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충격의 토요일! 노무현 서거③ 정치권 메가톤급 후폭풍

2009.05.26 11:34:25 호수 0호

‘노 역풍’ 타고 ‘제2의 탄핵정국’ 꿈틀

여권 인사 검찰 수사 ‘노무현 후폭풍’에 위태위태
MB정부 핵심 정책, 야권 반기에 국정드라이브 주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각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청와대가 후폭풍의 영향권 아래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 현 정권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정권에 대한 사정수사로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의 동력을 확보한 이명박 정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30%대의 국정 지지율 등 아직 탄탄한 국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해 촛불사태의 파괴력을 능가하는 거대한 ‘노무현 후폭풍’이 청와대에 몰아닥칠 경우 자칫 국정 마비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정치권에 비상이 걸렸다. ‘태풍의 핵’이라 불릴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민주당 등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급보를 접한 직후 긴급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폭탄 맞은 여야 정치권
긴급회의 갖고 대책 부심

청와대는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노 전 대통령측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하고 청와대 핵심 인사들을 급파했으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표정은 밝지 않았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전후로 사고 소식과 서거 보고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도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수석 비서관들을 소집, 대책을 숙의했다.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연 한나라당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호주를 방문 중이던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긴급 귀국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한나라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개인적인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민주당도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들이 참석한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자유선진당도 이회창 총재 등 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당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여권과 청와대에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데는 이의를 표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부터 검찰에 시달려왔다. 그리고 검찰의 국가기록물 무단 이관 의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뒤에는 ‘살아있는 권력’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지난해 7월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봉하마을 사저로 국가기록물을 무단 이관했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전 청와대 행정관 등에 대한 소환조사와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 서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등 전방위 수사를 펼쳤다.

또한 지난 3월부터는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박연차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불거졌다. 참여정부에서 노 전 대통령과 일했던 이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으며 노 전 대통령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모두 검찰 수사를 받았다.

공적으로 몰린 청와대
‘무리한 수사’ 여론 비등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받았으며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이 사실을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검찰 수사는 비판을 받아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점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박 회장의 진술에만 의존한 채 무리하게 혐의를 씌우려 했다는 것이다. 가족을 모두 소환하고 측근 전체를 뒤흔드는 ‘바닥까지 훑는 수사’에는 노 전 대통령을 흔드는 것으로 반사이익을 꾀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현 정권과 가까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수사가 검찰의 지나친 신중모드에 지지부진한 느낌”이라며 “혐의 사실을 생중계하듯 했던 전직 대통령 등 지난 정권과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태도와는 너무 확연한 차이가 난다”고 검찰의 수사 태도를 지적했다.


친노 진영 일각에서도 “현 정권에 의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견딜 수 없는 수모를 받은 것이며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는 명백한 정치적 타살”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검찰과 현 정권이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이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안 최고위원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사실상 정치적 타살”이라며 “검찰 수사는 누구든지 신원보호라는 기초적인 전제 아래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의혹을 사실인 양 언론에 흘리고 무책임한 수사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시정잡배로 만들었다”며 “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아니고 대한민국 전체를 모욕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지원 의원도 “검찰이 일가친척의 비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혐의점을 언론에 일일이 공개하는 바람에 노 전 대통령이 감내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검찰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정치권은 이러한 주장이 검찰을 넘어 청와대까지 정조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 노 전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던 이들도 “검찰이 너무했다”는 식으로 돌아서고 있는데다 일부 지역에서 촛불집회가 논의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현 정권의 보복수사’에 따른 희생양으로 강조하고 있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 “믿기지 않는 비극을 불러온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도 “우리는 누차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혐의를 받고 있는 여권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다.

야권의 주장에 ‘명분’이 생긴 만큼 여권 인사들도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회장은 물론, ‘실패한 로비’라는 이유로 검찰 수사에서 제외된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의원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6월 국회’에서 여권의 미디어법 처리에 대항해 반MB 진영의 결집이 관측되고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과 기업 구조조정, 4대 강 살리기, 교육개혁 등 집권 2년차 내내 속도감 있게 진행되던 핵심 정책들이 줄줄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 지역을 중심으로 촛불집회 움직임과 ‘반MB’기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도 청와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실제 민주노총은 화물노동자 총파업을 앞두고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그 누구도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정권’이라고 규정”하고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이처럼 지난해 6월 광우병 파동으로 시작된 촛불사태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된다면 ‘뒷감당’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속도전 ‘주춤’
제2의 촛불사태 일어날까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촛불사태 후 이명박 정부가 언론과 시민사회단체 등에 대한 견제와 정치권을 향한 사정수사로 국정 동력을 회복했다”면서 “경제가 안정되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회복됐지만 강력한 국정운영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데다 다시 한 번 촛불사태가 터질 경우 국정운영에 미칠 엄청난 파장은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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