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어떻게 피하나요?” 급선회 사고 과실 비율 공방

2026.03.30 17:53:46 호수 0호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선행 차량의 급작스러운 방향 전환으로 보이는 사고를 두고, 상대 차주 측이 피해 차주에게 과실을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책임 소재가 비교적 뚜렷해 보이는 사고라도 과실 비율 공방으로 이어질 경우, 피해 차량 측도 분쟁 대응 부담을 함께 떠안는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체감과 보험 실무 사이의 간극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8일 <일요시사>에 제보된 블랙박스 영상엔 전북 전주의 한 T자형 교차로 앞 왕복 4차로에서 주행하던 택시가, 2차로에서 속도를 줄인 뒤 갑자기 좌측으로 방향을 튼 차량과 충돌하는 장면이 담겼다.

피해 택시 운전자의 자녀 A(34)씨는 <일요시사>에 “상대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직전에 켜 예측이 어려웠고 아버지도 규정 속도를 지키며 운전해, 당시엔 100대 0으로 정리될 줄 알았다”며 “하지만 사고 수습 과정에서 상대 측이 ‘피해 차량에도 과실이 있다’는 입장으로 나오면서 저희도 경찰 신고 등으로 대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5일 부친이 근무 중이던 당시 발생했다. 그는 사고 직후 상대 운전자가 부친에게 ‘유턴을 시도하려 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이 같은 진술을 했다. 다만 상대 운전자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고로 A씨 부친은 갈비뼈 골절과 엄지손가락 부종 등 상해를 입어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병원비는 대인 보험으로 우선 처리했다. 다만 700만원대의 차량 수리비는 자비로 부담하게 됐다.


이에 대해 A씨는 “5개월 전 신차 구매 당시 아버지는 업무 차량이 일반 보험료도 비싼 데다 자차 보험까지 추가하면 100만원이 넘는 돈이 든다는 이유로 가입하지 않았다”며 “평소 안전운전을 해오던 터라 사고에 휘말릴 가능성은 생각 못하셨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만큼, 상대 측과의 과실 비율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차량 수리비 등 대물 손해를 두고 A씨 측이 직접 민사 절차를 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상대 보험사에 선지급 가능 여부를 문의한 데 대해선 “자신들이 제시한 과실 비율을 인정하기 전엔 보험비를 먼저 지급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안내했다”며 “치료가 끝나면 아버지는 다시 일을 해야 해서, 일단 저희가 부담한 뒤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A씨와 상대 측 보험사 간 통화 녹취에 따르면 담당자는 “저희 차주는 이번 사고를 단순 차량 차선 변경으로 보고 있어 일방 과실은 인정할 수 없고, 70대 30 또는 80대 20을 주장하는 입장”이라며 “‘분쟁해도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은 했지만, 차주 입장을 무시하고 보험사에서 임의로 처리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차량이 법인 소유이기 때문에, 당시 운전자가 합의 의사가 있더라도 업체 쪽에서 법적 대응을 요구하면 그대로 진행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A씨는 상대 측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당초 수리비 수준에서 마무리할 생각이었고, 상대에게 부담이 갈까 우려해 차량 수리도 제조사 공식센터가 아닌 공업사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진행했다”며 “분쟁으로 번진 만큼 민사 절차를 통해 업무상 피해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이 같은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게재했다. 회원들은 “이런 문제까지 싸워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저걸 어떻게 알고 피하나” “선행 차량 제동에도 통상 우회전하리라 생각하지 유턴은 예상 못할 듯” “사이다 후기 남겨달라” “자차 안 든 사실을 알고서 이의 제기한 건 아닐까?” “무과실 기원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보험 업계에선 자차 미가입으로 인한 수리비 선부담과는 별개로, 과실 비율 관련 분쟁 절차를 통해 무과실 판단을 다퉈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비록 이번 사안처럼 왕복 4차로 직선 구간에서 벌어진 사고는 아니지만, 비슷한 구조의 사례도 확인된다.

손해보험협회 ‘자동차사고 과실 비율 분쟁 심의 사례집’엔 지난 2018년 노면 표시를 위반해 직진·좌회전 차로에서 우회전을 시도하다 정상 진행 차량과 충돌한 건이 소개돼있다.

당시 가해 차량 측은 이를 우회전이 아닌 진로 변경이라고 주장했지만, 분심위는 “노면 표시를 위반한 채 진로 변경 신호도 없이 급우회전한 상황”이라고 보고, 청구차량의 불가항력을 인정해 피청구차량의 일방과실로 결정했다.


일각에선 상대 측 주장처럼 진로 변경 사고로 보더라도 과실이 더 무겁게 인정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손해보험협회가 운영하는 과실비율정보포털에 따르면, 차로 변경 차량이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거나 방향지시등을 적절히 작동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진로를 바꿔 충돌한 경우, 후행 직진 차량이 이를 예측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웠다고 판단되면 진로 변경 차량의 일방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과실 비율은 당시 속도와 충돌 위치, 방향지시등 작동 시기 등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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