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에 빠진 뇌

2023.07.24 08:52:05 호수 1437호

제프리 슈워츠 / 알에이치코리아 / 2만5000원

제프리 슈워츠 UCLA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는 10년 동안 1000명이 넘는 강박장애 환자를 진료했다. 강박장애는 40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나는 의외로 흔한 질병으로, 대부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손을 하루에 100번도 넘게 씻어 손에 물을 묻히기만 해도 거품이 나는 남자, 플러그를 뽑았는지 계속해서 확인하며 결국 커피 머신과 다리미를 가방에 넣고 출근한 여자, 모든 것이 오염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가족과 16년간 만나지 않고 어머니 장례식에도 가지 못한 여자, 배터리 액이 새어 나올 거라는 병적인 공포로 새벽마다 교통사고 현장을 청소하는 남자…. 



강박장애 환자들은 자신의 뇌를 찍은 스캔 사진을 보고(전두엽 아래쪽이 과열돼 있다) 강박장애가 성격적 문제가 아니라 뇌에서 보내는 잘못된 메시지 때문임을 알고 오히려 안도한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뇌’라는 것을 깨닫는 데서부터 치료는 이미 시작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프리 슈워츠는 4단계의 자가 행동 치료법을 소개한다.

첫 번째 단계 재명명은 원치 않는 생각과 충동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이건 강박사고고, 이건 강박행동이야.” 이를 마음에 새기기 위해 단호하게,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이 단계의 목표는 강박사고와 강박충동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과 충동에 대한 스스로의 반응을 제어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 재귀인은 “이 생각과 충동이 왜 사라지지 않고 나를 괴롭힐까?”에 관한 대답이다. 답은 뇌의 기어가 뻑뻑해서 뇌 영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단계의 목표는 자꾸만 들러붙는 생각과 충동이 말을 듣지 않는 뇌 때문임을 주의 깊게 살피고 확실히 깨닫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 재초점은 성가신 생각을 피해 주의를 돌림으로써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단 몇 분이라도 좋다. 산책, 운동, 독서, 음악 감상, 게임, 뜨개질 무엇이든 좋다. 이를 통해 뇌의 망가진 기어 전환 장치를 고칠 수 있으며 연습을 거듭할수록 뇌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네 번째 단계 재평가는 앞의 세 단계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로, 강박장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강박장애가 마음을 어지럽히는 가치 없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박장애를 다시 평가하는 것이다. 강박장애를 겪었기 때문에 더 세심하고 인정 많은 사람이 되었다, 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등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재평가하게 되기도 한다.


제프리 슈워츠가 이야기하는 4단계 자가 행동 치료법은 결국 나를 다스리고 통제하여 문제가 있는 뇌를 바꾸는 작업이다. 이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분석하고 생각을 수용하고 평가한 다음, 어떻게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뇌와 거리를 두고, 마음챙김을 수련하는 것, 그 과정에서 내면의 안내자인 공정한 관찰자와 현명한 옹호자가 우리를 이끌어줄 것이다. 강박을 떠나보내고 삶의 자유를 찾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 정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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