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왕열 조카·김미영 팀장 조직원 동반 탈옥, 왜?

2026.04.07 09:43:56 호수 1579호

“박 있던 뉴빌리비드서 마약 유통하다 계획”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의 조카도 마약 유통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왕열의 조카 이모씨가 국내 유통을 담당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가 탈옥한 곳은 박왕열이 수년간 수감됐던 뉴빌리비드 교도소다. 4개월여 전 탈옥 당시 이씨는 또 다른 인물과 탈옥을 감행했다.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김미영 팀장의 하선이었던 양모씨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경찰이 절대 못 잡는다.” 양모씨가 지난해 12월 말 탈옥 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그는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의 조카인 이모씨와 뉴빌리비드 교도소(NBP)에서 동반 탈옥했다. 경찰이 잡지 못할 것이라 호언장담했지만 두 사람 모두 한 달도 되지 않아 검거됐다.

구체적 탈옥 계획

양씨는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하선이었다. 이 둘은 필리핀 이민국 수용소인 비쿠탄에서 처음 만났다. 양씨는 주로 조직의 범죄수익금을 관리하면서 박씨와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양씨는 박씨가 보이스피싱뿐만 아니라 마약 유통에 손을 대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박정훈이 본인이 탈옥하면 가족들을 안전하게 관리해주겠다고 했었다. 믿었는데 가족을 여러 번 협박했다”고 했다.

양씨는 폭행,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수년간 비쿠탄에서 생활하다가 지난해 NBP로 이감됐다. 그가 NBP로 이감됐던 이유는 필리핀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가 확정된 게 아닌 비쿠탄 교도소의 인구 과밀화가 원인이었다.

NBP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 외곽에 위치한다. 수감자의 43%가 살인 및 신체적 상해 관련 범죄로 수감돼있다. 연쇄살인범과 마약계 거물 등이 샐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설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20년형 이상을 선고받은 재범 범죄자들이다.

이 외에도 20년 미만의 복역자를 수용하는 중간 보안시설, 형기를 마치기 직전이나 70세 이상 고령자 및 아보 교도소를 수용하는 최소 보안시설 등 3개 구역으로 구성돼있다.

2021년 11월 기준 NBP에 수용된 인원은 3만여명이다. 이상적 수용 인원이 65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 과밀화가 심각한 편이다. 200명도 되지 않는 필리핀 법무부 산하 수정국 간수들이 낮 동안 출입문을 통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에 나서지 않는다.

다만 수감자 약 10000명(PDL)이 올해 안에 국내 다른 교도소 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NBP는 2028년 이전에 폐쇄된다. 정부기관, 주택 등 부동산 개발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양 “돈 급해서 유통…마음만 먹으면 우리 못 잡아”
호언장담했는데…탈옥한 지 한 달도 안 돼 붙잡혀

필리핀 교정당국은 지난해 12월 말까지 약 28000여명의 수감자 중 1만8222명이 형기 만료로 석방됐고 나머지는 가석방, 무죄 및 기타 법적 구제책을 통해 풀려났다고 발표했다. 혼잡 체증률은 2022년의 356%에서 69% 감소했다.

양씨는 NBP에서 이씨를 만났다. 이 둘은 지난해 11월부터 탈옥을 계획했다. 교도관들의 동선과 교대 시간을 확인하고 뇌물을 건넸을 때 거절하지 않을 만한 직원들을 체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여 뒤인 12월 말 양씨와 이씨는 탈옥에 성공했다.

경찰과 정보기관 등을 통해 이들이 탈옥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일요시사>는 양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양씨는 “박씨를 죽이려고 탈옥했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경찰도 못 잡는다”고 했다.

경찰에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이들은 마닐라의 한 모처에서 한 달여도 되지 않아 붙잡혔다. 사정기관에 따르면 양씨와 이씨 모두 국내에 마약을 유통하고 범죄수익을 세탁했다. 필로폰과 케타민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당국은 양씨를 국내로 송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현재 수도권의 한 구치소에 수감돼있다. 이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도 진행 중이지만 필리핀 내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가 정리되지 않아 이른 시일 내에 국내로 송환될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가 송환을 추진 중이지만 시간 좀 걸릴 것 같다. 검거 당시 소지하고 있던 마약량과 범죄수익금, 어디로 얼마나 유통했고 박왕열에게 얼마나 많은 양의 마약을 받았는지 등 아직 현지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양씨는 지난 1월 NBP에서 탈옥 후 <일요시사>와 수차례 연락했다. 양씨는 먼저 마약을 유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돈’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돈이 급해서 좀 했다. 이씨랑은 상관없는 일이다. 같이 조직적으로 유통하진 않았다”고 했다.

양 “박왕열, 옥계항 코카인 사건 연루” 주장
"국정원, 관련 내용 파악했을 것” 증거 없어

양씨는 서초경찰서 수사 대상이었다. 마약 유통 조직의 최상선이라고 판단한 서초경찰서는 올해 초 양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양씨는 “내가 최상선이 아니다. 난 그저 핸드폰으로 유통하는 이들에게 물량과 마약이 있는 장소만 알려줬을 뿐”이라며 자신의 혐의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박왕열이 옥계항 사건과 연관돼있다. 옥계항에서 발견된 일부 마약이 박왕열의 물량이다. 국정원은 이미 파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옥계항 사건 마약량이 어마어마한데 박왕열의 물량은 얼마나 되냐”는 <일요시사>의 질문에는 “정확한 양은 모른다. 50kg 조금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옥계항 마약 사건’은 지난해 4월 발생했던 국내 최대 규모의 코카인 밀반입 사건이다. 국제범죄 카르텔과 필리핀 국적 갑판원들이 조직적으로 계획했을 정도다.

이들이 밀반입하려던 코카인의 무게는 포장지까지 포함해 약 1988㎏으로 570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다. 이는 국제 마약 카르텔까지 연계된 국내 최대 규모의 마약 범죄로 꼽힌다.

코카인을 숨긴 선박은 충남 당진항과 중국 장자강항, 자푸항 등을 거쳐 지난해 4월 강릉 옥계항에 공선(화물 없이 입항하는 선박) 상태로 입항했다. 마약 의심 물질을 선박에 싣고 한국으로 입항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동해지방해양경찰청과 서울본부세관은 선박을 수색해 코카인 의심 물질을 다량 발견한 바 있다.

마약 왜 손 댔나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양씨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박왕열이 국제범죄 조직과 연관돼있다는 건 사실이지만 해당 마약의 최종 도착지는 우리나라가 아니었다. 단지 경유지 였을 뿐”이라며 “양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는 이유”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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