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듀이

2009.02.10 11:49:15 호수 0호

도서관 고양이 듀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녀석이 살고 있던 스펜서에서뿐 아니라, 아이오와 주를 넘어 미국 전역에서 명성을 떨쳤다. 지역 신문에서 시작된 기사는 전미 언론 및 방송을 통해 소개되었고, 곧 뉴욕 공공도서관의 상징물인 사자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국 전역에 듀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 2006년 11월 듀이의 사망 소식은 <USA 투데이>와 <워싱턴 포스트>를 포함한 250여 언론이 보도했고, 인터넷과 오프라인에서 시민들은 이 특별한 고양이의 죽음을 애도했다.
또한 사람들의 입소문과 인터넷을 통해 고양이 듀이 이야기는 세계 곳곳으로 퍼져갔다. 1997년에는 <책 속의 고양이>라는 다큐멘터리에, 2003년에는 일본 공영방송 NHK에 출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도 이미 듀이의 이야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소개하고 있다.
1980년대 미국 아이오와 주의 작은 도시 스펜서. 이 마을도 당시 전국적으로 불어 닥친 경제 불황과 대규모 농업화의 광풍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해고된 노동자와 일거리를 잃은 농부들이 속출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토록 암울했던 시기, 마을 사람들의 품으로 뛰어든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어느 추운 겨울 아침, 스펜서 공공도서관의 도서 반납함에서 버려진 새끼 고양이가 도서관장 비키 마이런에 의해 발견된다. 이후 도서분류법에서 따온 듀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고양이는,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아름다운 몸짓으로 위안과 사랑을 전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외로운 노인들의 무릎 위로 올라가 앉더니,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에게 웃음을 주고, 무기력했던 장애우 소녀에게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온종일 일해야만 하는 부모들이 맡겨놓은 아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쏟으며 듀이는 점차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간다.
지은이 비키 마이런은 알코올 중독자 남편과 이혼한 후 복지 수당에 의존해 살아야만 했고, 예상치 못한 자궁 적출 수술과 사랑하는 가족들의 죽음을 겪기도 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유방암 수술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자신의 두려움과 맞서 싸우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처럼 아물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던 비키에게 듀이는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어주었다. 그녀는 듀이의 도움으로 자신의 삶을 차분히 되새겨볼 수 있었고, 일에 빠져 사는 엄마에게 반항하던 사춘기 딸과의 힘겨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도서관 방문객 모두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다가간 고양이 한 마리를 통해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렇게 비키는 자신의 아픈 기억들을 털어놓으며 그 안에서 낙관과 희망을 찾고 있다.
고양이 듀이와 비키 마이런의 교감은 책 속에 수없이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과 스펜서 공공도서관이라는 특별한 장소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도서관 직원들은 비키만큼이나 열렬히 듀이를 사랑해주었고, 스펜서의 수의사들은 성심성의껏 듀이를 돌보았으며, 부모들은 듀이를 믿고 아이를 도서관에 맡길 수 있었고, 그렇게 듀이를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반겼다. 한편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차분한 이미지에 걸맞게 도서관이라는 장소 역시 <듀이>의 중요한 공간적 배경이 되어주었다. 인구 만여명의 도시 스펜서에서, 스펜서 공공도서관의 방문객 수는 듀이와 함께한 이후 연간 6만명에서 10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저/ 갤리온 펴냄/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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