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함께여야만 의미 있나요?” 늘어나는 혼추족들

2025.10.06 06:00:00 호수 0호

‘선택적 혼추’도 급증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올해 추석, 누군가는 부엌에서 전 부치며 웃고, 누군가는 호텔 침대에서 넷플릭스를 틀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조용히 묘소를 찾아 허리를 굽힌다. 명절은 더 이상 하나의 풍경이 아니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공존하는, ‘다양한 명절’의 시대다.



이번 명절 전국 고속도로는 귀성 차량으로 붐비고, 기차표는 한 달 전부터 일찍이 매진됐다. 그러나 이 풍경 뒤편에는 조용히 명절을 보내는 또 다른 군상이 있다. 바로 ‘비혼·비동거 추석’을 맞는 1인 가구들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5.5%에 달했고, 2050년엔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들 중 상당수는 명절에 고향을 찾지 않거나, 갈 곳조차 없는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서울에서 월세방에 살고 있는 고모(33)씨는 올해도 서울에서 추석을 보낸다.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지만 “귀성길도 힘들고, 오면 우리만 더 피곤하니 집에서 쉬라는 말씀이 오히려 위로를 안긴다”고 전했다.

대구에 부모님이 계신 김모(32)씨는 “처음엔 죄책감 들었다. ‘효도 못 하는 딸’ 같아서, 그런데 이제는 명절이 꼭 ‘가족과 함께’여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부담이더라”라며 “혼자 커피 마시며 책 읽는 것도, 나에게는 충분히 의미 있는 명절”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선택적 혼추’를 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SNS에서는 #혼자추석 #나홀로명절 #명절PTSD 등 해시태그가 공감을 얻고 있고, 관련 커뮤니티도 활성화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1~2인 가구용 추석 선물세트’와 ‘간편식 차례상 키트’를 앞다퉈 내놓았다. 배달앱도 추석 연휴 기간 주문량이 평소보다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혼밥 메뉴’와 ‘즉석 국·탕류’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금천구 소재 한 편의점 점주는 “예전엔 명절 전날 문 닫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연휴 내내 영업해야 한다. 혼자 사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한 가족학과 교수는 “명절은 원래 가족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날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의무’로 작용하며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며 “‘함께여야만 의미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관계를 피로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혼자 있더라도 자기 돌봄과 휴식을 선택하는 건 건강한 태도”라며 “명절의 본질은 휴식과 회복이지, ‘의무 수행’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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