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인간

2023.09.11 08:20:22 호수 1444호

발타자르 그라시안 / 교보문고 / 1만6800원

사람은 모두 다르게 태어난다. 타고난 재능과 성격도 다르고 가정환경도 다르기에 같은 사회와 문화를 경험하더라도 상호작용은 개별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마음속에 공통적으로 자리한 욕망이 있다. 바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다. 다만 ‘괜찮은 사람’에 관한 정의는 각자 다를 것이다. 17세기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이 책을 통해 시대와 사회를 관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책은 쇼펜하우어가 인생의 동반자로 삼았고, 니체가 인생의 지침서라고 했을 만큼 내로라하는 철학자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그에게서 철학자의 따뜻한 위로를 기대한다면 틀렸다. 대신 이 책에는 지쳤거나 무료한 일상에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예리한 조언들이 담겨 있다. 완전한 인간은 과연 존재할까?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얼핏 완벽해 보이지만 그 능력으로 사랑받는 동시에 그만큼의 미움도 받기 마련이다.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건 때로는 튀어나온 돌처럼 누군가를 넘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타고난 말솜씨로 농담을 즐기는 사람은 결국 그 농담 때문에 남에게 웃음은 줄지언정 자신은 울게 되며, 아름다운 사람도 그 아름다움을 한번에 다 드러내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겸손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의 장점을 적절히 드러낼 줄 알아야 하고, 오만한 사람 앞에서는 부탁하는 순간에도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되며, 화가 날 때 참기만 하면 결국 괴물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완전한 인간이란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 완전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사람이다. 타인을 판단하기는 쉽지만 나를 아는 일은 어렵다. 자기 안의 분노, 질투, 미움 등의 감정을 인지하고 컨트롤하며 옳은 것을 선택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생의 조력자라고 생각해 선택한 지인이 사실 나의 적이었음을 깨닫는 일은 아주 흔하다. 그렇다면 지혜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을 아끼고 숙고하며 무엇보다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고 나 자신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깊이 있고 중요한 메시지들을 무겁거나 어렵게 담지 않았다. 대부분은 철학적 사색을 담았지만 때로는 친구에게 전하는 편지나 다른 철학자와의 대화로, 때로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우화나 ‘인내’와 같은 개념을 의인화한 이야기로도 풀어냈다. 이런 글들은 그동안의 짧은 잠언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그만의 재치가 가득 담긴 통찰을 직접 탐독하는 재미를 준다.


스스로 부족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의 장점을 찾고 완전한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이미 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현재가 결말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과정을 사는 중이다. ‘완전한 인간’이란 아직 달성되지 않은 우리 모두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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