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인문학> ‘R&A’ 탄생의 순간

2023.06.27 08:39:54 호수 1433호

18세기 초 스코틀랜드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프리메이슨은 골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사회 각계각층의 중심에 있던 이들은 1754년 올드코스서 모임을 갖고 22명 회원을 바탕으로 ‘세인트앤드루스의 신사 골프클럽’을 결성했다. 단순히 골프 동우회를 조직한 것이지만 당시 멤버들은 이 클럽이 수백년 후 전 세계 골프를 지배할 기관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까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1754년 22명의 멤버로 출범한 이래 100년간 건물 없이 지내던 ‘로열&애인션트(ROYAL& ANCIENT)’는 1853년 건축물을 짓기 시작했다. 프리메이슨의 상위 계급이자 R&A의 멤버이던 존 화이트 멜빌이 초석을 올렸고, 순전히 대리석 같은 돌로만 지어진 그들만의 건축물은 11개월 뒤인 1854년 6월22일 완공됐다.

역사를 만들다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정비하고 체계화하던 동우회는 80년이 흐른 1834년 영국왕 윌리엄 4세를 후원자로 추대하면서 R&A 칭호를 부여받았다. 로열은 왕실의 명예를 상징하고, 애인션트는 1000년 도시 세인트앤드루스를 뜻했다.

왕실의 전폭적 후원 아래 멤버들은 R&A 칭호를 받은 20년 뒤인 1854년 클럽하우스를 짓고 그동안 제도화시켰던 골프에 관한 모든 것들을 관장했다.

동우회가 만들어진 지 140년이 흐른 1894년에 결성된 미국골프협회(USGA)와 함께 세인트앤드루스 동우회는 양대 산맥으로 전 세계의 골프를 관장·감독하게 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골프의 세계화에 발맞춰 동우회는 수백년간 사적 모임에 그쳤던 클럽을 조직화하기 위해 2004년 새로운 독립기관인 R&A를 조직하고 그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프리메이슨이 주도한 출발
순혈주의 여전한 가입 조건 

미국과 달리 여성들을 차별했던 R&A는 260년이 흐른 20 14년이 돼서야 문호를 약간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버드대학 출신으로 2009년에 부임한 루이스 리차드슨 세인트앤드루스대학 총장마저 멤버로 거부당해 조롱거리가 됐지만 R&A도 세월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다.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을 비롯한 여성들이 새 멤버가 돼 신비스럽기만 했던 클럽하우스서 남녀 차별의 역사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하지만 R&A는 아무나 회원이 될 수 없다. 가입 멤버들은 필히 프리메이슨 단원이어야 한다.

미국 조지아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이 2012년 곤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여성 갑부인 댈라 무어, 2014년 빅토리아 로메티 IBM CEO 등 단 3명의 여성에게만 개방한 것과 영국의 행보는 무관하지 않다.

영국 골프의 성지인 디 오픈을 관장하는 R&A와 마스터즈를 개최하는 미국의 골프 성지인 오거스타내셔널은 멤버 상당수가 프리메이슨 단원임을 감안하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추측이 가능치 않을까?

문호 개방 나섰지만…
계속되는 성차별 논란

그 회원들만 입장이 허락되는 곳, 누가 우중충한 3층 건물을 그토록 비밀스럽게 만들어 놓았을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R&A 건물을 보고 수백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세인트앤드루스 시민들은 ‘우주에서 봐도 위대한 건축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 건축물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비롭고 오묘한 기운까지 감돌게 만든다.

물론 R&A를 프리메이슨 지휘 아래 놓이게 한 장본인은 프리메이슨서 최고 높은 위치인 그랜드 마스터를 꿰찬 싱클레어경이다. 그는 로슬린 성당의 성주이면서 프리메이슨 수장이었다. 18세기 중반에 스코틀랜드 상류사회에 홀연히 등장해 골프의 모든 것을 제도화시켰던 인물이다.

프리메이슨들의 궁극적 목표인 세계 단일국가, 그것을 달성시키기 위해 싱클레어가 선택한 방법이 골프였던 것이다. 올드코스 앞 클럽하우스 겸 R&A 건물이 전초기지였다. 18세기에 골프를 체계화시킨 그를 상세히 알아보기 위해선 그가 머물렀던 로슬린성으로 가야함은 자명한 일이다.

어쩌면 그의 발자취를 추적하는 일이 골프가 어떻게 21세기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는지를 풀 수 있는 최상의 실마리인지도 모른다. 동시에 스코틀랜드서의 여정에 대한 결말인지도 모른다.


기나긴 여정

1000년 전 십자군전쟁 이후 갑자기 사라져 버린 템플기사단과 프리메이슨의 수장 싱클레어 경이 퍼즐이 맞춰지려면 로슬린이 그 해답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싱클레어와 로슬린 성당은 내일 오전부터 찾아갈 일이다. 지금은 오전에 흘깃 보았던 박물관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골퍼라면 한 번쯤은 와서 봐야 할 순수한 의무이자 명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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