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3대 특별검사팀이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을 종합특검팀이 이어받았다. 12·3 내란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노상원 수첩’에 대한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달 지귀연 재판부가 증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특검팀의 부담감은 커졌다. 새로운 법리 구성 또는 수사를 통해 또 다른 진술 및 물증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이게 됐다.
내란 특별검사팀이 유일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군 조직은 국군정보사령부다. 내란 특검팀은 정보사의 공작 업무와 타 조직과는 다른 지휘 체계 등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노상원 수첩’도 마찬가지다. 재판부로부터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2차 종합특검팀(권창영 특별검사)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시작부터 부담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25일 현판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권 특검은 이날 오전 경기 과천시 특검팀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오로지 법률과 증거가 지시하는 방향에 따라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대 특검이 출범한 이후 많은 성과를 거뒀으나, 부족한 점이 있다는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2차 종합특검이 출범하게 됐다”며 “중립성·공정성이 엄격하게 요구되는 특정 사건을 독립적 지위를 가지는 특별검사에게 수사하도록 하는 특별검사제도는 헌법을 수호하고 형사사법제도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헌법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6일 임명된 이후 20일 동안 수사를 준비해 왔다. 특검보로는 권영빈(사법연수원 31기), 김정민(군법무관 15회), 김지미(37기), 진을종(37기) 변호사가 임명됐다. 나머지 특검보 1명은 추후 상황에 따라 임명될 예정이다. 특검은 특검법상 파견검사 15명, 특별수사관 100명, 파견공무원 130명을 포함해 최대 251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
특검팀은 인력 구성 작업과 함께 수사 기록을 검토한 뒤 본격적인 관련자 소환 및 압수수색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3대 특검팀(채 상병·김건희·내란) 등 관계 기관을 예방하는 등 사전 작업도 이뤄질 계획이다. 수사 초기 17개에 이르는 수사 대상을 특검보별로 분담하고 우선순위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대상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이른바 ‘노상원 수첩’ 관련 의혹 등 총 17가지다.
김건희씨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이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윤석열씨와 김씨가 자신이나 타인의 수사를 보고받거나 개입한 의혹 역시 수사 대상이다.
지귀연 재판부 노 수첩 증거 배척···특검에 치명타
내란 특검 법리구성 실패? “수사 시간 촉박했다”
다만 윤씨 내란 사건 1심 재판부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점, 김건희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들이 법원에서 잇달아 공소 기각이나 무죄 판결을 받은 점 등은 이번 특검팀이 풀어야 할 과제다.
앞서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에서 지귀연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새로운 진술을 끌어내거나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2·3 내란 관련자들이 극도로 말을 아낀 점도 해당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당시 부장판사 지귀연)는 윤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그가 12·3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한 시점을 선포 당일로부터 이틀 전인 2024년 12월1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여건을 만들기 위한 정황을 만들려고 했다가 여건이 조성되지 않자 장기집권을 위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일거에 제거하기 위해 장기간 마음먹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의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내란 특검팀은 노상원 수첩에 적힌 메모가 2023년 10월에 있었던 군 사령관 인사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고, 이를 근거로 윤씨가 1년 이상 비상계엄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노상원 수첩에는 주요 정치인 등의 이름이 ‘수거 대상’으로 나열돼 적혀 있고, ‘헌법 개정’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수첩의 증거 능력을 배척했다. 증거 능력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하는 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검경국 조사본부 특검 파견 피하는 분위기
“정치적 논란 불가피…돌아와도 안 반긴다”
재판부는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이른바 노상원 수첩 등은 그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일부 내용들은 실제 이뤄진 사실과 불일치하는 부분도 있으며, 특히 그 모양·형상·필기 형태·내용 등이 조악한 데다가 보관하고 있던 장소 및 보관 방법 등에 비춰 보더라도 중요한 사항이 담겨있던 수첩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문에서 ‘이 사건 노상원 수첩에 대한 판단’을 두고 “노상원 수첩은 2024년 12월15일 피고인 노상원의 모친 주거지의 책상 위에서 발견돼 압수됐다”며 “그런데 만약 피고인 노상원이 이 사건 비상계엄을 2023년 10월경 이전부터 계획하고 그러한 계획을 피고인 김용현에게, 그리고 피고인 김용현을 통해 피고인 윤석열에게 전달했다면, 위 수첩은 자신이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1년 전부터 이를 준비하고 계획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수사기관이 발견하기 쉬운 위 주거지 책상 위에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 수첩이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선 작성자의 진술이나 증언의 신빙성이 입증돼야 한다. 그는 2024년 12월 경찰 조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얘기하는 걸 받아 적었다”고 진술했다가 변호인을 선임한 직후 검찰 조사에서는 “비상계엄 이후에 쓴 것이고 단순 아이디어나 메모를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내란 이전부터 작성해 왔다는 자신의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검찰과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 등이 종합특검팀으로의 파견을 꺼리는 점도 문제다. 파견 업무가 마무리된 후 조직으로 돌아오면 반기는 이들이 없고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게 각 수사기관 관계자들의 우려다.
최대 난제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재탕 논란’은 피하기 힘들다. 검찰의 경우 사기 저하는 물론이고 향후 로펌 취직을 염두에 둔 인물이라면 파견을 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군 수사 업무 담당자도 “현재 국방부 내란전담수사본부가 있어서 종합특검과 사건 이송을 두고 어떻게 논의가 이뤄질지 정해져야 알 수 있다. 만약 특검이 파견을 요청하면 가야겠지만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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