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충격의 토요일! 노무현 서거①극단적 선택 왜?

2009.05.26 13:13:32 호수 0호

노(盧) 옭아맨 사슬이 벼랑 끝으로 몰았다


대한민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 그야말로 ‘충격’이란 말로밖에 표현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을 금치 못하고 있다. 무엇이 노 전 대통령을 돌이킬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것일까.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를 옭아맨 사슬을 하나하나 풀어봤다.

비서관 한눈파는 사이 바위 아래로 투신
의식 없는 상태로 이송…‘머리손상’ 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5시45분께 비서관 1명과 함께 사저를 나와 마을 뒷산인 봉화산을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은 오전 6시40분께 봉화산 중턱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동행했던 비서관이 한눈을 파는 사이 바위 아래로 뛰어내렸다.



대한민국 공황 상태 
온 국민 참담·비통

경찰은 “사저에서 직선거리로 200m가량 떨어진 ‘부엉이 바위’에서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비서진과 경호원 등에 의해 승용차편으로 오전 7시께 인근 김해 세영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이 병원 측은 “노 전 대통령이 병원 도착 당시 의식이 없고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으며 심폐소생술에도 호전되지 않아 부산대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오전 7시35분께 세영병원을 떠난 노 전 대통령은 오전 8시13분께 부산대병원에 도착,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에도 불구하고 끝내 회복하지 못한 채 오전 9시30분 서거했다.

부산대병원은 노 전 대통령의 직접 사인이 ‘머리 손상’이라고 발표했다.
백승완 부산대병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병원에 도착했지만 이미 의식이 없었고 자가호흡도 없었다”며 “머리에 7cm 정도의 열창이 있었고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사망했다. 두부외상이 사인이며 늑골 골절 등 다발성 골절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한마디로 그의 자살 동기가 뭐냐는 것이다.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선 ‘검찰 압박’이 직접적인 자살 원인으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줄곧 뇌물수수 의혹을 받아왔고, 이와 관련 지난해 말부터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냐’가 의혹의 핵심.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노 전 대통령의 연루 여부가 관건이었다. 검찰은 그의 측근들을 수사하면서 사실상 예봉을 노 전 대통령 쪽으로 겨냥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압박과 금간 자존심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끝내 회생하지 못해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괴로운 심경을 여러 차례 비친 바 있다. 지난달 30일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기 직전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리는 등 비통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만으로 저는 도덕적 명분을 잃었습니다. 더 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지지자)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임기 내내 ‘도덕성’을 강조하며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분명히 했다.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밀어주고 당겨주는 연고주의 폐해를 없애겠습니다… 특히 측근 비리 척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2003년 2월 취임 당시 “참여정부는 역대 그 어떤 정권보다 깨끗할 것이다. 참여정부에선 실세도, 게이트도 없다”며 도덕성을 권력 유지의 핵심기반으로 내세웠고, 청와대는 대통령 측근 비리 근절을 정권 차원의 과업처럼 추진해왔다.
따라서 검찰과 정치권 안팎에선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자 정치적 무기인 도덕성을 잃은 노 전 대통령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으면서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4가지 자살동기 가능성>
①수사 과정서 심한 모욕?
②평생 공언 도덕성 상처?
③가족·측근 확대 죄책감?
④진술 거짓말 들통 부담?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자신으로 인해 평생 동지와 친인척들이 고초를 당하는 것에도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줄줄이 구속시켰다. 이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들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과 후원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검찰의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가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의 알선수재, 조세포탈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장남 건호씨, 딸 정연씨, 조카사위에 이르기까지 전 가족으로 수사가 확대됐다. 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날은 검찰이 권 여사를 재소환하기로 한 날이기도 하다.

노 전 대통령 한 측근은 “자신의 가족과 참모들, 후원자들이 고초를 당하고 있는 데 대한 부담이 컸던 것 같다”며 “노 전 대통령과 주변인들이 ‘부패 패밀리’로 비친 게 극단적인 선택을 불러온 원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모욕을 줄 만한 검찰의 이상한 수사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검찰이 그동안 수사 내용을 실시간 생중계 식으로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에게 인간적인 수모를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자살 배경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검찰이 인간적인 수모”
어떻게 얼마큼 압박했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시가 2억원 상당의 시계 2개를 받았다는 등의 수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실을 브리핑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검찰이 인간적인 수모와 모욕을 주고 있다”며 “엉뚱한 사실을 흘려 망신을 주려 한다”고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또 검찰의 강압적인 밀어붙이기식 수사가 노 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검찰에 정면 반박하던 노 전 대통령이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숨겨진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우려해 몸을 던진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확보한 진술과 자료를 종합한 뒤 이르면 이달 중 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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