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이상동기 범죄’와 ‘보복범죄’의 구분

  • 이윤호 교수
2025.05.24 00:00:00 호수 1533호

‘증오 범죄(Hate crime)’는 편견으로 인한 증오심의 발로가 범죄의 동기가 되는 범죄다. 상대방의 신체적 조건, 특정 집단 구성원 등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갖고 개인이나 집단을 증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편견 범죄(Bias crime)라 불리기도 하며, 백인우월주의자의 소수 인종에 대한 폭력 등이 대표적이다.



증오 범죄는 국가에 따라 사뭇 다른 모습을 나타낸다. 미국에서는 주로 인종이나 성별 등의 갈등과 편견이 증오의 발로인 반면, 국내에서는 사회 전반에 대한 증오가 폭력적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증오 범죄는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이상동기 범죄’다. 전통적 범죄의 경우 대체로 특정 가해자가 특정 피해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행위였고, 원한이나 치정 등 분명한 범죄 동기를 찾을 수 있었다.

반면 이상동기 범죄는 전통적 범죄의 동기와는 전혀 달리 이상한 동기를 가진 범죄라는 뜻을 함축한다. 마치 ‘피해자 없는 범죄(Victimless crimes)’가 피해자가 전형적인 범죄 피해자와는 다름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단 증오 범죄와 ‘증오 폭력(Hate violence)’은 구별돼야 한다. 증오 폭력은 ▲물리적 폭력 ▲살인 ▲재물손괴 ▲따돌림 ▲언어 학대 등이 포함하지만, 반드시 범죄화 되는 건 아니다.

‘보복범죄(Revenge crime)’는 또 다른 증오의 범죄라고도 할 수 있으나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복수·보복은 사실 여부를 떠나 고충에 대한 반응이고, 보복범죄는 복수·보복을 목적으로 개인이나 집단에 해로운 행동을 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복살인은 범법자가 일부 인식된 잘못에 기인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계획하는 것이다. 계획된 공격인 만큼 피해자는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는 개연성이 거의 없다.

국내에서는 보복살인보다는 ‘보복 프로노(Revenge porno)’가 더 빈번하다. 보복 포르노는 피해자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으로, 동의 없이 성적으로 개인의 영상이나 사진을 분포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처럼 복수 범죄와 이상동기 범죄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복수 범죄는 특정한 표적을 대상으로 한 계획범죄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상동기 범죄는 사회적 증오와 분노를 자신과 무관한 불특정 다수에게 폭력을 표출하는 ‘무작위 폭력(Random violence)’이다.

범법자가 계획한 범행의 시간과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일반적이다.

물론 이상동기 범죄를 무작정 ‘무작위적 폭력’으로 해석하긴 힘들다. 이상동기 범죄의 피해는 주로 여성, 노인 등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하는 능력이 취약한 계층이 겪는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이상동기 범죄자는 완전하게 무작위적이거나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 무작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이상동기 범죄의 범죄자는 상대적으로 훨씬 엄중한 범죄요, 죄질이 아주 나쁜 범법자라고 할 수 있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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