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보는 한국은 지금…

2025.09.01 08:48:24 호수 1547호

숫자만 봐서는 ‘후진국’

[일요시사 취재1팀]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이 인구 비율상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혼자 사는 사람도 나날이 늘고 있다. 만혼을 넘어서 미혼, 비혼의 비율도 증가 추세다. 아이 울음소리 대신 곡소리가 들리는 비율이 커졌다. 통계로 본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통계는 국가 운영의 모든 부분에 녹아 있다. 납세의 기준을 잡고 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무엇보다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살률이 높고 출생률이 낮다는 통계는 우리 사회가 어느 지점에서 ‘망가져’ 있는지를 보여 주는 일종의 지표 역할을 한다.

국가의 손길

지난 27일 행정안전부는 ‘2025 행정안전 통계연보’를 내놨다. 이번 연보에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정부 조직 ▲행정 관리 ▲디지털 정부 ▲지방 행정 ▲안전 정책 ▲재난 관리 ▲기타 등 8개 분야 327종의 통계가 수록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국내 1인 가구의 증가세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가 처음으로 1000만세대를 넘었다. 전체 세대의 42%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전체 세대 수는 2411만8928세대로 2020년보다 약 100만세대 늘었다. 같은 시기 1인세대는 2020년 900만세대에서 4년 만에 1012만2587세대가 됐다.

이른바 ‘나 홀로 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는 고령층에서 특히 많았다. 70대 이상이 207만세대로 가장 많았고 60대, 30대, 50대 순이었다. 60대 이상으로 보면 39%에 이른다. 2인 가구도 같은 기간 540만세대에서 601만세대로 늘었다.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감소세가 뚜렷했다. 461만 세대에서 394만세대로 70만세대 가까이 줄었다.

세대는 늘어났지만 인구는 되레 줄었다. 17개 시도 중 최근 5년 사이 인구가 늘어난 곳은 세종·경기·인천·충남 등 네 곳뿐이었다. 전체 인구에서 0~14세 유소년 비중은 10.5%였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7%로 집계됐다. 1000만명이 넘는 수치로 국민 5명 가운데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단계에 진입했다.

전국 평균연령은 45.7세다. 전남·경북·강원·전북·부산·경남·충남·충북·대구 등 9곳은 이보다 높았다. 세종이 유일하게 평균연령 30대를 기록한 지역이다. 국내 장기 체류 외국인과 귀화자, 그 자녀를 포함한 외국인 주민은 246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서울·인천에 많았다.

통계연보에 따른 인구 상황을 보면 혼자 사는 노년층이 늘어나는, 즉 ‘1인 세대가 늙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문제는 이들이 직면한 어둠, 이들 주변의 그림자다. 가난, 외로움, 극단적 선택, 고독사 등이 노인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빠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노인 빈곤율·자살률 1위
1인 가구 증가세 뚜렷해

먼저 노인 빈곤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10명 가운데 4명은 빈곤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9년 41.4%, 2020년 38.9%, 2021년 37.6%로 줄어들다가 2022년 38.1%, 2023년 38.2%로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인구 중 전국 가구의 균등화 중위소득 50% 이하인 인구의 비율을 뜻한다. 2023년 빈곤선은 중위소득 3757만원의 절반인 약 1878만원이다. 다시 말해 65세 이상 인구 중 약 40%는 연간 기준 1879만원 이하로 생활한다는 의미다. 월 기준 156만원 정도로 최저 임금(2023년 기준 약 201만원)도 안 되는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빈곤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66~75세 노인 소득 빈곤율은 31.4%이지만 76세 이상으로 가면 52%로 2명 가운데 1명이 빈곤층에 속했다. 고령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복지망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고독사도 문제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4년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3559명, 2023년 3661명으로 늘었다.


복지부는 “1인 가구 증가 외에도 2022년 이전 실태조사 기준보다 고독사 범위를 더 넓게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적 정의 규정을 적용해 조사한 것이 다소 영향을 미쳤다”고 증가 배경을 밝혔다.

고독사로 사망하는 비율은 남자가 많았다. 2023년 기준 성별 미상자(29명)를 제외한 고독사 사망자 3632명 가운데 남성은 3053명(84.1%)에 달했다. 여성(579명)과 비교해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가장 많았고 50대, 40대, 70대 순이었다. 50~60대 남성이 특히 고독사 위험에 취약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달 30일 복지부가 공개한 ‘OECD 보건통계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OECD 국가 평균(81.1년)보다 2.4년 길었다. 기대수명이란 해당 연도 출생아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햇수를 뜻한다. 은퇴 후 20여년은 먹고 살 자금을 모아 놔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노후 대비가 돼있는 고령층은 많지 않다. 최악은 빈곤에 시달리던 고령층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뜨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극단적 선택률은 여전히 OECD 1위다. 소폭 감소했음에도 부동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2022년 기준 극단적 선택 사망률은 23.2명으로 OECD 평균인 10.7명(2022년)의 2배를 웃돌고 있다.

고령에선 평균치를 웃돈다.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이 발표한 ‘광복 80년, 통계로 본 한국 사회의 변화상’에 따르면 2023년 기준 70대 극단적 선택 사망률은 39명, 80대 이상은 59.4명이다.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두드러진 수치다. 연구위원은 “경제위기, 양극화, 압축 성장에 따른 각종 사회적 문제로 한국의 극단적 선택률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6월 취임 직후 진행한 국무회의에서 극단적 선택률을 언급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안타까운 죽음이 많다”며 “산업재해 사망 문제 외에도 극단적 선택 문제가 정말 더는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을 ‘사회적 재난’으로 보고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닿지 않아

이 대통령은 “가장 최근인 2023년 통계로 보면 1만4000명 가까운 국민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올해는 더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요 국가 극단적 선택률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우리는 20년 넘게 OECD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린 국민을 방치하면서 저출생 대책을 논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며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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