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막힌 정국과 맞짱토론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2022.08.03 12:08:16 호수 0호

민주당 8·28 전대 후 영수회담으로 물꼬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전국위원회와 상임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했다. 결국 비대위 체제로 간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도 3·9 대선 패배 후 윤호중·박지현 비대위를 가동하다가 6·1 지방선거마저 패하면서 우상호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정의당도 지방선거에서 패한 뒤 이은주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헌정 사상 여야 주요 3당의 비대위 체제 정국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 국회의 안타까운 현주소다.

국회는 지난달 22일 여야가 상임위 구성 합의에 이르면서 53일 만에 개점휴업을 끝내고, 25일부터 3일 동안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8월에는 2021년도 정부의 결산안 심사를 위한 임시국회가 열릴 계획이고, 9월에는 정기국회가,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예정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당 주요 3당이 대표 없는 비대위 체제로 간다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을 넘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특히 국회의 협조를 받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윤석열정부가 비대위 체제의 3당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커다란 난관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9월 정기국회 시작 전에 윤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만나, 글로벌 금융 위기, 3대 개혁(연금·노동·교육), 세제 개편, 경찰국 신설, 탈북 어민 북송 사태 등 현안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8월 중 국회의장단 회동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비대위 체제에 있는 여야 3당의 비대위원장이 2년 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 대표 선출 및 공천권 확보를 하느라 국정 현안에 대해서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게 문제다.

그나마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정기국회 전에 비대위 체제를 벗어날 수 없지만, 민주당은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고 제1야당으로서 비대위 체제를 벗어나 안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윤정부가 8월 중 국회의장단 회동을 추진하기보다 8·28 전대서 뽑힌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로 누가 선출되든지 다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 대표와 맞짱토론 방식의 영수회담을 통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

영수회담은 과거 여러 차례 막힌 정국의 물꼬를 틀면서 정치 혼란을 해소하기도 했다. 2002년 의약분업과 IMF 공적자금 투입 문제를 해결했던 고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영수회담이 대표적인 예다.

영수회담은 맞짱토론이기에 소위 맞짱 문화를 지켜야 한다. 맞짱은 1:1로 맞서 싸우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1960년대에 유행했다. 특히 건달 조직간에 큰 싸움이 벌어질 때, 양 조직의 두목들이 1:1로 결투를 벌이는 것을 의미한다.

맞짱은 Bottom-up 방식이 아닌 Top-down 방식으로 맞짱에 나오는 조직의 대표가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조직 전체가 그대로 따라야 하기 때문에 맞짱 당사자는 그 조직에서 막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맞짱토론 방식의 영수회담에 나가는 당 대표도 막강한 힘을 가져야 얻을 건 얻고 양보할 건 과감하게 양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조직문화가 권위적인 Top-down 방식보다 의견수렴을 중요시 하는 Bottom-up 방식으로 최근 수십년 동안 전개되면서, 국민들은 Bottom-up 방식에 대해 지루함을 느껴왔다.

그래서 다시 Top-down 방식의 맞짱문화가 등장한다면 우리 국민이 열광할 것이다. 사실 내달 1일 열리는 정기국회 시작 전에 윤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맞짱토론)이 물리적으로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하루 빨리 영수회담을 통해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통 크게 해결해 막혀 있는 정국을 뚫어야 한다.

이준석 대표 문제도 국민의힘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거나 쪼깨지기 전에 윤 대통령이 휴가 기간 중 시간을 내서라도 이 대표를 만나 맞짱토론으로 한방에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 이 기고는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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