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군대니까 어쩔 수 없다’를 깨뜨린 61년의 기록

2025.11.15 10:19:13 호수 0호

지난 14일, 국방일보가 창간 61주년을 맞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장병들 곁에서 국방의 현장을 기록해온 국방일보 임직원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현역 시절 ‘61번’ 배번을 달고 활약했던 메이저리거 박찬호도 “국방일보 창간 61주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며 “군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장병들을 응원한다”고 축하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도 “국방일보 창간 61주년을 축하드린다. 장병 여러분의 노고에 온 국민과 함께 감사드린다”며 애정을 담은 자필 메시지를 전했다. 그 밖에 영원한 디바 인순이와 KFN TV 프로그램 진행자들도 국방일보 창간 61주년 축하 행렬에 동참했다.

그러나 필자는 단순한 창간 축하를 넘어 국방일보가 대한민국 군에 남긴 더 큰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국방일보는 국내 유일의 국방전문지로서 군 조직문화 개선, 병영 인권 보도, 장병 복무환경 변화, 국방 AI·첨단전력 전환의 공론화를 이끌어온 ‘보이지 않는 개혁 엔진’이었다.

단순히 정책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병영 문제가 숨겨지지 않도록 실체를 드러내고 개선의 근거를 제시하며, 성공사례를 확산시켜 군과 국민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온 매체가 바로 국방일보다.


대한민국 군대는 오랫동안 시대 변화에 뒤처져 있었다. 사회의 변화 속도는 빨라졌고, 기술은 앞서 달렸으며, 시민의식은 더 섬세해졌지만 군대는 제자리인 경우가 많았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한국 군대는 ‘개혁의 마지막 관문’이라는 요구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변화의 속도는 느렸다.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라는 사회적 체념, 낡은 관행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던 구조 때문이었다. 그 속에서도 국방일보는 군 내부 문제를 내부 논리로만 봉합하려는 관성을 흔들며, 장병의 목소리를 사회로 끌어낸 거의 유일한 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군대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들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장병 1인당 급식비 현실화, 병영 환경 개선, 스마트PX 도입, 병사 월급의 빠른 인상, 민간 물류·배달 시스템과 연계된 편의 개선 등은 작아 보이지만, 폐쇄적이고 계급 중심의 조직에서 이러한 변화가 누적된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 과정에서도 국방일보는 문제의 원인을 추적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하며 성공사례를 부대 간 확산시키는 촉매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 왔다.

특히 병사 월급 인상은 단순한 처우 개선이 아니라, 국가가 군을 바라보는 철학의 전환을 상징한다. 과거엔 희생과 헌신에 기대어 월급 문제를 뒤로 미루었지만, 이제는 기본권과 경제 현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움직이고 있다.

국방일보는 월급 문제를 단순 재정 이슈가 아니라 ‘청년의 권리’라는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다루며 정책 논의를 촉발했다. 군 급식 개선 역시 오랫동안 방치된 문제였지만, 식재료 조달의 투명성 강화, 납품 구조 개선, 부대 간 격차 완화 등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국방일보의 꾸준한 보도와 평가가 있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취임 이후 군 정책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안 장관은 병영 실태를 직접 점검하고 청년 장병의 목소리를 정책 중심에 올려놓으며 급식 품질 관리 강화, 생활관 개선, 안전 설비 확충 등 과제들을 실제 집행 단계로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도 국방일보가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 문제 제기, 장병 인터뷰, 객관적 분석이 정책 변화의 실질적 근거가 되었다. 국방일보는 오랫동안 말뿐이던 군 개혁을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연결해온 조용한 동력이었다.

이 변화는 국방부만의 성과가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기본권의 언어’를 쓰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청년들의 문제 제기가 군 조직 내부의 민원이 아니라 공적 의제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급식 논란·생활환경·시설 격차·경제적 스트레스 등 장병의 문제는 정치권과 정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다.

그 흐름을 군 내부에서 바깥으로 연결해준 것이 국방일보의 꾸준한 현장 기록과 보도였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병사 월급의 적정성, 급식·복지·시설의 부대별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병영 문화의 잔재도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과거에는 “군대니까 어쩔 수 없다”가 모든 문제의 면죄부처럼 작동했다면, 지금은 “군대도 바뀌어야 한다”가 시대정신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대정신을 조용히, 꾸준히, 집요하게 밀어온 기관이 바로 국방일보다.

군대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부정적 의미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지금 그 문장은 새로운 뜻을 갖는다. 사회가 변하니 군대도 변하고, 군대가 변하니 사회도 더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의 근거가 생긴 것이다.

청년이 존중받는 군대는 청년이 존중받는 사회로 이어지고, 기본권이 보장되는 병영은 기본권이 존중되는 국가를 만든다.

군대의 변화가 보여주는 것은 ‘가능성’이다. 군대조차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면, 정치·행정·사법·경제 등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영역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변화는 언제나 작은 일상의 개선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작을 61년 동안 끈기 있게 기록하며 구조를 흔들어온 것은 바로 국방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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