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국민 편익에 맞는 정부 조직개편

2025.06.27 08:16:39 호수 1538호

조기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했다. 역대 정부는 진보든 보수든 각자 나름의 논리와 국정철학에 기초해 정부 혁신을 추진했고, 정부 혁신 분야 가운데 가시적 파급효과가 가장 큰 정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재명정부도 출범과 동시에 국정기획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가동하며, 첫 번째 과제로 정부 조직개편을 선택했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조직개편을 통해 기획 없는 국정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다. 위원회는 지난 18일부터 세종청사를 방문해 각 부처의 현황을 직접 듣고 있다. 이는 보고서 중심이 아닌 현장 청취형 국정 설계의 일환이다.

위원회는 정책 제안을 국민으로부터 받기 위한 소통 플랫폼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이정부가 열린 행정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개편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권력 구조의 재편과 행정 효율화의 출발점이다.

정부 조직개편은 부처가 수행하는 기능과 역할과 그 수행 방식의 변화를 초래해 부처 핵심 자원의 재편을 일으키기 때문에 집권 세력에게 정치 사회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권한 행사 수단이 돼왔다.

그간의 정부 조직개편이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정부와 공직사회 길들이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단기적인 미봉책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강하다.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국가적 위기와 새로운 국가체제 구현에 대한 강력한 국민적 요구에 직면한 새 정부도 나름의 국정 운영 패러다임을 정할 것이고 정부 혁신 목표를 세우고 대대적인 정부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직개편은 정부가 수행하는 기능의 기관 간 재편성 및 배분을 중심으로 정부 부처의 분화, 통합, 조정의 원리에 따라 이뤄진다. 정부 조직개편의 원리로서 분화와 통합은 서로 상보적 관계를 맺고 발달해 왔다. 분화의 원리는 부처 전문성, 기능, 절차 등이 동질적이거나 상호 연관성이 높은 경우 이를 한 조직으로 묶어 독립된 조직 단위로 만들어야 한다는 원리다.

에너지 자원의 중요성 때문에 에너지 문제를 관장하는 독립 부처를 만들자는 야당 일각의 주장이 이에 해당한다.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다. 국정 운영상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우선 새 정부가 정책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정부 혁신 패러다임의 관점을 선점하지 못하게 되면 새 대통령의 정책 지향점과 정부 조직 간의 격차 때문에 부처 행정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국정 공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조직개편에 임하는 새 정부는 국민에게 세 가지 약속을 먼저 해야 한다.

첫째,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는 약속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문구를 제대로 실천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 국민에 의한 통치가 가능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법의 지배 안에서 국민이 자유를 누리며 시민적 도덕성을 실천하는 견제·균형의 정치 질서를 바로 세우는 정부가 되겠다는 약속이다.

둘째, 새 정부는 정부 조직의 ‘민주성’과 공무원의 ‘책임성’을 드높이는 활동을 앞세워야 한다. 공익이 정의 조직과 공직자 행위에 전사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하고, 공공가치의 증진을 위한 정부와 공직자의 역할이 중요함을 절실히 인식하고 국정을 다스려야 한다.

셋째, 대통령 스스로 ‘내가 다 챙긴다’라는 욕심을 버리고 수직적, 위계적 정부 운영 시스템을 혁파해 과감한 권력 분산과 권한 위임을 해야 한다. 권력 분산과 권한 위임을 통해 정부 조직 전체가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변화가 유발되도록 해야 한다.

여권 일각에선 여성가족부 등 존재 사명이 퇴색한 부처를 통·폐합하고, 환경부나 중소벤처기업부 등 주요 부처를 실무 위주로 재편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 같은 주장을 하기에 앞서 정부 조직이 챙겨야 할 공공가치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필요한 정부 기능이 무엇인지를 먼저 조사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산업 진흥, 통상 협상, 에너지 자원 등으로 구성돼있는데, 통상 부문과 산업 진흥 분야를 독립 부서로 분리 독립하고, 에너지 자원 부분도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환경부 등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는 권력 분산형 정부 조직개편에 돌입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국정의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는 작업을 국정과제로 채택해 진행하기를 제안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공식적인 심의기관으로 국무회의를 두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실에 상대적으로 강한 정책기획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새 정부는 부처 정책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과감한 권한 분산형 정부 조직의 개편을 추구해야 할 것이고, 부처에게 실질적인 정책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실 기능 축소도 고려될 수 있고, 행정 각 부 중심으로 국정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이렇게 돼야 국무총리도 실질적으로 국정 분담을 할 수 있고 공직사회 전반에 활력이 생길 것이다. 빙산의 일각만 다뤘다.

새 정부가 헤쳐나가야 할 파고는 여러 갈래일 것이다. 정부 조직개편의 파고도 분명 그중 하나일 것이다. 전문가나 공직자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잘 경청해 새 정부가 더 나은 정부 조직으로 국정을 제대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서 성공하는 정부로 역사에 남길 바란다.

<hntn1188@naver.com>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