 삽입해 다른 나라에서 구입한 타이틀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한국닌텐도 게임기엔 오로지 한국에서 발매한 타이틀만 들어간다는 얘기다.

불법 복제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닌텐도 일본 본사는 지난해 한국을 ‘게임 불법복제가 심한 나라’로 지목하고 미국 정부에 강력한 제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외에 비해 국내에 출시된 타이틀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닌텐도 측은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에둘러 시정은 하겠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는 투다.
회사 한 관계자는 “A/S센터를 늘리는 등 고객서비스와 유통시스템, 사회공헌활동 개선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국가코드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 등 모든 나라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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