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50)

2012.11.05 11:02:09 호수 0호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게 도박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쌀은 내줘도 노름 돈은 빌려주지 않는다
장난 삼아 카지노 들렀다 전 재산 탕진

“재미는 무슨, 죽을 맛인데….”
선배의 힘 빠진 목소리가 계속 울려나왔다.
“얼마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다는 말만 듣고 있었는데, 어때요? 시작했어요?”
“아니야, 괜히들 그렇게 말들은 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저 할일 없이 이곳저곳 헤매고 다녔어. 뭔가 시작했다면 자네에게 알렸겠지.”

안 좋은 예감

“저한테 알리지 않더라도 잘 되어야지요. 그건 그렇고 전화번호를 바꿨어요?”
“그렇게 되었어. 찾는 사람이 많아서….”
오 선배는 마치 무슨 큰일이 꼬여 해결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듯 여전히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모른 척하고 용무를 물었다.
“그래 어쩐 일이세요?”
“아, 그게….”
오 선배는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했다.

“아니 평소 선배님답지 않게 뭘 그래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
나는 재촉하듯 말하면서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를 쳐다보며 전화가 좀 길어질 것 같다는 눈짓을 보냈다. 친구 역시 감을 잡았는지 어쩔 수 없다는 듯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며 양해한다는 웃음으로 계속하라는 사인을 보내주었다.
“사실 지금 여기는 태백이야.”
“강원도 태백? 아하, 여행가셨어요?”
나는 회사를 그만둔 오 선배가 시간을 내어 잠시 여행을 간 것이라고 어림짐작했다.
“여행을 왔으면 오죽이나 좋겠어. 이곳은 왜, 자네도 알거야. 태백 카지노….”
순간 뭔가 일이 잘못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카지노는 왜요? 구경 갔어요?”
“구경 왔으면 오죽이나 좋겠어. 내가 말 못할 사정이 많아. 자네는 이해하지 못할 거야.”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좀 복잡한 일이 있네….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내가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차를 찾지 못해 돌아갈 수가 없어.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겠는가?”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되네요. 오 선배님 승용차를 왜 찾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내 차가 아니라 동서 차를 빌려가지고 왔는데….”
“오 선배님 차는 어떡하고 동서차를 가지고 갔다는 말입니까?”
“내차는 없어.”


“아니 그 좋은 차가 없다니, 좀 상세히 말해 봐요?”
“허어 그렇게 되었다네. 그것보다 차를 찾는데 돈 천만원 정도가 필요해.”
“아니 그럼 카지노에서 돈을 잃었단 말입니까?”
“휴, 사실은 카지노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채업을 하다가 카지노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했어. 처음엔 장난삼아 했는데, 조금씩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어 나중엔 몽땅 잃게 되었네.”
선배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나 역시 어이없어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친구를 쳐다보며 황당해 하자, 친구 역시 대화 내용을 감 잡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아니 그럼 지금 나더러 카지노 도박 돈을 빌려달라는 겁니까?”
“아닐세. 얼마 전에 내 차를 잡히고 돈을 빌려 도박을 하다가 날렸다네. 그래서 집사람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해서 내 차를 찾기 위해 태백에 다시 왔다가 그 돈마저….”
오 선배는 차마 말을 하기가 부끄러웠는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아니, 뭐요? 정말 정신 나갔어요?”
나도 모르게 속이 상하고 화가 치밀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안하네. 임 이사, 자네 성격을 내가 왜 모르겠는가. 허나, 동서가 내일 지방 출장을 간다고 하는데 차를 찾아주지 못하면 안 되게 되었네. 급하다 보니…. 그저 죽고 싶은 심정뿐이라네.”
“선배님! 괜히 욕먹을 짓 하지 말고 집이라도 잡혀 대출받아 정리하면 되잖아요.”
“대출받을 입장이 아니니까 자네에게 부탁하는 게 아닌가?”
“아이쿠, 오 선배 정말 큰일 날 분이네요. 그래, 길음동 4층 다가구 주택은 어떻게 되었어요?”
“그것도 벌써 다른 사람에게 넘어 갔다네”
“뭐요? 그 주택을 날려요? 내가 그걸 어떻게 건져준 것인데, 불과 몇 년도 못가서 날렸단 말이요? 그것도 도박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

선배는 할 말이 없는지 꾸짖는 내 말에도 화를 내지 않고 그저 듣고만 있었다.
“선배님이나 내가 얼마나 고생하여 만든 건물인데 아무런 보람도 없이 그것을 날려버리다니 에이…. 욕이 절로 나오네.”
나는 정말 울화통이 터져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었다.
“미안하게 되었네.”
“미안이고 뭐고 간에 노름돈은 단 한 푼도 빌려 줄 수가 없어요! 선배님이 쌀이 없어 쌀을 보태달라고 하면 내가 쌀은 팔아줄 수가 있어요. 그러나 도박과 관련된 돈이라면 집 창고에 가득 쌓아놓았다 해도 단 한 푼도 줄 수가 없습니다!”
“자네가 화 낼만도 해. 하지만 내가 오죽하면 그러겠나? 그저 죽고 싶네.”
“아니 죽든지 말든지 나한테 그런 말 하지마세요!”
“임 이사, 내 옆에 차를 잡혀준 사장님이 있네. 내가 그분을 바꿔 줄 테니 한번만 믿어 주시게.”

“아니 내가 짱구입니까? 서로 짜고 고스톱 치는 것을 모르겠어요? 선배님, 미안하지만 이제 그만 전화 끊읍시다.” 
“도저히 안 되겠나?”
“미안합니다. 전 이해가 안 됩니다. 그 수십억이나 되는 재산을 도박으로 날린 것을….”
“어이, 임 이사?”
“그만합시다. 선배님이 태백에서 돌아오면 그때 얘기 합시다.”
나는 오 선배의 부탁을 단호히 거절하며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통화중단버튼을 눌러버렸다. 속이 터져서 더 이상 말하기도 힘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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