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국민의 신망을 받는 외부 전문가들이 객관적으로 작성한 백서가 국민의힘 혁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혁신위원장 시절 제시한 인적 쇄신안을 굉장히 곤란해했다”며 “직접 혁신안을 만들어 실행하는 당 대표가 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과 혁신위원장 포기 등 인적 쇄신 관련 갈등을 겪은 후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안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16%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하면서 “대선 패배 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에 대해 진단했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 주류는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을 좌절시켰다. 안철수 의원이 의결권이 없는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했던 이유는?
▲국민의힘은 대선 직후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크게 실망했다. 반드시 혁신해야 한다. 혁신위원회는 실행안을 만들 뿐, 실행하는 기구가 아니다. 비대위에서 승인해야 실행할 수 있다. 당시 저는 ‘혁신은 필요하니, 나라도 혁신위원장을 맡자’고 생각했다.
비대위엔 혁신안을 발표하겠다고 미리 알려줬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이 미리 알아야 발표 후 자연스럽게 비대위가 통과시켜서 혁신위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제가 준비한 첫 혁신안은 가장 실행하기 어려운 인적 쇄신안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질 때 인적 쇄신안을 발표하면 그들이 깜짝 놀라서, 그 다음부터는 굉장히 수월하게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 비대위원장은 굉장히 곤란해했고, 협상도 실패했다. 결국 실패한 혁신위가 될 수밖에 없었고, 제가 맡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혁신안을 만들기만 할 뿐, 처분만 바라는 수동적인 혁신위원장을 맡을 게 아니라, 전당대회에 출마해서 직접 혁신안을 만들어 실행하는 당 대표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선 패배 이후 백서 작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토대로 인적 쇄신안을 만들고, 공천 심사 기초 자료로 삼겠다고 했다. 지난해 총선 백서는 꽤 신랄했지만, 사실상 실천된 건 없었다. 백서 작성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기억은 휘발성이 있기도 하고,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왜 패배했는지 다 아는데, 백서를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씀하신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분들도 1~2년이 지나면 다 잊는다.
지난해 총선 백서는 내부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계파 논쟁 등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저는 당 밖에서 국민의 신망을 받는 전문가들에게 백서 작성을 맡기려고 했다. 사실을 토대로 객관적인 백서를 만든 후, 사과할 분은 사과하고, 징계가 필요한 분들은 인사위원회에 조치를 맡기는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단 생각을 했다.
-모든 선거는 조직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안 의원은 당내 기반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리를 위한 공식은?
▲혁신 반대 진영의 주장은 곧 전한길씨 중심의 계엄 옹호론이다. 계엄 옹호는 헌법에 맞지 않는다. 보수 정당의 핵심 가치는 법치주의인데 이를 거부하면서 위헌을 옹호하면 우리와 함께하기 힘들다.
“지지율 16%…바꾸려 나왔다”
“합리적 보수 세력 중심 재건”
어떤 분들은 “전씨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통합해야 숫자가 많아서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건 착각이다. 당 안에서 법치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과 거부하는 사람들의 갈등이 계속 이어지면, 힘이 분산된다. 또 합리적 보수 세력이 떨어져 나가서 당이 쪼그라든다.
계엄에 반대하는 분들은 각종 여론조사서 약 70%로 확인된다. 남은 30%를 기반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민심을 따라야 하고,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야 한다.
최근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16%에 불과하단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우리 당원조차도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단 의미다. 등 돌린 사람들이 다시 우리를 바라보게 하고, 신뢰를 얻으려면 우리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원래 갖고 있던 유능함·품격·헌신을 토대로 다시 이미지를 구축하면, 합리적인 보수 성향의 우리 당원들이 다시 우리를 바라보고, 세력도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백서 작성에 따른 인적 쇄신·새로운 인재 영입·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 등 혁신안을 발표한 것이다.

아울러 청년 공천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려고 한다. 청년에게 제대로 일하고, 교육 받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당헌·당규를 고쳐야 한다.
-국민의힘은 2016년부터 총선서 3연속 패배했고, 수도권서 많은 후보가 낙선했다. 이 때문에 일명 ‘언더 찐윤’으로 알려진 주류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졌단 분석도 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경기 성남 분당갑)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도권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우리 당 의원 중 약 100명은 영남의 목소리를 내고, 10명 정도만 수도권의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수도권의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의원총회서도 수도권의 목소리가 거의 안 나온다. 대체로 수도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지난 2023년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당시, 저는 수도권 위기론을 얘기했다. 그러자 저에게 “그런 얘기할 거면 배에서 내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남 출신 의원들은 지금 수도권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전혀 모르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수도권의 민심을 많은 의원에게 전파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고 있다.
-“국민의힘의 내년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많다. 패배 시 당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의 전세 역전 비법은?
▲국민의힘은 대선 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지지율도 떨어졌다. 새 대표는 실제로 개혁해야 한다. 개혁하면 조금씩 국민의 믿음을 얻을 것이다. 좋은 메시지를 내더라도 메신저가 신뢰를 못 얻으면 의미가 없다. 메신저가 관심과 믿음을 얻는 개혁부터 하겠다.
어느 정도 믿음을 얻으면, 현 정부의 잘못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지적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밖에 믿을 게 없다. 국회서도 소수고,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도 없다.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언더 찐윤이 또 혁신을 방해할 수도 있다.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1명씩 만나서 “내년 지방선거는 이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할 것이다. 모든 국회의원은 지방 의원을 1명이라도 더 당선시키기 위해 목을 건다. 그 공감대는 있다.
-국민의힘에선 계파 갈등이 모든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는 건강한 것 같다. 이념적으로 같은 비전·가치관을 가지고 모이는 것은 구태여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활발하게 대화·토론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문제는 특정인을 중심으로 모이는 것인데 그런 계파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인적 쇄신은 총선 공천권을 통해 실현된다. 총선까진 약 3년여가 남았다. 새 당 대표는 어떻게 인적 쇄신을 할 수 있겠는가?
▲제가 주장하는 인적 쇄신은 사과 및 윤리위 제소 후 징계 처분 정도의 선을 말한다. 더 많은 사람을 영입해 그 공백을 메우고, 당의 규모를 키우겠다.
-일명 ‘쌍권’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만 정리하면, 인적 쇄신이 완료되는 건가?
▲혁신위원장 시절 상징적으로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두 분을 지목했다. 당 대표가 되면, 시간이 좀 더 있을 것이다. 급하게 혁신안을 발표할 필요는 없다. 외부에 백서 제작팀을 따로 만들고, 가능하면 빨리 백서 내용에 따라서 순서대로 처리하려고 한다.
“수도권 위기론 얘기하니
‘그럴 거면 나가라’ 비난”
-특검 3개(내란·김건희·채 상병)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당 대표가 되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
▲특검은 수사 기간 연장을 하면 안 된다. 내년 지방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이는 곧 선거 개입이 된다. 국민의힘은 범죄 성립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선 협조하고,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이 그것까지 다 막으면, 결국 빌미가 돼서 수사 기간을 연장할 핑계로 삼을 것이다. 다만 범죄 혐의가 없는데도 정치 탄압 목적으로 수사하면, 거기엔 절대로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란 특검은 저부터 소환했는데 ‘우리 당을 내란 정당으로 만드는 밑바닥을 깔기 위해 저를 불렀다’고 생각했다. 저만큼 깨끗한 사람이 없으니까, 오히려 저를 불러내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정치 탄압’ 방향으로 가려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협조를 거부했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그 사실만으로도 국민께선 ‘당이 바뀌고, 개혁이 시작될 것’이란 기대를 많이 하실 것이다. 저는 당 대표를 4번(새정치민주연합·국민의당 2번·바른미래당)이나 경험했다. 그 경험을 잘 살려서 당을 제대로 운영하겠다.
-국민의힘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이 일본 자유민주당 의원들처럼 지역구를 세습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가능한 일인가?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다. 민주당에선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숭문당 대표가 지역구 경기 의정부갑을 세습하려다가 실패했다. 이 문제는 ‘전문 경영인과 세습 경영인 중 누가 괜찮냐’는 것과 같다. 실력으로 겨뤄서, 더 실력 있는 사람이 답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극우 정당이 선전하고 있고, 국민의힘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는가?
▲극우 세력과 따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 옛 통합진보당이 진보당으로 부활하는 등 진보 정당이 여러 개 있다. 이들이 극좌를 맡으면서 민주당은 자유롭게 중도로 뻗어 나간다. 우리도 극우 정당이 따로 있는 게 낫다. 그러면 우리는 자유롭게 중도로 뻗어 나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선언했다.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는가?
▲이 대통령은 말로만 ‘중도 보수’라고 하고, 실제 정책은 ‘돈 나눠주기’부터 시작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그저 정치적 수사일 뿐, 실제와 다르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민주당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30번이 넘는 탄핵소추를 하면서 국정 발목 잡기만 했다. 이 대통령도 정권을 잡은 후엔 범죄 혐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재판을 다 미루더니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다. 이게 어떻게 ‘중도 보수’인가.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일부 국회의원의 갑질 문제가 세간에 알려졌다. 당 대표 후보 겸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저로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 우선 갑질 피해를 본 보좌진에게 격려와 응원의 뜻을 전하고 싶다. 당 대표가 된다면 의원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새 지침을 만들 것이다. 만약 지침을 어긴 의원이 나온다면, 윤리위 등을 통한 적합한 조치가 진행되도록 상세한 기준을 만들 예정이다.
-이재명정부 2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부 출범 후 3개월 정도는 아무 지적도 안 하려고 했는데 각종 인사 실패 논란 등 문제가 너무 많다. 이재명정부 인사는 성남파(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 인맥)가 주도했다. 그래서 인재풀이 너무 적다. 제가 경기도 성남시에 살고, 지역구이기 때문에 잘 안다. 또 경제 성장 정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돈 나눠주기’부터 했으며 그 다음이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 민주당은 “기업이 배당금을 줄이고, 사내 유보금을 쌓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내 유보금을 배당금으로 다 주면, 그때만 반짝 주가가 오를 뿐, 금방 떨어져서 똑같은 위기를 겪는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주식시장이 활기를 되찾는데, 이정부와 민주당은 ‘돈 나눠주기’만 한다. 그건 단기 투자자의 시각밖에 안 된다.
이런 경제 정책부터 잘못됐다고 본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서 국민·당원·<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여당도 제 역할을 잘하고, 대한민국이 번창하면서 국민도 잘 산다. 저희가 내부 정리가 덜 끝나 아무 역할도 못해서 많은 분께서 실망하셨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16%에 불과하단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저는 이걸 바꾸려고 전당대회에 출마했다. 제가 대표가 되면, 약속드린 대로 제대로 혁신해서, 제 역할을 다하는 야당을 만들겠다. 여당의 잘못은 비판하고, 잘한 점은 인정하는 야당을 만들어 국민 생활 향상에 기여하고, 제대로 된 정치를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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