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노림수

2013.04.22 14:49:41 호수 0호

잘나가는 회사를…도대체 무슨 일?

[일요시사=경제1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단단히 화가 났다. 보유지분 전량을 다국적 기업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공매도 세력'에 지쳤다는 게 이유다. 그런데 증권업계에서는 서 회장의 의도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셀트리온이 분식회게 및 실적부풀리기 의혹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업가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성공해보니 우울증과 공항장애가 오더라. 우울증은 죽고 싶은 병이고 공황장애는 죽을 것 같은 병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 두 병은 서로의 가장 좋은 치료제다. 우울증 걸린 사람은 공황장애를 겪으면 죽지 않는다."



지난 16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꺼낸 다소 충격적인 말이다.

코스닥 시총 1위

이날 서 회장은 "솔직히 말해 지쳤다. 다 내려놓고 싶다.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6월 말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해외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튿날 셀트리온은 서 회장의 지분을 매각할 주간사로 JP모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이날 매각 준비 절차에 착수했으며 매각 대상 업체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미 몇몇 업체들이 셀트리온에 지분 인수 의향을 비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총 4조4000억원이 넘는 코스닥기업이 외국 자본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셀트리온은 특허가 끝난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의미하는 바이오 시밀러를 개발·생산하는 기업이다. 개발한 바이오 시밀러는 관계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판매한다.


그가 매각 이유로 든 것은 장기간 지속된 공매도다. 공매도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매각하는 것을 말하는데 공매도자는 증권사 등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매각한 뒤 며칠 후 주식을 다시 매입해 이를 상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하는 것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용되는 수법이다.

서 회장은 "지난 2년간 불법공매도 세력이 회사에 대한 악성루머를 생산·확산시켜 이로 인해 주가가 떨어졌고 회사가 주가부양을 위해 R&D 비용으로 쓰일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432거래일 중 412일에 걸쳐 공매도가 발생했다. 일일거래량 대비 공매도 체결 비율이 3% 이상인 날도 189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매도 비중이 높은 기업의 주가가 언제나 하락하는 것만은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연초 이후 지난 15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누적 공매도 비중 1위는 17.99%로 롯데하이마트가 차지했다. 그 뒤를 영원무역(16.45%), 현대산업개발(15.3%), 대우건설(15.06%) 등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셀트리온(6.29%), 에스에프에이(4.59%), 다음(4.56%)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주가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5.44% 하락했지만 롯데하이마트 주가는 8.26% 상승했고 영원무역은 30.36% 급등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에스에프에이의 주가는 30.67% 올랐다.

공매도 문제삼아 보유지분 매각 폭탄선언
'정말?' 진짜 이유·의도에 의구심 증폭

이런 상황 때문에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서 회장의 지분 매각 배경이 공매도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몇 년간 셀트리온은 분식회계 및 실적부풀리기 의혹에 시달려 왔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 3489억원, 영업이익 197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 매출이 실제 판매가 아니라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재고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난해 재고자산은 2981억원이며, 매출 338억원에 223억원의 영업손실로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셀트리온의 매출액으로 잡힌 금액 중 상당수가 계열사 재고자산인 셈이다.

문제점은 또 있다. 서 회장이 금융권으로부터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주식 담보대출을 받은 것이다. 셀트리온이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전체 주식의 10%(1003만주)를 담보로 2006년 6월부터 지난달 29일까지 19차례에 걸쳐 우리은행·대우증권·농협중앙회 등으로부터 2370억원을 대출받았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서 회장이 지분 97.3%를 보유하고 있다.

서 회장이 68.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GSC도 셀트리온 주식 694만주를 담보로 금융회사들로부터 1747억원을 차입했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을 받았고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이 금융회사의 일부 상환이나 추가 담보 요구 등을 불러오기 때문에 무리한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가를 관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지난 18일 오전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분식회계가 사실이라면 그것을 눈 감아줄 회계법인이 있겠냐"며 "더 이상 해명할 이유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 "바이오 분야는 승인에만 6개월 이상 결려 9개월치 재고를 쌓아뒤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지분 매각에 대한 질문에는 "번복할 자격은 없지만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 모든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주주와 국민들이 나의 번복을 이해할 수 있지 않겠냐"며 매각 철회 가능성을 열어놨다.

서 회장은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기와 한국생산성본부를 거쳐 대우자동차 임원을 지내다 2000년 넥솔이라는 회사를 세우고 바이오 산업에 뛰어들었다. 2년 간 바이오 선진국을 돌아다니며 조언을 구하던 중 세계적인 생명공학 기업인 제넨텍에서 동물세포 배양기술을 이전받기로 했다. 2002년 셀트리온 설립과 함께 인천 송도에 공장을 세우고 해외 제약사의 제품을 대신 생산하면서 기술을 축적시켜 왔다.

외국에 넘어가나

현재 주요 사업은 동물세포배양기술을 바탕으로 한 바이오 신약의 개발, 생산 및 판매, 수출이다. 계열회사로는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GSC, 셀트리온창업투자, 셀트리온ST, 셀트리온유럽, 셀트리온돈, 셀트리온예브라지아,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화학연구소, 코디너스USA 등이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공매도 논란' 셀트리온 주가 보니…

공매도 세력이 셀트리온에 대한 공세를 본격 시작한 때는 지난 201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셀트리온 주가는 4만1000원 선. 이후 5만7000원대까지 올라갔던 셀프리온 주가는 같은 해 11월 분식회계설과 중국 임상 실패설, 서 회장의 해외 도피설 따위의 루머가 번지면서 3만7000원대로 급락했다. 


지난해 5월 셀트리온은 보통주 1주당 0.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실시했고 주가는 사상 최대치인 6만629원(2012년 6월1일 종가)을 기록했다.

이후로도 셀트리온은 주식 배당, 현금 배당 등의 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셀트리온 주가는 그때마다 올랐지만 이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오르고를 반복했다. 같은 기간 주가는 4만5000원∼5만3000원의 등락치를 보였다. 

지난 2월 액면병합실시로 5만5500원을 찍었던 주가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지분 매각 발표 후 지난 18일 3만68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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