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노만석 사퇴론 급부상⋯검란 비화

2025.11.11 14:25:10 호수 0호

검사장·지청장 등 반발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싸고 검찰 내부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제2의 검란(檢難) 사태가 발생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항소 포기 방침을 최종 결정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은 거센 사퇴 압박 속에 11일 하루 연가를 내며 사실상 ‘고심 모드’에 들어갔다. 검찰 안팎에선 노 대행이 조만간 사의를 표명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서 민간업자들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뒤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항소 마감 시한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이날 오후 8시경,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에 “항소하지 말라”는 최종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고했고,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도 항소장 제출을 승인했다. 하지만 대검이 최종 불허하면서 항소는 무산됐다.

이후 대장동 수사팀 관계자들이 “항소를 막았다”고 폭로했고, 검찰 내부망에서는 “공소 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폭발했다.

노 대행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 9일 언론 공지를 통해 “법무부 의견을 참고하고 판결 취지, 항소 기준, 사건 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검찰총장 대행인 제 책임하에 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노 대행이 대검 연구관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용산과 법무부의 관계를 고려했다” “법무부의 답을 기다리다가 저녁 8시쯤 ‘항소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며, 검찰 독립성 논란은 정점을 찍었다.

검찰 내부에선 직급을 막론한 집단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10일), 전국 일선 검사장 18명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공동 성명을 내고 “일선 검찰청의 공소 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등은 “항소 포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 조직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담미 안양지청장, 임일수 성남지청장, 이동균 안산지청장 등 8곳의 지청장들도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검사를 교육하는 교수진도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설명에는 법리적 이유가 전혀 없다”며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내는 등 반발했다.

대검 내부 참모진 역시 노 권한대행을 향해 공개적으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대검 검찰연구관 10여명은 “항소 포기로 검찰의 공소 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대검 부장(검사장)들도 내부 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내부망에 “검찰 역사상 가장 치욕적으로 권력에 굴복한 검사”라며 “스스로 ‘내 책임’이라 말했으니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직격했다.

검찰 내부의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노 권한대행이 추가 입장이나 거취 표명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조만간 사의 표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안팎의 공통된 관측이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향후 검찰개혁 논의의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번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과 관련해 직접적인 개입 의혹에 대해선 선을 긋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검찰 내부에서 확산 중인 집단 반발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까지 별도의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사태의 추이를 신중히 지켜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는 비슷한 상황에서도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다가 이번에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며 “이럴수록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2년, 한상대 검찰총장은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 등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으며 헌정사상 초유의 이른바 ‘검란 사태’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당시 한 총장이 대검 중부수 폐지 추진 과정에서 최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자, 대검 검사장급 간부들이 반발하면서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결국 옷을 벗고 말았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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