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난리’ 윤환 계양구청장 “국민들 참을 줄 알아야” 뭇매

2025.07.03 15:30:39 호수 0호

“집 마당에 풀어놔라” 등 비판 쏟아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최근 인천 계양산 일대가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로 뒤덮여 고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윤환 계양구청장이 “국민들이 좀 참을 줄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윤 구청장은 지난 2일 계양구청에서 열린 취임 3주년 간담회에서 “러브버그가 익충이라서 강력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계양산이 서식 환경이 굉장히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러브버그가 모여 살고 있다”며 “올해 돌발적으로 발생한 상황이라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헀다. 이어 “민원을 많이 받다 보니 러브버그의 ‘러’자만 나와도 잠을 못 잤다”고 하소연했다.

방제 작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러브버그가 익충이고 토양을 좋게 하는 기능을 해서 강력하게 대응을 못했다”며 “만약 방제 작업을 해서 전멸시켰다면 환경단체에서 엄청난 항의가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브버그가 피해를 주지 않는 곤충이기 때문에 그렇게 (방제) 하는 거는 별로 좋지 않다고 본다”며 “다만 시민들이 불편하거나 냄새나지 않게 잘하는 게 지자체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달 말부터 계양산 일대는 러브버그가 대규모로 출현해 등산로가 거의 검게 보일 정도로 뒤덮였다. SNS에 공개된 영상에는 정상 부근 곳곳에 러브버그들이 빽빽하게 달라 붙어 있고 무수히 날아다니는 모습이 확인됐다.


계양구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러브버그 관련 민원만 359건이 접수됐으며, 영상이 퍼진 후에는 하루 수십건씩 민원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유충 시기에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은 꽃의 수분을 돕는 등 생태계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익충으로 평가한다. 사람을 물지도 않는 등 피해를 주지 않고, 병원균을 옮기지도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시민들은 떼지어 몰려 다니며 사람에게 달려드는 러브버그의 습성 때문에 극심한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날 윤 구청장의 발언을 두고 “시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이 할 말이냐” “익충이면 구청장 집 마당에 풀어놔라” “매일 운전기사 대동해서 편하게 출퇴근하니 잘 모르겠지” 등 신랄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 누리꾼은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당장 대책이 없으니 불편은 알지만 참아주시면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와 단순히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아예 다른 말”이라며 “환경단체가 무섭다고 수박 겉핥기식 대응만 한다는 게 자랑인가 싶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른 누리꾼은 “‘참을 줄 알아야’라는 말은 결국 러브버그가 뭔가 참아야 할 정도의 고통을 준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한 거 아니냐”라며 “익충이라면 ‘즐겨 달라’ 발언했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별 다른 방법이 없는데 뭐 어쩌겠냐. 최장 2주만 있으면 싹 없어질 거고 그 전에 약을 치기도 애매하고 하나하나 잡을 수도 없지 않느냐. 오죽했으면 저렇게 발언했을까? 말 하나에 꼬투리 잡지 말아야 한다”며 옹호하는 의견도 일부 제기됐다.

한편, 계양구는 계양산 정상 부근 계단에 쌓인 러브버그 사체 제거, 물 분사를 통한 퇴치, 끈끈이 트랩 설치 등의 임시방편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달 말까지 방제 작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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