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이상한 채용’ 논란

2013.04.24 15:46:32 호수 0호

역시 박성수…빨갱이·이단 솎아내기

[일요시사=경제1팀] ‘이랜드그룹에 입사하려면 우선 정치성향이 잘 맞아야 한다?’ 이랜드가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험에 부적절한 질문을 다수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지원자들과 네티즌들은 “지독한 사상검열”이라며 반발했다. 과연 이랜드그룹이 요구하는 신입사원 ‘DNA’는 무엇일까.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와 검찰에 있다. (예/아니오)’
‘기독교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경제관념이 더 좋을 것이다. (예/아니오)’
‘여성할당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아니오)’



노무현 죽음 책임은?

2013년 이랜드그룹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인적성(직무적성) 검사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 항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실시한 대졸 신입사원 인적성 검사에서 응시생들에게 정치성향을 묻는 등 다수의 부적절한 질문을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직무적성검사는 약 3만5000명의 지원자 중 서류전형을 합격한 3000여명이 오전 1차, 오후 2차에 나눠 치렀다.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해당 검사는 말 그대로 응시생이 업무수행과 조직적응에 적합한 소양과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험이다.

간단한 인적사항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기초인재유형검사, MBTI 등 응시생의 가치관과 성향을 묻는 검사와 언어·수리에 대한 시험도 있다.


그러나 이중 사회의 전반적인 이슈를 묻는 ‘기초인재유형검사’ 항목에서 응시생이 정치성향을 찬반으로 답해야 하는 문항이 포함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질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와 검찰에 있다’ ‘국가에서 우선시해야 할 것은 성장보다 분배다’ ‘여성공무원 할당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다’ 등이다.

기독교 이념 아래 세워진 이랜드는 종교에 대해서도 물었다. ‘기독교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경제관념이 더 좋을 것이다’와 어떤 기독교 단체 활동을 하는지, 다니는 곳의 교회명과 등 종교적인 자세한 내용까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응시자가 비 기독교인이라면 ‘기타’를 선택하면 되지만 이랜드는 신입사원 지원 자격에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분’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부모님 연봉, 직업, 학력, 담배, 술을 얼마나 하는지 등도 포함됐다.

이러한 질문은 기초인재유형검사에서 수년 전부터 반복해 사용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책임 주체를 묻는 질문은 2011년부터 매년 포함됐다.

정치·종교 등 공채시험에 부적절 질문
인재유형검사 수년 전부터 비슷한 문제

노무현 재단 측은 “이런 내용을 대기업 공채 문제에 왜 담았는지 궁금하다”며 “의도자체가 부정적인 것이 아닌가”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문성근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밥줄로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 말라! 더러운 폭력 멈추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원자들 역시 채용 과정에서 기업이 정치성향을 묻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한 지원자는 “다른 시험은 편하게 임했지만 인재유형 검사가 마음에 걸린다”며 “문제를 보고 정말 난감했다. 당락에 관계가 있는 것인지, 명성 그대로 인성이 ‘멘붕’인 이랜드였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지원자는 “기업이 묻는 것이기 때문에 보수기업 성향에 따라 사실상 정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냐”라며 “비 기독교인이지만 교회에 다니는 척,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해서도 내 생각과 다르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이랜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기독교 이념 아래 세워진 이랜드 공채시험 질문을 보니 이 기업의 민주주의 수준을 알 수 있겠다”라며 “종교적 자유도 중요하고, 정치 성향의 자유도 중요하거늘”이라고 힐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은 사상검열이며 노조할 사람 미리 솎아내기다”라며 “차라리 국정원 간판을 달아라”라고 질타했다.


파문이 점차 확산되자 이랜드 인사위원회는 지난 15일 오후 채용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관련 검사에 대해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랜드 인사위는 “일부 언론에 보도된 ‘이랜드 인재유형 검사 내용’ 관련하여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지난 13일 진행된 공개채용 직무적성 검사 중 일부 문항이 정치적 성향 및 개인의 종교를 묻는 질문으로 오해를 살 수 있음을 발견해 이번 인재유형검사 결과는 전형과정에서 전면 배제하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랜드 인사위는 이어 “향후 이랜드 직무적성검사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인재유형검사를 지원자의 입장에 서서 전면 개편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논란이 된) 기초인재유형검사는 합격 당락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지원자의 유형을 파악하는 데만 사용됐다”며 “향후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독한 사상검열”

이랜드는 1980년 박성수 회장이 이화여대 앞에서 시작한 7㎡(2평)짜리 옷가게 잉글랜드가 그 모태다. 이 옷가게가 성공을 거두자 곧바로 사업 확장에 들어갔고 헌트, 언더우드, 브렌따노 등 중저가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이며 연 매출 9조5000억원의 대한민국 대표 패션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특히 매년 순이익의 10%를 은퇴기금을 조성해 직원에게 돌려주는 것은 물론 연봉이 최고 50%까지 인상되는 신 보상 제도를 마련해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이랜드 공격경영 시동
LTE급 문어발 확장


이랜드의 공격 경영이 예사롭지 않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유통 채널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 인수부터 복합 리조트 설립까지 영역도 다양하다.

이랜드는 최근 광주지역에 ‘NC백화점’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복합쇼핑몰인 ‘NC웨이브’도 함께 운영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예정이다. 레저 사업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이랜드는 광주지역 진출 다음날 충주 와이키키호텔 인수 및 관광 휴양시설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 중부권 최대의 복합 리조트를 만들어 충주를 관광메카로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제주도 테마파크 건설에도 앞장선다. 이랜드는 지난달 제주도의 애월 도유지 사업자 공개 입찰에서 이랜드파크가 제안한 ‘더 오름 랜드마크 복합타운’ 사업안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이랜드는 이를 통해 문화와 휴양, 비즈니스가 결합된 제주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만들어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는 계획이다.

패션 사업 진행 또한 어느 기업보다 눈에 띈다. 지난 3월 이랜드 미쏘는 일본 요코하마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또 기존 여성 브랜드 로엠을 SPA(제조·유통일괄형 의류)로 전환, 서울 명동 눈스퀘어에 첫 매장 문을 열었다. 이랜드는 스파오, 미쏘, 디아 등 총 5개의 SPA브랜드를 운영하게 됐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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