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 ‘스페이스 소’에서 작가 변상환의 개인전 ‘지평선 너머 타원의 경계’를 개최했다. 변상환의 7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Live Rust-Odyssey’ 연작 등 총 15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변상환은 사물을 관찰하고 다루는 작가다. 도시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사소한 풍경을 채집한다. 변상환의 손에서 풍경은 아주 작은 단위로 해체됐다가 시적인 은유, 역설, 유머를 거쳐 조형적 결과물로 재탄생한다. 낯선 모습으로 등장한 일상의 소재는 도시와 도시에서의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회상하도록 한다. 또 작품에 새겨진 지난한 육체적 수행의 흔적은 생의 고단과 활기를 동시에 연상케 한다.
드러난 궤적
변상환은 전통적인 미술적 방법론에 과감한 변주를 더해 도시 곳곳에 새겨진 동시대사를 발굴해낸다. 2018년 ‘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부터 2021년 ‘생물 은-갈치’를 거쳐 이번 ‘지평선 너머 타원의 경계’까지 ‘Live Rust’ 연작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기하학적 추상 판화인 ‘Live Rust’는 건축물에 사용되는 강철 골조와 강철이 녹슬지 않게 하려고 칠하는 방청페인트를 재료로 사용했다. H빔, I빔 골조는 변상환의 작업에서 거대한 금속 활자로 기능한다. 작가는 수십㎏에 육박하는 강철 구조물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고 찍어 누르는 행위를 통해 붉은색의 방청페인트를 종이 위에 층층이 쌓아 올린다. 완성된 패턴은 몸의 궤적을 그대로 드러낸다.
우주에 대한 상상력 더한 연작
강철 구조물 들어 올리고 찍어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초도시화를 목격하고 있는 변상환 작가는 새롭게 만들어진 주변 환경의 혼합체 속에서 숨겨진 아름다움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예술가이자 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Live Rust’의 새로운 전개인 ‘Live Rust-Odyeesy’ 연작은 기존에 이어오던 프로젝트에 우주적 시공간에 관한 상상력을 더해 확장한 작업이다. 웜홀을 사이에 두고 이편과 저편의 세계가 공명하는 모습을 상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같은 궤적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평면과 빈칸으로 존재하는 α(알파), β(베타) 등 복수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도시에서 얻은 3차원적 감각을 지구, 즉 인간 세계 너머 고차원의 시공으로 쏘아 올리면서 작가는 궤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충실했던 초기 이미지에 조형적 기교를 더해 ‘Live Rust’의 미학이 지니는 정교한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조형적 기교
최수지 큐레이터는 “작품은 3개의 레이어로 이뤄진 새하얀 비정형의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관람객은 이 초현실적이고 낯선 감각의 장을 자유롭게 거닐며 고강도의 육체 노동, 무거운 중력, 거대한 도시의 뼈대가 남긴 붉은 빛의 일렁임을 들여다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하는 시선과 붉은 빛 사이에 생겨난 미묘한 조응은 창작의 여정에서 존재했을 육체와 물질 사이의 조응, 나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현실 세계 속 인류와 도시의 조응을 환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자료·사진 = 스페이스 소).
<jsjang@ilyosisa.co.kr>
[변상환은?]
▲학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졸업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졸업
▲개인전
‘가슴을 파고드는 공’ 새공간(2024)
‘손은 눈보다 빠르다’ 스페이스 소(2022)
‘생물 은-갈치’ SeMA 창고(2021)
‘몸짓과 흥분과 짧은 역사’ 스페이스 소(2018)
‘서늘한 평화, 차분한 상륙’ 스튜디오 MRGG(2016)
‘단단하고 청결한 용기’ 스페이스 윌링앤달링(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