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아마존의 질문, 허파는 숨 쉬고 있나?

2025.11.10 12:47:54 호수 0호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오는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 아마존의 관문 도시 벨렘에서 열린다. 세계는 또다시 지구의 허파(폐)라 불리는 아마존 한가운데서 “지구를 구하자”고 외칠 것이다.



그러나 회의장과 카메라가 닿지 않는 숲속에선 나무가 쓰러지고, 강이 말라가며, 수천년을 버텨온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30년 동안 선언과 협약은 반복됐지만, 지구는 더 병들었다. 벨렘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존의 숨결이 시작되는 곳이자,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곳이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세계는 ‘2050 탄소중립’을 약속했지만, 아마존의 숲은 그 약속을 믿지 않는다.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2도 올랐다. 올해만 해도 이탈리아 농민은 48도 들판에서 쓰러졌고, 인도 북부 도시는 53도를 기록했다. 북극의 얼음은 4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고, 한국 일부 지역은 한 달 만에 연간 강수량을 쏟아냈다.

이번 COP30의 핵심은 두 가지로 “누가 더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누가 비용을 낼 것인가”다.

유럽과 미국은 여전히 중국과 인도를 향해 탄소 배출 책임을 묻고 있고, 신흥국은 “200년 동안 석탄과 석유로 부를 쌓은 나라들이 왜 우리의 희생을 요구하느냐”고 묻고 있다.


지난해 COP29에선 선진국이 2035년까지 매년 1조3000억달러를 조성하고, 그중 3000억달러를 개발도상국의 기후 대응 역량 강화에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행은 더디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기후협약이 자국 산업에 부담이 된다는 계산, 국내 정치 갈등, 그리고 국제규범에 대한 회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대신 비공식 채널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반면 중국은 참석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035년까지 모든 부문을 포괄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내놓겠다는 계획으로 ‘기후 리더’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한국 역시 정부대표단을 파견했다. 중견국으로서 국제적 책임을 다하고, 녹색산업 수출 기회를 넓히며, 주요국과의 외교 협력의 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의지가 담겨있다. COP30 본회의 일주일 전에 열린 ‘지역 리더 포럼’에도 충청남도가 참가해 ‘충남형 탄소중립 정책’을 세계 지방정부들과 공유했다.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면, 우리의 허파는 강원도의 산맥과 지리산의 숲, 순천만과 우포늪 같은 습지다. 그러나 우리는 이 허파를 서서히 훼손시키고 있다. 산불, 무분별한 산지 개발, 태양광을 내세운 벌목, 관광용 케이블카 설치, 습지 매립 등은 산소를 만들고 탄소를 품던 생명의 숨결을 끊는다.

기후위기의 여파로 가뭄과 산불이 잦아지고,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질 때마다 우리의 미래도 함께 숨이 막힌다.

이제 숲을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생명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한다. 개발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탄소 흡수량과 생태 가치’ 평가를 의무화하고, 훼손된 산림과 습지를 복원해야 한다. 산불 예방과 기후적응형 산림 관리로의 정책 전환도 시급하다.

숲을 지키는 일은 환경 이슈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 기술의 시대, 그러나 방향은 인간이 정해야 한다.

유럽은 2023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범 운영 중이며, 2026년부터 실제 세금을 부과한다. 미국도 수입 제품의 탄소함량 규제와 고탄소 산업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탄소에 가격이 매겨지면서 한국 기업은 “탄소를 줄이느냐, 아니면 벌금을 내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석탄 발전 비중은 여전히 30%를 넘고, 재생에너지 비율은 OECD 최하위다. 국민은 전기요금 인상을 두려워하고, 정치권에선 표를 잃을까 침묵한다.


그러나 기후위기의 핵심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태양광이나 수소, 탄소 포집 기술이 불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기술이 방향을 정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결국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값싼 콩고기를 위해 숲을 태우고, 저가 해산물을 위해 바다를 훼손하며, 24시간 배송을 위해 노동자가 잠들지 못하는 사회. 이 모든 상황은 ‘속도와 효율’을 절대선으로 삼은 문명의 구조적 결과다.

따라서 이번 COP30은 단순한 환경회의가 아니라 문명회의가 돼야 한다.

아마존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여전히 지구가 당신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가.”

기후위기 해결에 필요한 건 똑똑한 기술이 아니라, 겸손한 태도다. 성장보다 생존을, 효율보다 공존을, 속도보다 지속성을 선택할 수 있는 정치와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

역사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을 기억한다. 아마존의 질문 앞에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숲이 사라질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건 나무가 아닌 인간의 겸손이다.

이제 우리도 ‘한국형 COP’ 같은 정례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환경부가 주관하고 지자체·기업·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개 회의로, 우리의 허파가 계속 숨 쉴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숲은 생명이다. 그리고 그 생명을 지키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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