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 맡겼더니 2차 사고로 차량 대파⋯업체와 책임 공방

2025.10.21 13:51:23 호수 0호

렌터카 업체 “책임 없다” 주장
피해자 “변호사 알아보는 중”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견인을 맡긴 차량이 이동 과정에서 또 한 번 사고를 당했다면, 통상 그 책임은 견인 업체 측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현실은 이를 입증하고 보상받기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교통사고 피해자가 사설 레커 업체에 차량을 맡긴 후 함께 출동했던 렌터카 직원이 2차 사고를 낸 황당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지난 17일 ‘렌터카 기사가 아버지 차를 몰다가 5중 추돌사고를 냈다’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아버지가 전날 경기도 여주 톨게이트 인근에서 운전 중 3중 추돌사고를 당했는데, 업체와도 갈등이 생겼다. 저희 가족 모두 차량 관련 사고에 무지해, 조언을 얻고자 한다”며 말문을 텄다.

그는 “사고는 2차선 구간에서 발생했고, 퇴근 시간대라 도로가 혼잡했다”며 “아버지는 사설 견인업체에 차량 인계를 맡긴 뒤, 렌트카를 지급받아 곧장 병원에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A씨에 따르면 당일 오후 8시께, 렌터카 업체 총괄이사라는 인물이 전화해 “직원이 공업사에 차량을 입고시키는 과정에서 5중 추돌사고를 냈다”며 “파손된 부분은 복구해주겠다”고 말했다. A씨 부친이 차량 사진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끊겼고, 동종업계에 근무하는 지인을 수소문해 겨우 확보에 성공했다.

글과 함께 공개된 사진엔 차량 전면이 심하게 파손돼있었다. 1차 사고로 후방이 부서졌던 차량은, 2차 사고로 전방까지 대파된 상태였다. A씨는 “아버지가 사고 현장을 떠나기 전, 견인고리가 체결된 것을 직접 확인했다. 그런데 업체 측이 연결을 풀고 차량을 운전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다음 날 총괄이사와 연락이 닿아 광주의 한 공업사에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예상대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불만이 있으면 회사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들은 ‘견적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공업사에 레커 차량을 연결해서 간다는 보장이 없다’ ‘차주가 딜리버리 서비스에 동의했으므로 직원이 직접 운전할 수도 있었다’는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견적서를 안 받았다는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딜리버리 서비스는 수리 후 공업사에서 자택까지 탁송에 대한 얘기였다. 이들이 일단 인근 공업사에 차량을 두는 것을 권했고, 아버지가 ‘차를 가지러 광주까지 다시 와야 하느냐’며 묻자 해당 서비스를 제안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날은 결국 결론 없이 마무리됐고, 이후 업체와는 연락이 끊겼다. 차량은 현재 다른 공업사로 옮겨둔 상태”라며 “전손 처리해야 할지, 소송을 제기하는 게 맞을지 알려달라”고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회원들은 “살다살다 이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 “상황이 심각하다” “앞으로 보험사 견인 아니면 절대 안 해야겠다” “참교육 후기 꼭 올려달라” “막상 조사해보면 렌트카 직원도 아닐 수 있다. 아무도 믿지 마라” “렉카업체도 책임이 있어보인다. 맡긴 차를 렌트카 기사에게 마음대로 넘겼기 때문” 등의 반응을 보였다.

자신을 렌트카 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레커 차량은 견인고리 체결한 사진만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만으로 견인비를 청구할 의도였을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정비소로 옮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부 회원들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처음에 이해를 못했다. 사실상 무보험 차량 취급일 텐데, 추돌한 4대 보상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난장판이 될 듯” “진흙탕 싸움이 예상된다” “업체가 발뺌하면 차주가 독박 쓸 확률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민사에서 승소하더라도 상대가 재산이 없으면 실익이 없다” 등 현실적인 지적도 이어졌다.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한 회원은 “5년 전 유사한 분쟁을 겪었을 때 저는 레커 차량에 실어가는 것을 전제로 차량과 열쇠를 맡겼지, 마음대로 운행하라고 허락한 게 아니라는 부분을 강조했고 결국 승소했다”며 “자차 보험처리 후 구상권을 청구하고, 별도 피해보상금도 받았다. 참고하시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후 A씨는 댓글을 통해 “보험은 아버지 1인 명의라 자차 수리도 불가능하고, 구상권 청구도 어렵다고 들었다”며 “현재 변호사를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이 단순 교통사고 배상 문제를 넘어, ‘무단 운행’에 따른 형사상 책임이 함께 성립될 가능성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렌터카 직원이 차주 동의 없이 차량을 운전하다가 2차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 제80·84조는 차량 소유자의 동의 없이 운전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나 재산 피해에 대해선 형법상 처벌도 이뤄질 수 있다.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치상죄)와 제366조(손괴죄)에 따르면,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타인의 재물을 손상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도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무단 운행을 보상 제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가해자의 법적 책임이 명확하더라도 피해자가 보험을 통해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면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차주가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판례에서도 차주가 사고 책임에서 완전히 면책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해 6월, 차주 몰래 지인이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낸 사건에서 법원은 “소유자의 관리·통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차주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제3자가 무단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 낸 경우라도, 차량 소유자의 운행 지배와 운행 이익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운행 지배란 차량 운전 여부를 결정·통제할 권한을, 운행 이익은 운행함으로써 얻는 효용이나 이익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A씨 부친에게 운행 지배, 운행 이익이 인정되는지가 판단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일요시사>는 지난 20일 A씨에게 ▲블랙박스 영상, 녹취 등 증거자료 확보 여부 ▲법적 조치 진행 상황 ▲보험사의 구체적인 입장 등을 묻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kj4579@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