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삼합회’만도 못한 ‘막장 국회’ 해산하라

2009.03.10 11:02:22 호수 0호

전라도 토속음식에 ‘삼합(三合)’이란 것이 있다. 잘 삭힌 선홍빛 홍어에 기름기 좔좔 흐르는 삶은 돼지고기와 아삭아삭한 묵은 김치를 싸서 먹는 것이 바로 삼합이다. 세 가지 음식의 궁합이 어쩌면 그리도 잘 맞는지 걸쭉한 막걸리 한 잔 걸치고 삼합을 한 입 싸서 먹으면 그 맛이 가히 일품진미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류의 삼합을 논할 때가 아니다. 나라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인데 한가롭게 음식 이야기나 읊조리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힘들어도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지식인과 지도자가 있다면 그래도 살아갈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으련만, 지금 우리네가 살아가는 세상은 영 그렇지 못한 것 같아 가슴속 깊은 곳에서 한숨만 나올 뿐이다.

특히 신성한 민의(民意)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에서 우리 손으로 뽑은 선량(選良)들이 저지르는 막가파식 행태는 분노를 넘어 서글픔마저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최근 사석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한 지인은 TV에서 국회의원들이 조폭들처럼 싸우는 모습이 비춰지자 ‘요즘 국회의원은 깡패만도 못하다’며 세태를 개탄했다. 거기서 나온 얘기가 바로 먹는 삼합이 아닌 중국의 원조 폭력조직 ‘삼합회(三合會)’였다.

삼합회의 원류는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가 들어서면서 ‘반청복명(反靑復明)’을 부르짖었던 비밀결사 ‘홍문(洪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홍문이 청나라의 지속적인 탄압을 받아 와해될 위기에 처하자 중국 각지에서 그 뒤를 이은 지방조직들이 생겨났고, 그런 조직 중에 하나가 ‘천지회(天地會)’였다.


천지회 역시 전국조직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탄압을 받자 다른 이름을 취하게 되는데 그중의 한 개가 바로 삼합회였던 것이다. 천지회의 다른 이름답게 천(天)·지(地)·인(人)이 조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또는 홍문에서 ‘홍’자의 좌 삼수변(水) 세 개를 떼어내서 합친다는 뜻의 삼합회라고도 한다.

보통 중국역사에서 이런 비밀결사들이 구체제를 전복시키면, 신체제의 요직을 차지하곤 했으나, 이들은 청나라 전복에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법자로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 일반 서민으로 살아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서민을 위해서 청나라를 물리치고자 했던 비밀결사는 자신들의 방대해진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오히려 서민들을 갈취하는 폭력조직으로 변모해갔다. 이것이 중국 최고, 최악의 폭력조직 삼합회인 것이다.

그렇다면 작금의 대한민국 국회는 어떠한가.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데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막말과 폭력이 난무하는 말 그대로 ‘막장 국회’의 전형이다. 폭력조직인 삼합회에는 그나마 조직원간의 의리와 낭만이라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에는 동료의원들간의 의리와 낭만은커녕 대화와 타협 대신 주먹질과 발길질만 오가는 살벌한 조직이다. 비슷한 점이 있다면 삼합회가 반청복명을 부르짖었듯 민주당은 ‘반한복민’, 한나라당은 ‘반민복한’을 부르짖으며 사생결단 혈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집권여당이었던 민주당이나 현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벌이는 ‘입법전쟁’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목을 조르고 배를 걷어차고 턱을 올려쳐 벌써 몇 명씩이나 병원에 실려 가는 볼썽사나운 막장드라마가 연출됐다.

이유인즉 야당은 미디어법을 비롯한 이른바 ‘MB악법’의 상정을 저지하기 위함이고, 여당은 이를 기필코 통과시키고야 말겠다는, 양측 모두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의 각오에서 비롯된 예견된 충돌이었다.

그러다 보니 조폭들 간의 싸움에도 동원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경찰병력이 국회의사당을 에워싸는 전대미문의 희한한 광경도 목격됐다. 그 모습을 보던 지인은 “역시 우리나라 국회가 국제폭력조직인 삼합회보다 더 세긴 센 모양이야”라고 비아냥댔다.

오죽하면 배울 만큼 배운 사람 입에서 그런 얘기까지 나왔을까.

무릇 민주주의의 발전은 대화와 타협이 전제돼야 한다. 한나라당 출신의 김형오 국회의장이 말했듯 ‘소수가 배려된 가운데 다수결이 작동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 기본 가치를 존중할 때 대한민국의 진정한 의회민주주의는 기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물며 법을 생산해내는 입법기관이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그것도 모자라 허구한 날 싸움질만 일삼는다는 것은 국제적 망신살임은 물론, 자라는 아이들 보기에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민들 가슴에 실망만을 안겨주고 온갖 추태를 부린 국회에 대해 국민들의 인내심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 따라서 여야는 국민 앞에 머리 조아려 사죄하고 국회를 정상화시키든지, 아니면 이참에 아예 국회를 해산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실추된 18대 국회의 체면을 살리고 국민을 주인 대접하는 유일한 최선책과 차선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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