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재명-혁신위 동반 퇴장론

2023.08.14 12:29:28 호수 1440호

“당에 부담” 손잡고 나가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조기 종료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지켜줄 방패가 한 겹 얇아졌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계파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다. 이 와중에도 이 대표는 각종 룰을 손보며 마지막까지 혁신위를 알뜰하게 사용하려는 모양이다.



당초 ‘김은경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의 임기는 9월 정기국회 전후까지였다. 예상보다 활동 기한을 3주 정도 단축한 것이다. 김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더 큰 문제가 일어나기 전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수도
못 받고…

혁신위는 지난 6월 출범한 시점부터 각종 설화에 오르내렸다. 당시 김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대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발언했다. 같은 당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서는 “자기 계파를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해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뇌관이 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초선 의원을 ‘코로나19 학력 저하 학생’에 비유하고 “투표권이 남은 수명에 비례해 부여돼야 한다”는 취지의 노인 비하 발언을 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시누이 저격글’로 궁지에 몰렸다. 자신을 김 위원장의 시누이라고 밝힌 A씨는 인터넷을 통해 김 위원장의 행태를 폭로한 것이 발단이다.


앞서 혁신위의 노인 비하 발언이 물의를 빚자 지난 3일 김 위원장은 사과를 위해 노인위원회를 방문했고 “시부모를 18년 동안 봉양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A씨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저희 부모님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온갖 악담과 협박을 받으셨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위원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이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며 시부모 논란은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당 지도부는 김 위원장의 개인사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잡음이 커지자 혁신위가 당을 혁신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당 위기를 초래하는 기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혁신안보다 논란을 더 많이 만들었다는 셈이다. 여기에 이 대표의 ‘뒷북 대응’이 맞물리면서 민주당은 여당의 융단폭격을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노인비하 문제에 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사퇴 여부나 본인의 책임론에 관해선 함구했다. 김 위원장의 문제가 불거지는지 4일 만이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데 있어서는 닷새,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에 관해서는 2주 만에 사과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한 박자씩 늦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 대표의 태도가 국민 불신의 원인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말 많고 탈 많던 ‘김은경호’
결국 조기 종료…미진한 성과

혁신위는 논란을 의식한 듯 예정돼있던 전국 순회 간담회를 전면 취소하고 지난 10일 3차 혁신안 발표와 함께 활동 종료 사실을 알렸다.

다만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혁신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혁신안이 ‘대의원 축소 방안’과 ‘공천룰 손질’을 골자로 하면서다. 혁신위는 지난 8일 세 번째 혁신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으나 한차례 미뤘던 바 있다. 비명계 의원을 중심으로 혁신위가 ‘비명 학살’을 주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대의원제는 당 지도부 선출 시 권리당원 수가 적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행됐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이다.

따라서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와 맞먹는 만큼 당원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일부 친명계의 해석이다.


반면 비명계는 대의원제가 표방하는 ‘전국 정당화’와 ‘숙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고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의원을 배제함으로써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인 ‘개딸’(개혁의 딸)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이처럼 혁신위가 발을 딛는 곳마다 파열음만 커지고 있다는 평이다. 반복되는 논란에 염증을 느꼈는지 민주당 의원조차 혁신위가 활동을 접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공천룰?
대의원제?

당의 발목을 잡는 혁신위를 마무리하고 하루빨리 당 지도부 체제로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혁신의 메시지는 혁신위가 아닌 당 차원서 나오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그동안 제대로 된 혁신이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라며 결국 이 대표 리스크를 막기 위한 방패일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코로나 학생 발언의 경우 비명과 친명을 막론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김 위원장의 ‘입’이 혁신위의 동력을 잃는 데 한몫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 시점서 혁신위가 새로운 혁신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같은 당 의원들 사이서도 갈등이 잦은 만큼 하나의 혁신안이 탄생하기 위해서 계파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셈이다. 결국 혁신위가 합의점을 찾아가며 혁신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혁신위 무용론’이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당내에선 혁신위 조기 종료가 결정된 배경에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돼있을 것이라는 해석을 제시했다. 혁신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이 이 대표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위의 좌초는 결국은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역시 혁신위의 모든 논란은 이 대표가 초래한 만큼 해체론에 대한 해법도 스스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로써 혁신위는 이 대표가 본인의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급조한 방어책이며 결국 자충수였다는 평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지난 4일, 무소속 윤 의원이 구속되면서 당내 위기감이 한층 고조됐다. 이 대표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위태로워졌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줄소환이 예상되면서 이 대표의 사법 처리와 결과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과정부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상황에 따라 판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던 2021년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같은 당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 마련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현역 의원들에게 6000만원을 직접 전달한 혐의도 있다.

윤 의원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이 의원은 증거인멸 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됐다. 그는 2021년 3월 경선캠프 관계자들에게 현금 1100만원을 제공하고 같은 해 4월 윤 의원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은 혐의가 있다.

서울중앙지법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서 검찰은 돈봉투를 수수한 정황이 포착된 의원 19명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돈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민주당 백혜련, 황운하, 박성준 의원 등은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윤관석 의원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검찰을 피의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으며 해당 명단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보도를 청구하고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화약고

이 대표에게 있어 이번 달은 대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줄소환에 이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화력이 더해지면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최근 대북송금 의혹 관련해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에 이 대표가 연루돼있지 않다는 강경한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해당 주장이 일관성 있게 유지될 경우 검찰은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 조만간 이 대표를 소환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다만 지난 8일 이 부지사의 재판이 파행하면서 영장청구 시기가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이 재판 도중 퇴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은 이 전 부지사의 법정 증언에 따라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갈릴 수 있었던 만큼 또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관건은 민주당이 불체포특권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달려 있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경우 방탄 국회 오명을 벗을 수 있지만 당 대표에게 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 자체로 리더십에 생채기가 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 의사를 밝힌 만큼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 대표는 지난 6월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저를 향한 정치적 수사에 대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18일 의원총회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의결했다.

휴회기에 들어갔던 국회는 오는 16일부터 다시 임시국회를 시작한다. 만일 검찰이 회기 중을 노리고 16일 이후 영장을 청구한다면 체포동의안 표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 구속영장 만지작
조용히 퇴로 찾는 이?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민주당 중에서도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 31명이 지난달 18일보다 이른 14일 불체포특권 포기를 먼저 선언하면서다. 만일 31명이 몽땅 등을 돌릴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10월 무렵 이 대표가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의 퇴진설이 본격 수면위로 올라왔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10월 사퇴설’을 주장했다. 총선 패배 시 당은 물론 진보 진영이 무너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 만큼 10월 무렵 정통성 있는 후보로 당을 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간판을 내걸고 총선을 치를 경우 패배의 원인이 본인에게 돌아올 것을 염두에 두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총선서 패배한다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물론, 차기 대선서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어 미리 퇴로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반면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의 퇴진설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전부터 여의도에서는 이 대표가 사퇴할 것이란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았지만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사퇴 가능성이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추석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여전히 박스권에 갇힌다면 이 대표 체제가 본격적으로 위태로울 전망이다.

이를 두고 혁신위의 혁신안 역시 이 대표의 퇴진을 염두에 두고 급히 나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당대회 일정은 내년 총선 이후인데 지금 대의원 배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 대표에게 유리한 출구를 뚫어줄 속셈이라는 해석이다.

공천룰을 비롯한 모든 혁신안이 이 대표의 총알이 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이 대표가 혁신위를 앞장세워 칼을 휘두르는 모양새다.

비명계 의원은 입 모아 이 대표의 빠른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초점이 모이면서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 대표 공석 시 잔여 임기 8개월 이내에는 전당대회 없이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 이 대표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이를 고려하면 오는 12월 이전에는 대표직을 내려놔야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다.

따라서 해가 넘어가고 비대위 체제로 돌아설 ‘당 대표 교체’ 의미가 퇴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비명계가 합심해 ‘이재명 퇴진’을 외치는 사이 친명계는 각종 설에 관해 적극 부인하며 방어에 나섰다.

친명계로 꼽히는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10월 사퇴설은 말도 안 되는 뜬소문”이라며 “관련해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그런 소문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누군가의 주장에 살만 붙여주는 꼴”이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민주당서 이 대표 이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사퇴설은 당내 혼란만 가중할 것이란 해석이다.

다만 이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10월은 가능성이 없다는 게 일부 친명계 의원의 시각이다. 국정감사 등 처리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는 만큼 국민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정기국회를 마친 이후에는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다시 한번 당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김은경호’를 양분 삼아 이번에는 당 차원서 보다 구체적인 혁신안을 제시하겠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누구?

민주당이 비대위 체제로 돌아설 경우 누구를 중심으로 당이 꾸려질지가 최대 관심사에 올랐다. 앞서 장 소장은 이 대표가 물러난 뒤에 차기 당 대표로 민주당 김두관 의원을 밀어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지지자 역시 “우리 여니(이 전 총리 애칭) 아니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겠냐”고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우상호 의원과 김부겸 전 총리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명계서도 이 대표 퇴진설을 애써 회피하는 것일까? 당분간 민주당 안팎에서는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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