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 심우정 구속 플랜

2025.10.21 13:35:47 호수 1554호

박성재 못 잡으면 도루묵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법무부와 검찰을 향한 내란 특검팀의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수사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을 조만간 재청구할 방침이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12·3 내란 사태 당시 박 전 장관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논리가 재판부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향한 수사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례적 기각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오전 1시35분쯤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의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피의자가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피의자가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충분한 공방을 통해 가려질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전날인 14일 오전 10시10분부터 오후 2시50분까지 서울중앙지법에서 4시간40분가량 진행됐다. 특검팀은 영장 심사에서 230쪽 분량의 의견서와 120장 분량 PPT 자료 등을 토대로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전 장관에게 적용된 핵심 혐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교정본부에 구치소 수용 공간 확보를 지시하고,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는 출국금지 업무 인원을 대기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정치인 등 주요 체포 대상자 출국금지 준비 지시(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통화), 체포 대상자와 포고령 위반자를 수용할 공간 점검 및 확보 지시(신용해 전 교정본부장과 통화) 등을 논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법무부 실·국장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는 이유로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했다. 특검팀은 지난 8월25일 법무부, 서울구치소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이 과정에 교정본부가 계엄 당시 구치소별 추가 수용 가능 인원을 점검해 문건을 작성했다가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 박 영장 10월 중 재청구 방침
“깊숙이 개입” 윤과 공동정범 판단

특검팀은 이것이 법무부가 박 전 장관 지시로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계엄 포고령 1호 위반자들 수감 공간을 마련하려 했던 증거를 계엄 해제 후 인멸하려 했던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지시는 했으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계엄 선포에 수반되는 법무부 일반 업무이거나 사회 혼란에 대비하려는 조처였다는 것이다. 또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내용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고령은 ‘국회와 정당 등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이를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구금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엄을 해제하는 유일한 길인 국회 의결을 원천 봉쇄한 것인데,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교정본부장 등과 통화할 때나 법무부 실·국장 회의 때는 이런 내용을 몰랐다는 것이다.

그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발을 맞추기 위한 행보였을까? 그가 과거에 했던 발언들을 들여다보면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초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회의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제기한 ‘충암파 비상계엄 준비 의혹’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행한 “거짓 선동” “괴담”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등을 거론한 뒤, 박 전 장관에게 “헌법에 따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하면 당연히 대통령은 따라야 한다. 그러자 민주당은 체포·구금까지 주장한다. 국회의원을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란 전후로 심과 연락? 진술만으로 입증 역부족
“심 영장 아직 무리수” 의혹만 무성하고 실체 없나

그러자 박 전 장관은 “계엄 효력을 갖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기본권이 제한되는 비상계엄 상황에서도 국회의원을 임의로 체포·구금할 수 없으며,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면 계엄 효력은 사라진다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은 전국으로 생방송된 담화에서 민주당이 주도한 감사원장·장관·검사 탄핵, 검찰 예산 삭감 등을 거론한 뒤 “이는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이자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 기도”라며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 주장대로라면 야당 정치인을 척결하겠다는 대통령의 계엄 선포 목적에 따라 척결 업무(체포·구금) 준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심 전 총장 퇴임 전 대검은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계엄과 관련한 파견 요청을 받거나 파견한 사실이 없다”고 의혹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 대기를 지시하고 법무부 교정본부에 구치소 등 수용 공간 확보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심 전 총장과의 교감이 있었다고 의심 중이다.

다만 아직 박 전 장관과 심 전 총장이 관련 논의를 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물증이 드러나진 않았다.

심 전 총장은 박 전 장관과 연관된 의혹 외에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즉시항고를 포기함으로써 윤 전 대통령을 석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심 전 총장이 정치적으로 비판받는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당시 재판부가 검찰의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려 했다는 말도 나왔으나 즉시항고 포기로 상급법원 판단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심 전 총장은 비상계엄 당일부터 나흘간 특별활동비 3억4200만원을 사용했다는 의혹으로도 고발된 바 있다.

휘어진 칼날


그러나 특검팀이 ‘즉시항고 포기’와 ‘특활비 의혹’을 주요 혐의로 심 전 총장을 구속하기에는 힘들다. 두 혐의가 내란 중요임무종사나 직권남용 혐의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즉시항고 포기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해석상 검찰총장 권한이다. 당시 대검찰청은 “검찰은 인신 구속과 관련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종전 결정 취지를 존중한다”고 즉시항고 포기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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