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 핵심 의혹 발본색원 실패, 왜?

2025.12.23 09:46:10 호수 1563호

기대가 너무 컸나 ‘절반의 성공’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별검사팀이 지난 15일 수사를 종료했다. 노상원 수첩과 핵심 수사 대상들에게 외환 혐의가 아닌 일반이적죄를 적용했다. 6개월여간의 수사 기간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이들 중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최소화해 진술하거나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이들도 존재한다. 사실상 특검팀이 밝혀낸 진실은 절반뿐이라는 지적이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무력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할 목적이었다”고 결론 냈다. 18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으나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의혹이 산적하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과 외환 혐의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80일
대장정

특검팀은 지난 15일 서울고검에서 ‘내란특검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을 갖고, 사건 총 249건가운데 윤 전 대통령,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등 27명(215건)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조 특검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등이 군을 통해 무력으로 정치 활동 및 국회 기능을 정지시키고,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를 통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장악한 후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등은 2023년 10월 전부터 비상계엄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이듬해 4월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하기 훨씬 이전, 내란을 준비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그동안 주장해 온 ‘거대 야당(더불어민주당)의 줄탄핵과 예산 삭감 등 폭거’ 등 여소야대와 같은 정치 상황과는 무관한 ‘개인적 의지’였다는 설명이다.

2023년 10월 즈음 이뤄진 군 인사에서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내란 핵심 인사들의 전진 배치가 이뤄졌는데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내용이 그대로 반영됐다. 특검팀은 수사 초기부터 노상원 수첩을 전담팀까지 꾸려가면서 분석했다.

그 결과 내란 모의 시기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결론보다 더욱 앞당길 수 있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목적이 독재였다고 봤다. ‘경고성, 계몽성 계엄’ 주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윤 전 대통령의 변명과 달리, 특검팀은 군과 비상입법기구를 동원해 행정권에 이어 사법·입법권까지 삼권을 모두 장악하려 한 시도라고 짚었다.

윤 전 대통령이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국회 전입 예산 차단 및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문건, 이 전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에게 건넨 ‘언론사 단전·단수 및 민주당사 봉쇄’ 문건, 여인형 메모에 담긴 ‘정치인 체포 명단’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외환·노상원 수첩 규명 절반도 못 해
군 수뇌부·국무위원 중심 수사 마무리

조 특검은 “(계엄으로) 자신을 거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제거하려 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명태균 공천 개입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김건희씨의 사법 리스크를 단번에 해소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가 직접 계엄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병력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선 종국적으로 ‘국회 기능 정지의 명분 때문이었다’고 짚었다. 2024년 4월 총선 결과가 반국가 세력에 의한 부정선거라고 조작할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북 작전을 수행하는 정보사 요원들로 수사단을 구성, 영장 없이 선관위 서버실을 점거하고 직원들을 체포·고문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특검팀은 이들이 야구방망이, 송곳, 망치 등 고문 장비들까지 준비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일을 지난해 12월3일로 잡은 이유 중 하나가 미국 때문이라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올해 1월 공식 취임하기 전까지, 미군이 한국의 계엄에 개입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이용하려 했다는 게 특검팀의 추정이다.

노상원 수첩에 적힌 ‘미국 협조’ 문구, 이튿날 예정됐던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면담 출국 일정 등이 그 근거다.

특검팀은 초기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시작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추가 기소하면서 석방을 막았고, 구속 취소로 풀려난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해 124일 만에 구치소로 돌려보냈다.

특히 국무위원들에 대한 헌법적 책무 위반을 내란죄로 의율해 기소한 것이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경 등 기존 수사기관에서 기소된 이들은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군·경 지휘부 등이 다였다.

수사 초반
강경 모드

특검팀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재구성한 뒤 각 국무위원들의 가담 또는 동조 여부를 가려내 한 전 총리, 박 전 장관, 이 전 장관 등을 기소했다.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으로 기소된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전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국무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됐다는 점은 뼈 아픈 대목이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우리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권한에는 치중하고 있지만 책임과 책무에는 둔감했다”며 “구속이 수사 성패를 가르는 것은 아니지만 구속 수사를 통해 범죄의 중대성을 알릴 필요는 있었다”고 말했다.

수사를 모두 마무리한 특검팀은 총 6명 중 절반인 3명의 특검보를 투입, 공소 유지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인력은 원 소속으로 복귀했지만 장우성, 이윤제, 박억수 특별검사보와 검사 20~30명가량은 계속 공소 유지를 맡는다.

특검팀이 기소한 사건 중 이미 1심 유죄 판단이 내려진 사건도 있다. 노 전 사령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사건으로 재판부는 지난 15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고와 함께 “해당 범행이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의 동력이 됐다”면서 불법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했다.


노 전 사령관은 향후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한다.

다음 예정은 윤 전 대통령의 공수처 체포방해 의혹(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재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다음 달 16일을 선고기일로 잡았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경호처를 통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의 합법적 외관을 갖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만 호출함으로써 나머지 불참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는 혐의 등이다.

계엄과 관련해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4개 재판 중 첫 1심 판단이다.

내란 혐의 1심 판결 중에는 한 전 총리 재판이 가장 먼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진관)는 다음 달 21일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의 선고를 예정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하지 않고 내란을 방조했다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날 선고는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내려지는 첫 법적 판단이다.

해소되지
않은 의혹

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진행 중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은 다음 달 중으로 변론이 마무리된다. 큰 변수가 없다면 내년 2월쯤에는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평양 무인기 의혹 등을 놓고서는 ‘군사상 이익을 저해한 무력 도발 행위’이냐, ‘북한의 오물 풍선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정상적 군사작전’이냐를 두고 첨예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일반이적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등의 정식 재판은 내년 1월12일에 시작된다.

특검팀은 외환 혐의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대해선 완벽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이는 검찰과 경찰, 공수처도 밝혀내지 못한 사안이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비상계엄 선포 뒤 합동수사2단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전 정보사 중앙신문단장(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특검팀은 드론 등 무인기에 대해 정보사가 전단통 부착을 문의한 게 이례적이라고 보고 ‘북풍 유도’를 목적으로 드론을 날리기 위해 드론사와 정보사가 정보를 교환하는 등 소통한 게 아닌지 수사했으나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국방·안보에 사용되는 드론 개발 등을 담당한다. 무인기에 전단통을 부착한 후 일명 ‘대북 삐라’를 넣으면 북한을 자극해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노 수첩으로 근거 마련했는데…반만 해석
정보사 이해 못하면 남은 의혹 규명 불가능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긴장 국면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했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여러 개를 남한에 살포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노 전 사령관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특검팀은 앞서 개정특검법안에 따라 수사 대상이 자수·고발·증언할 경우 형을 감면해 주는 ‘플리바기닝’을 노 전 사령관에게 제안했지만 “이미 충분히 진술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입을 다물었고, 이후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12·3 내란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조직은 군이다. 정보사와 방첩사 등과 같은 군 정보기관의 타격은 막심하다. 해편 수준의 개혁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실제 대수술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복수의 군 정보기관 관계자들이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 등에서 적극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소식통은 “2024년 이전부터 내란 준비를 위한 행위로 보이는 훈련과 계획 등이 여러 번 준비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북 공작과 관련된 훈련과 계획이 ‘군사 안보’에 해당하기에 수사기관에 진술하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사
미스터리

다른 군 관계자도 “정보사라는 조직이 워낙 폐쇄적이다 보니 언론에 언급되는 것 자체가 조직 입장에서는 큰 피해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인원 중에서 먼저 내용을 설명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진술하지 않은 분들이 있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다”며 “누가 조직에 피해를 주고 싶겠나. 검사들이 공작이나 작전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니 질문하지 않으면 두루뭉술하게 언급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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