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검찰개혁 시나리오

2025.06.19 14:54:40 호수 1536호

사실상 해체 “이제 끝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권이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권이 되면서 검찰이 180도 바뀔 전망이다. 이른바 검찰개혁법안이 연달아 발의되면서 검사들은 침울해져 있다. 민주당은 3개월 내로 ‘검찰 완전 해체’를 목표로 잡았지만 대통령실은 아직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찰개혁법안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이다. 권한뿐만 아니라 기관 자체를 분리해 각기 다른 판단과 선택적 수사·기소를 방지해 ‘정치검찰’ 논란을 종식하겠다는 게 목표다. 검찰 내부에는 먹구름이 꼈다.

정치검찰 없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검찰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4법을 발의했다. 3개월 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속도전’도 예고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시작됐던 검찰개혁을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마무리짓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청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민주당 김용민·강준현·민형배·장경태·김문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는 반드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정치검사와 검찰 독재를 끝내라는 국민의 요구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검찰개혁에 칼을 빼들었다. 이들은 ‘국회 공정사회포럼(처럼회)’ 소속으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검찰개혁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들이 발의한 검찰개혁 4법은 ▲검찰청 폐지법(김용민) ▲공소청 신설법(김용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민형배) ▲국가수사위원회 신설법(장경태) 등이다. 핵심은 검찰 조직을 완전히 해체하고 그 기능을 새로 신설하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로 이관하는 것이다.


이번 법안은 과거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찰개혁 내용보다 구체성을 띤다. 검찰이 가진 수사권을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으로 이관시키는 등 정밀하게 접근했다. 중수청 수사 범위는 당초 검찰이 가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 더해 내란·외환·마약 범죄까지 총 ‘8대 범죄’로 확대했다.

검찰청 소속 검사는 중수청 또는 공소청으로 이동되는데, 검사가 중수청행을 택하면 검사 신분은 수사관으로 전환된다.

법안 내용을 보면, 중수청 수사관은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사람 ▲7급 이상 공무원으로 조사 및 수사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사 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력이 있는 사람 등이 될 수 있다.

민주, 문정부 미완의 숙제 3개월 내 처리
중수·공소청 정리…검사는 수사관으로?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검찰청 수사관들이 중수청으로 배치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수청에 간 검사와 수사관들이 같은 직함을 달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중수청에는 검사가 아예 없고 1~7급까지 수사관만 있다”며 “검찰청에서 수사관은 평생 수사관이지 검사가 될 순 없었는데 중수청에 가면 동등하게 (기존 검사들과) 경쟁해서 1급까지 올라갈 수 있고 중수청장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독점적 권한인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둔다. 이들은 검사로 불리지만 수사에는 관여할 수 없고 기소와 공소 유지만 담당한다. 각 수사기관들이 12·3 내란 사태 당시 수사권 갈등을 벌인 화근을 제거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수사위원회도 설치한다.

국수위는 검찰이 해체되면 수사기관으로 역할을 하게 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중수청·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에 분산된 수사권을 조정하고 정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기간 “사법·검찰개혁 등도 중요하지만 조기에 주력해 힘을 뺄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검찰개혁 속도전을 예고했던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도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다만 오는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 시 처리한다는 목표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논란 답습? “민생 범죄 수사권은 둬야”
개혁은 동의하는데…“지휘권 보전” 목소리도

검찰 내부에는 먹구름이 꼈다. 검찰개혁에 동의는 하지만 민생 범죄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기소 분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재경지검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3년간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에 공감하는 검사도 많다. 검찰도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이게 말이 되냐’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도 “예고됐던 일이라 다 낙담하는 분위기다. 바뀌면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고 일부는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검찰개혁법안과 관련해 이재명정부와 물밑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 한 부장검사는 “수사했던 사람과 기소한 사람이 달라지면 보완수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예컨대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후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기소될 때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사건 처리 시간도 오래 걸리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기소되는 사건이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정치권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권을 없애되 민생 범죄와 관련된 사건은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며 “아니면 검찰의 수사지휘권이라도 보전해야 ‘말끔한 수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위기 자초

이 변호사는 “중수청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수처도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력과 인력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공수처로 가려고 했느냐”고 되물었다.


검찰이 실제 해체될지 확실치 않은 상황으로 인해 검사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질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요즘 서초동을 포함해 대형 로펌과 일반 로펌에도 자리가 많지 않다. 경력이 화려하지 않은 평검사들은 사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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