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지구

2022.11.22 11:43:44 호수 1402호

데이브 굴슨 / 까치 / 2만2000원

 

농약의 사용과 그 악영향을 경고한 레이철 카슨의 책 <침묵의 봄> 이래, 인류에게는 환경을 지배하고 마음껏 재단할 또다른 무기들이 쥐어졌다. 인체에 무해하다고 홍보되는 농약들은 전 세계 땅을 오염시키며 야생풀과 곤충을 조용한 죽음으로 몰아간다. 잡초를 제거하고 단일 농작물로만 구성한 경작지는 곤충들의 먹이 식물을 앗아간다. 마트와 슈퍼마켓 진열대에 놓인 다종다양한 농약과 벌레 퇴치제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곤충과 그렇지 않은 곤충을 구분해 제멋대로 죽일 수 있도록 허용한다. 



전 세계 약 400만종의 곤충 가운데 인류가 파악한 곤충은 100만종에 불과하며, 연구 인력도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곤충을 향한 무지와 혐오는 그들을 멸종으로 몰아가면서 지구 환경을 파괴한다.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곤충의 멸종은 그들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의 죽음으로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로 인간 문명에도 심대한 위협을 끼칠 것이다. 

우리가 곤충의 멸종에 무관심한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곤충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곤충들의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한살이를 소개한다. 자신의 몸을 꿀로 가득 채워 스스로 먹이 저장통이 되는 꿀단지개미, 나이가 들면 침입자를 공격하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터뜨리는 자살폭탄 개미는 스스로를 희생해서 집단을 유지하려는 이타적 행동의 대표 주자이다. 

버섯을 배양하는 잎꾼개미와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서 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난초의 꽃가루를 모으는 난초벌 이야기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색다른 방식으로 식물과 공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꽁무니에서 유독한 벤조퀴논을 발사해 포식자를 위협하는 폭탄먼지벌레와 다른 종의 깜빡거림을 따라 해 수컷을 잡아먹는 “팜므파탈” 반딧불이, 바퀴벌레의 뇌에 독을 주입한 뒤 알을 낳아 새끼가 바퀴벌레를 안에서부터 잡아먹게 하는 에메랄드는쟁이벌의 이야기는 곤충 세계의 살벌하고도 아찔한 생존 방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곤충의 멸종을 막고자 하는 움직임은 환경 위기로부터 우리 모두를 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멸종을 막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위기도 막을 수 있다. 이 책에서 데이브 굴슨은 각 가정, 지역 및 중앙 정부의 층위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목록으로 제안한다. 가정은 환경 정책을 내놓는 정당에 투표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과일 및 식재료를 구입하여 식량 공급 체계를 개선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역 정부는 화단과 공원에서 풀 깎는 횟수를 줄여서 야생화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고, 주말농장을 조성해 인간 때문에 변한 토지를 다시 야생으로 되돌릴 수 있다. 중앙 정부는 어린아이들과 교사들을 위한 생태 수업을 제공하고, 농부을 위해서는 친환경 경작 방식을 공유해야 한다. 또한 농약 살포와 인공 조명 사용을 줄여 다양한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농약세와 비료세를 도입하여 오염의 장본인에게 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다. 각각의 행동은 당장 실천이 가능한 일이지만, 효과는 막대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직접 제공함으로써 독자의 참여를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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