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국정운영과 척추동물 걸음걸이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2023.02.27 14:30:07 호수 1416호

국민의힘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3월8일은 국민의힘이 지난해 대선서 승리한 지 딱 1년째 되는 날이다. 대선 승리 1년을 자축하는 날이 돼야 하는데 새 지도부를 뽑는 날이 됐다.



설령 3월8일 전당대회가 개최되지 않는다 해도 당 내분과 여소야대 덫에 걸려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못한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1년을 자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선 당선 1년을 자축해야 할 윤 대통령도 3월8일은 지지율 30~40%대의 좋지 않은 국정운영 성적표를 받는 날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는 국정운영 성적표라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나 여당 대표와의 갈등을 핑계할 수 없다. 

필자가 생각하는 선진형 국정운영은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 여당, 여당 지지 세력, 야당, 야당 지지 세력으로 각각 구별해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하고, 이들이 서로 보조를 맞춰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협력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이들과 원활하게 호흡하는 것이다. 

자금까진 대통령이 정당과 정당 지지 세력을 하나의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했기 때문에, 여소야대나 여대야소 상황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좌지우지됐다. 그러나 지금은 보수세력이 보수당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고, 진보세력이 진보당을 무조건 지지하지 않는 시대다.

여당과 야당, 이 두 그룹만 국정운영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없다.  


한국은 현재 국민의힘(보수당), 보수세력, 더불어민주당(진보당), 진보세력 등 이 네 그룹이 대통령이 국정운영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핵심 세력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보수세력과 진보세력도 대통령의 중요한 국정운영 파트너다.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면서 네 그룹과 어떤 방식으로 각각 호흡하고 소통해야 좋을까? 필자는 무엇보다 정치 상황에 따라 네 그룹과 보조를 잘 맞출 수 있도록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척추동물들의 걸음걸이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척추동물은 척추에 있는 중앙패턴생성기라는 신경회로가 네 발을 관장하고 있다. 중앙패턴생성기는 네 발을 움직이는 근육을 조였다 풀었다 하고, 오른쪽과 왼쪽의 균형을 잡으며, 다양한 걸음걸이를 선택적으로 구현한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체계도 척추동물 걸음걸이 체계와 비슷하다.

프랑스 작가 ‘미쉘트루니에’는 네 발로 움직이는 척추동물 걸음걸이를 오른쪽 앞다리와 오른쪽 뒷다리가 함께 나가고, 왼쪽 앞다리와 왼쪽 뒷다리가 함께 나가는 측대보 ▲오른쪽 앞다리와 왼쪽 뒷다리가 함께 나가고, 왼쪽 앞다리와 오른쪽 뒷다리가 함께 나가는 대각보로 나눴다.

그리고 땅바닥이 고른 평지에서는 대각보가 유리하고, 울퉁불퉁하거나 바위가 많은 경사지에서는 측대보가 유리하며, 대각보는 문명 걸음이고, 측대보는 야생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척추동물의  네 발과 대통령의 국정운영 파트너 네 그룹을 비교해, 척추동물의 오른쪽 앞다리는 국민의힘, 오른쪽 뒷다리는 보수세력, 왼쪽 앞다리는 민주당, 왼쪽 뒷다리는 진보세력으로 놓고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살펴보니, 미쉘트루니에가 언급한 측대보의 야생 걸음걸이처럼 국민의힘과 보수세력이, 민주당과 진보세력이 각각 한 편으로 뭉쳐 대치하는 정치 환경 속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만 해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을 데리고 광주로 내려가 진보세력과 함께 하며 문명 걸음걸이를 했다. 그러나 그 이후 민주당이나 진보세력과는 어떤 만남도 갖지 않고 국민의힘과 보수세력만 만나고 소통하며 야생 걸음걸이만 해왔다. 

우리 정치 현실이 험난해서 윤석열정부가 어쩔 수 없이 야생 걸음걸이를 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대통령은 국정운영 책임자다. 윤 대통령이 이젠 대각보의 문명 걸음걸이처럼 국민의힘과 진보세력이, 민주당과 보수세력이 각각 함께하는 정치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윤 대통령이 척추동물 걸음걸이 평보(110m/min), 속보(220m/min), 구보(350m/min)에서도 지혜를 얻어 정치환경에 따라 다음과 같이 우선순위를 두고 국정운영을 하면 어떨까? 

정치환경이 평화롭고 안정적일 때는 평보(오른쪽 앞다리)→(왼쪽 뒷다리)→(왼쪽 앞다리)→(오른쪽 뒷다리) 4절도 순처럼, 국정 파트너로서 우선순위를 (국민의힘)→(진보세력)→(민주당)→(보수세력) 순으로 둔다.


정치환경이 대립되고 서로 주장이 엇갈릴 때는 속보(오른쪽 앞다리+왼쪽 뒷다리)→(왼쪽 앞다리+오른쪽 뒷다리) 2절도 순처럼, 국정 파트너로서 우선순위를 (국민의힘+진보세력)→(더불어민주당+보수세력) 순으로 둬야 한다.

정치환경이 극한 대치 상태에서 강하게 밀어붙일 때는 구보(왼쪽 뒷다리)→(왼쪽 앞다리+오른쪽 뒷다리)→(오른쪽 앞다리) 3절도 순처럼, 국정 파트너로서 우선순위를 (진보세력)→(더불어민주당+보수세력)→(국민의힘) 순으로 두고 능동적인 국정운영을 해야 성공적인 윤정부가 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올해 토끼해를 맞이해 앞의 두 다리와 뒤의 두 다리가 각각 함께 움직이며 껑충껑충 뛰는 토끼 걸음걸이처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함께 앞에서 이끌어주고,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함께 뒤에서 밀어주는 화합과 도약의 걸음걸이를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할 것 같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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