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다이다이 서점에서

2023.03.13 09:07:09 호수 1418호

다지리 히사코 / 니라이카나이 / 1만5000원

영미문학과 블루스 음악을 좋아하고 짓궂은 농담을 잘하는 70대 노인, 지우개 도장으로 동화책을 만들어 보낸 어린이, 헤어진 LGBT(성소수자) 커플과 그 가족, 원고료 대신 복권을 받은 한센병 환자, 입양이 어려워 보이는 유기견과 유기묘만 키우는 사람, 고향의 풍경을 스크린에 기록하는 영화감독, 서점의 마스코트 고양이 시로다마에게는 그저 한낱 아저씨에 불과했던 세계적인 작가…



얼핏 보면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은 모두 일본의 작은 서점 ‘다이다이’의 손님이다.

이 책은 다이다이의 서점지기 다지리 히사코가 서점을 오가는 손님들과 책, 서점의 일상에 대해 쓴 에세이이다. 2020년 제41회 구마모토출판문화상 수상작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깃든 서른세 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하나하나 읽다 보면 서점을 무대로 한 옴니버스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리고 저마다의 작은 이야기에 위로받고 온기를 느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다이다이 서점을 떠올리거나 찾아 나설 것이다.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때론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는 장소가 있다는 것을 저자는 오랜 시간 운영해온 다이다이 서점을 통해 전한다. 커피를 마시고, 책을 고르고, 때때로 같은 노래를 듣고,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작은 서점이 있다면 그늘진 일상에 작은 빛이 되지 않을까. 마음의 여백을 채우는 것은, 작은 사각형에 저마다의 삶을 담아내는 책으로 가득한 서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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