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겨울철 ‘차박’ 비극⋯태백서 60대 남녀 참변

2025.11.19 11:30:17 호수 0호

‘일산화탄소 중독’ 주의보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영하권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자연 속에서 낭만을 즐기려는 캠핑과 ‘차박(차에서 숙박)’ 인구가 줄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1월 캠핑 이용은 150만박에 달해, 여름 성수기의 절반 수준을 유지할 만큼 겨울 캠핑 수요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의 난방기구 사용으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9일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36분께 강원도 태백시 혈동 태백산국립공원 유일사 탐방로 입구 주차장에서 60대 남녀가 차박 텐트가 연결된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자는 현장을 지나던 시민으로 “차박 텐트가 연결된 차량에서 모터 소리는 계속 나는데 인기척이 없고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태백소방서 구급대원들이 텐트를 걷고 차량 내부를 확인했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사후강직이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견 당시 차량의 창문은 닫혀 있었고, 차박용 텐트는 차량과 밀폐된 상태로 연결돼있었다. 현장 차량 뒤편에서는 차박용 발전기가 발견됐으며, 차량 내부에서는 유류 난방기가 작동했던 흔적도 파악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와 함께 난방기 및 발전기 사용 과정에서의 가스 유입 여부를 조사 중이다.


올해 들어 겨울철 캠핑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4일 경기 가평군의 한 캠핑장에서도 루프탑 텐트 안에서 난로를 켜고 자던 50대 남성이 숨졌으며, 지난달 13일 김포시에서도 30대 남성이 텐트 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등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산화탄소를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무색·무취·무미의 특성 탓에 누출되더라도 인지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잠든 상태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실험 결과 실내와 실외 공기 흐름이 차단된 차량과 텐트 내에서 가스 연소기 사용 시 단 40분 이내에 일산화탄소의 농도가 1600ppm에 도달했는데, 이는 2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수치다.

밀폐된 텐트 안에서 등유 난로를 켰을 경우에도 불과 35분 만에 일산화탄소 수치가 급격히 오르고, 50분 뒤에는 산소 농도가 14.7%(정상 21%)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내 산소 부족은 두통과 구토를 유발하며, 심할 경우 의식불명과 사망에 이르게 한다.

또 차량과 텐트를 비교해 봤을 때, 차량보다 텐트 난방기 사용으로 인한 일산화탄소 발생량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과 텐트 크기가 작을 경우 일산화탄소 발생량이 빠르게 증가했고, 실내 습도가 높을수록 발생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정안전부와 소방 당국은 안전한 겨울 캠핑을 위해 ▲텐트 내 난방기구 사용 자제 ▲잠을 잘 때는 침낭이나 핫팩(유단포) 등을 활용해 체온 유지 ▲부득이하게 난방기 사용 시 수시로 환기 ▲휴대용 일산화탄소 경보기 필수 설치 등을 당부했다.

소방 관계자는 “차박 시 자주 사용하는 무시동 히터나 발전기 역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배기가스가 텐트 내부로 유입될 수 있다”며 “겨울철 캠핑의 낭만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안전 수칙 준수”라고 강조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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