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란 모의’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 군검찰 이첩된 이유

2025.06.09 11:05:18 호수 1535호

사실상 수사 끝 조만간 재판 기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공수처가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을 군검찰에 이첩했다. 원 본부장에 대한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오히려 군검찰이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군검찰이 공수처의 기록을 검토한 후 조만간 원 본부장을 재판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검찰로의 사건 이첩은 공소권이 없어서 그랬을 뿐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은 12·3 내란 사태를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수개월간 원 본부장을 조사해 왔다. 군검찰로의 이첩은 사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마무리 단계

공수처가 원 본부장을 국방부검찰단에 이첩한 건 지난달 23일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원천희 본부장 사건을 국방부검찰단에 이첩했고 계엄 사태에 연루된 경찰 간부 수사는 현재 계속 진행 중”이라며 “군 관련 수사 역시 참고인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본부장 사건의 경우 공소 제기 요구가 아닌 사건 이첩으로, 공수처가 자체 생산한 수사 기록 2500여쪽 등이 군검찰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내란 혐의가 인정된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공수처는 원 본부장을 수사할 순 있으나 재판에 넘길 권한은 없다. 공수처법 제3조에 따르면, 공수처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의 대상은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뿐이다. 원 본부장과 같은 현역 군인 등은 공수처의 기소 대상서 제외된다.


원 본부장은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2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만나 계엄을 사전에 모의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11월 말에 정보 관련 예산을 대면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며 “정보사의 예산이 많아 이 부분을 정보사령관이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2월2일 정보사령관이 보고하는 자리에 정보본부장이 배석했던 사실이 있다”면서 “그 자리서 계엄 관련 논의는 없었다는 게 참석했던 사람들의 얘기”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원에 노상원 존재 캐물어
문상호 유임 비상식적 인사에 침묵

공수처는 지난 3월19일 원 본부장을 내란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내 김 전 장관 등과 사전에 계엄을 모의했는지,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추진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한 바 있다.

원 본부장은 정보사 요원들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점거와 관련자 체포를 지시하는 등 내란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 전 사령관의 직속상관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일, 한 롯데리아 매장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만나 제2수사단의 구체적 임무 등에 관해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2수사단은 김 전 장관이 측근인 노 전 사령관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해 설치·운영하려고 했던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 조직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원 본부장은 그간 “비상계엄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공수처가 지난 3월 복수의 정보사 관계자들로부터 원 본부장의 책임이 작지 않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원 본부장은 공수처의 수사를 받기 전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다. 공수처로 송치됐던 건 지난 1월23일이다. 이후 공수처 비상계엄 태스크포스(TF 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는 원 본부장을 수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후 그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공수처 조사를 받은 복수의 정보사 관계자들은 원 본부장이 노 전 사령관의 ‘비선 실세’ 행위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정보사 간부들은 원 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과 정보사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알지 못했다? 상반된 정황들
정보사 간부들 “일부러 안 막았다”

실제 문 전 사령관은 자신의 직속상관인 원 본부장에게 김 전 장관의 불법적 지시나 노 전 사령관의 비선 행위를 보고하지 않았다. 문 전 사령관은 ‘비밀 준수’ 차원이었다고 변명했다. 군 정보 계통의 안보성을 고려하더라도 장관→국방정보본부장→정보사령관으로 이어지는 지휘 체계를 무시한 행위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거세다.

정보사 출신 군 관계자는 “국방정보본부장은 영관급 간부들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다. 직무 배제가 될 계획이었던 사람이 중용된 것에 대해 이상한 낌새라도 눈치채지 못했다면 직을 내려놔야 한다”며 “원 전 본부장이 노 전 사령관의 비선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같은 문제다. 사실상 피해를 보기 싫어서 인지했으나 언급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질될 뻔한 문 전 사령관을 살린 김 전 장관의 판단에 태클을 걸지 않은 것도 원 본부장이다. 원 본부장은 이 지시를 받아들이기 직전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의 지시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군 인사를 총괄하는 오영대 국방부 인사기획관도 검찰 조사에서 문 전 사령관이 경질되지 않은 것에 대해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원 본부장에게 노 전 사령관의 비선 행위와 문 전 사령관의 유임 건에 대해 캐물었다. 원 본부장은 “문 전 사령관이 날 뛰어넘어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직보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원 본부장 건이 군검찰에 이첩된 것을 두고 사실상 수사는 마무리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해진 판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수개월간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를 했고 정보사 간부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면 내란 혐의 적용은 어렵더라도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는 인정될 수 있다”며 “군검찰서 공수처 수사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서 추가 수사가 있을 순 있지만 전반적인 밑그림은 그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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