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후 날아들 안보 청구서

2025.08.18 10:53:28 호수 1545호

까딱하다 주한미군 철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이 가시권에 돌입했다. 국제 안보, 동맹, 갈무리되지 않은 관세 등 모든 것이 ‘디테일’에 달려있다. 실용 외교를 주장해 온 이 대통령의 첫 번째 시험대다. 미국과 협상하는 동시에 주변국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등 그야말로 고난도 과제를 받아들였다.



지난 1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등 무협 협상을 타결했다. 쌀과 소고기는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했으며 총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투자·협력 펀드도 조성됐다.

압박감

트럼프 대통령은 2주 내로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당초 예상보다 미뤄져 두 사람의 만남은 오는 25일로 확정됐다. 이날 이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업무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두 정상은 변화하는 국제 안보 및 경제 환경에 대응해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굳건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 구축과 비핵화를 위한 공조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번에 타결된 관세 협상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배터리, 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를 비롯한 경제 협력과 첨단 기술, 핵심 광물 등 ‘경제 안보 파트너십’에 대한 협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던 중 미국 측에서 주한미군 병력을 ‘전략적 유연성’ 방침에 따라 필요한 곳으로 배치해 활용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면서 해당 의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대북 억제를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의 활동 반경을 대중국 억제 등을 위해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대장)은 지난 8일, 캠프 험프리스(경기 평택 미군기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서 “(주한미군 조정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라며 “한미동맹에 관한 어떤 문서에도 적(adversary)이 명시돼있지 않다. 우리(주한미군)의 이동을 막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곧 마주할 협상 테이블…무슨 얘기들?
미국 꺼내든 ‘전략적 유연성’ 주목

이전부터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해 온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한미 통상 협상이 큰 틀에서 1차 마무리됐지만, 이제 더 복잡하고 민감한 안보 협상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 소속인 김 의원은 “전략적 유연성은 단순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을 넘어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고, 동북아의 안보 지형 전체를 뒤바꿀 수 있는 중대한 변화”라며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강대국 패권 다툼의 어느 순간, 그리고 느닷없이 찾아올 ‘연루의 위험’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방위비 분담금 9배(13조7000억원) 인상, 국방비 2배 이상 증액(136조원)이라는 부담금은 결국 국민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그 무게는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질 것”이란 우려도 내비쳤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사령관이 넌지시 던진 말 같지만 우선 약하게 침을 놓고 본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게 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동맹 현대화’도 논의 대상이다. 브런슨 사령관 역시 기자회견서 동맹 현대화에 대해 “현재 처한 작전 환경에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합리적 검토”라고 밝혔다. 동북아 정세는 과거와 매우 다르고, 북쪽에는 핵으로 무장한 적이 있는 동시에 러시아가 점점 북한에 개입·관여하는 등의 국제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아울러 브런슨 사령관은 “중국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군이 양안 문제에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미국이 대만에 가면 한국도 같이 간다는 식으로 기정사실로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외통위 소속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동맹 현대화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중국과의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미국에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첫 번째는 유럽 동맹국이 미국에 의존하기보다 주도적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대만 인근에 위치한 대한민국이 동맹국으로서 여러 지원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머니 머신’이라던 트럼프
안보 빌미로 ‘방위비 2배’ 바가지?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국방비를 3.8%까지 올려야 하니 한국은 이런 문제에 대해 협의하며 미국과 일정한 ‘공동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청구서’ 규모가 이번 회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관세 협상과 달리 이번 논의 테이블에는 ▲한국이 지출할 국방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감축 등 보다 구체적인 의제가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그들은 연간 100억달러(13조6500억원)를 낼 것” “한국은 현금자동인출기(Money machine)”라고 언급해 온 만큼 하루아침에 우호적 태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방위비를 기존보다 2배가량 증액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가 한미 관세 협상 당시 입수한 ‘한미 합의 초기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기준 GDP의 2.6%인 한국의 국방비 지출을 3.8%로 늘리고 방위비 분담금 역시 증액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해당 안대로 협상이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 국방 예산은 기존 61조원에서 약 120조원까지 오를 수 있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이 같은 요구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트럼프정부가 각종 청구서를 내밀며 이정부를 거세게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핵심 현안에 관한 우리 입장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논리들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안보가 약화하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섣불리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오고 한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이 급작스럽게 큰 폭으로 감축되는 등의 일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차 방정식

김 의원은 “다른 한쪽에서는 방위비와 국방비 등 부담이 커질 텐데 이를 될 수 있으면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미국이 만족할 만한 한미동맹, 즉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대단히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다. 여기에 부합하는 정상회담의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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